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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성탄절 풍경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성탄절 풍경
 
   지금부터 약 8년 전인 2012년 12월 18일에 내가 지금 사는 노인 아파트에 입주하였다. 이 아파트가 있는 곳은 산 지락 옆에 있는 부촌에 속하는 곳이다. 매우 큰 저택들이 주위에 둘러 있다. 성탄절이 되면 각 집마다 매우 휘황찬란한 장식들과 조명을 달뿐만 아니라, 조명을 달기 좋은 형태로 생간 나무가 있으면 밑에 있는 가지로부터 아주 높은 꼭대기 까지 온통 장식전구로 옷을 입히고 가지의 맨 끝에는 크고 밝은 별들을 달았다. 내 생각에는 주인이 이런 장식을 한 것은 무리일 것이고, 용역 업체가 와서 사다리 차 같은 것을 사용하여 장식을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저택의 정원에는 사람의 손으로 만든 각종 새와 다람쥐나 펭귄 토끼 등 수백 개를 잔디와 넓은 나무숲으로 된 온 정원에 장식한 집이 있다. 그 집의 성탄 장식을 전에는 차도 주위에도 했는데 거대한 원형 조형물에 불빛들이 물결치듯이 움직이는 진기한 풍경을 만들었다.
   그러나 금년 아파트 주위는 물론 주위 동네에 지난해와 같이 장식한 집은 오직 한 집뿐이다. 왜 이런 성탄절 풍경이 되었을까? 내 생각에 이런 주택을 갖고 사는 분들이 장식할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약 10여 개월간 COVID-19로 인하여 사람들마다 사기가 많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백화점이나 식당이나 각 소매점의 경기가 바닥나고, 사람을 만나면 서로 이리저리 피해서 가는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서로 만남과 대화와 삶의 일상을 나누는 기쁨들이 거의 사라진 현상이 되었다. 이 곳의 모든 교회에서 성탄 축하 찬양의 밤이나, 24일 성탄절 전야 예배도 드리지 못하는 정말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실이 된 것이다. 심지어 나의 경우에도 성탄절에 가까이 사는 딸네 집도 방문하지 못하니 마음이 안타깝다.
   나도 매년 성탄절이 되면 20여분 거리에 사는 사위와 딸에게 그리고 세 명의 외손녀들과 가까운 분들에게 직접 드릴 선물을 사러 백화점을 가곤 했다. 성탄절 장식이며 크리스마스 캐롤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의 밝은 표정들이 참으로 좋았다. 그리고 성탄절이 끝나면 반품하는 사람들과 거의 반값에 파는 물품들을 사느라고 인산인해를 이루는 장관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러나 금년에는 아예 생각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년도 성탄절에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하여 노인들의 외부 출입 자제를 강력히 요청하기 때문에 거의 매일을 아파트에서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는 독창이나 합창으로 부르는 성탄절 찬송이나 기악으로 연주된 성탄절 찬송들을 유 튜브를 통해서 그 어느 때 보다도 많이 들으면서 은혜를 많이 받았다. 그 프로그람을 제작해서 올린 분들의 찬양 가운데서 첫 곡이 ‘오 거룩한 밤’ 이 많았다.
   내가 ‘오 거룩한 밤’ 찬양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36년 전 부활 주일에 미국에서 첫 번째로 교회를 개척한 그 해인지 아니면 다음 해인지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성탄절 예배 때에 찬송을 잘 부르지도 못하는 내가 용기를 내서 ‘오 거룩한 밤’을 독창으로 부른 적이 있었다. 교회를 개척하고 점차 성장하던 그 때에 있었던 감격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즈음 내가 ‘오 거룩한 밤’ 찬양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지금 그 밤에 주님이 나셨기 때문에 모든 밤들에게서 구별하여 거룩한 밤이라고 부르지만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 아픈 밤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마리아가 첫 출산을 할 때에 그 시대상이 어떠했는가? 아기를 낳는 산고를 보고도, 듣고도 누구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기 방을 비워 산모를 보호하고 아기를 따뜻하게 누일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없는 비정한 사람들이 우글대는 무정한 밤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나님의 아드님이시며, 왕 중 왕이신 예수님이 나셨는데, 이 땅에 오셔서 누우신 첫 자리가 말구유라니..... . 슬프다. 아니 그 밤에 낳은 아기가 예수님이 아닐지라도 그렇다. 어떻게 모인 사람들이 다 한 다윗의 가문에 속했기에 호적 하러 베들레헴에 모였을 터인데 이렇게 비정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런 무지막지하며 무정하고 비정한 이 땅에 오셔서 인간을 구원하려 한 아기로 오신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비참한 가난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생활이 낳아졌어도, 힘들어 하는 사람을 보면 자기가 경험했던 그 아픔 때문에 그냥 지나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심정이 되는 것이다.
   정말로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빌립보서 2:6-7). 내가 ‘오 거룩한 밤’ 찬양을 들을 때에 애틋한 마음이 들어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인간을 위하여 마구간에 나신 주님의 상상할 수도 없이 낮아지신 그 모습을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추운 밤에 강보에 싸여 말구유에 누우셨던 주님의 모습을 상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탄절에 대한 뉴스를 읽다가 눈을 의심할 만한 한 기사를 발견했다. 다름 아닌 구제 기금에 대한 모금 현황에 대한 것이었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내가 주 안에서 교제하는 구세군 사관님에게 금년 금년에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이 예년과 차이가 있는 가를 물어 보았다. 이렇게 실직자가 많아졌고, 가계 수입이 바닥을 치고 있는 어려운 이 때에 의례히 우리들의 생각에는 분명히 많이 감소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관님의 대답은 의외였다. 지난 해 보다 더 많이 모금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적이 아닌가!
   내가 본 기사에는 여러 단체들에 대한 모금 현황이 예상외로 많이 증액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략 3-20% 씩이나 증액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불안정하고 수입이 보장되지 않은 사람이 많고 힘이 들어도, 또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동참하고자 손을 펴는 따뜻한 사랑을 가슴에 간직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 미국 전역에 노인들이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을 위하여, 한 주에 한 두 번씩 식료품과 야채가 든 박스를 나누어 주는 여러 단체들이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비영리 단체로서 이런 일을 활발히 Second Harvest 라는 단체가 하는 일을 보면 수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정성껏 물품을 상자에 넣어서 쌓아놓고 자동차에 실어 주기까지 한다. 이런 단체에 그 도시의 수퍼 마켓이나 주위 농장 그리고 식료품을 만드는 회사들에서 아주 신선한 야채나 물품들을 많이 보내준다는 것이다. 그 기사에는 농장에서 차들이 야채를 가지고 줄지어 구호 단체의 창고로 들어오는 사진이 실렸다. 정말로 감동적이다! 성경 말씀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손길들 “주는 자가 받는 자 보다 복되도다.”라는 말씀처럼 사랑의 손길을 펴신 분들에게 하나님의 크신 은총이 함께하실 것을 믿는다.
 
   나도 약 15년 전부터 Church Health Academy라는 단체를 조직해서 건강한 교회가 되도록 섬길 일꾼들을 세우는 일과 함께 장학금과 개척교회 교역자들과 선교 단체를 후원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누구나 예상하는 바와 같이 나도 금년은 계획한 예산에 많이 미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왔다. 그런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12월에 모아졌던 후원금을 훨씬 넘어서 약 30%가 증액되었다. 놀라운 것은, 요즈음 사업을 경영하시는 분들의 형편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후원하신 분들은 이러한 여건 가운데서도 더욱 힘써 물질을 하나님께 드리시는 진정한 믿음을 실천하신 분들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감사하다!

                                                                        (2021년 1월 3일)
Number Title Reference
76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성탄절 풍경
75 고 박창환 학장님을 추모하며
74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예배 진행
73 네이튼 헤일(Nathan Hale /1755.6,6-1776.9.22)
72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국 독립 기념일’ 풍경
71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4)
70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3)
69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2)
68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1).
67 “젊은 선교회와의 만남”
66 이상한 올킷 꽃
65 하나님의 은혜 (The grace of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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