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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올킷 꽃
이상한 올킷 꽃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노인 아파트 창가에는 연노랑 색 바탕에 진달래 꽃 색깔의 선으로 무늬가 있는 올킷 꽃이 놓여 있다. 우리 부부가 살던 오래 된 아파트를 개조하는 동안, 약 10여 개월간의 모텔 생활을 하고나서, 재 입주를 한 후에 아는 분들을 집으로 초청하여 식사를 대법할 때에 방분하신 분이 선물해 주신 것이다. 받은 그 화분에는 열 송이 정도의 예쁜 꽃들과 아직 피지 않은 몽우리 몇 개가 달려 있었다. 그러나 약 일곱 달이 지난 지금은 싱싱하지 않은 딱 세 송이의 꽃이 달려 있다. 내 경험으로는 비교적 오래 간 올킷 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미국에 와서 처음 올킷 꽃을 갖게 된 것은 약 35년 전이다. 그 당시 산호세 한인 성서 교회를 개척해서 열심히 사역하고 있을 때에 한 신실한 교회 학교 교사가 내 사무실에 두라고 올킷 꽃 화분을 기증했다. 내가 마켓에 갔을 때에, 화초나 꽃 다발을 취급하는 코너에 놓여진
올킷 꽃을 보았지만, 가격이 비싸서 살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지금처럼 올킷 꽃이 일반화 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리라고 생각한다.
 
그 화분을 받고 나서 화분에 채워진 것을 보니 내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나무 껍질 같은 것들로 성성하게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부실하다고 생각하고는, 좀 더 오래 예쁜 꽃을 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하고는 교회 마당에 나가서 빈 나무 껍질 같은 것들 사이사이로 흙을 촘촘히 채웠다. 그리고 가끔씩 물을 흠뻑 주었다.
 
귀한 꽃에 대한 사랑과 아끼는 열정은 좋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쉽게 설명하면, 뿌리가 썩어 얼마 못가서 예쁜 꽃은 시들고 새파랗던 잎들은 누렇게 변했다. 한 마디로 무식의 소치이다. 올킷 꽃을 좋아하지만 말고, 키우는 법을 잘 읽고 공부를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으리라.
 
지난 해(2018년) 1월 중순이 둘째 외 소녀인 이반젤린의 11번 째 생일이었다. 생일 축하 선물로 새빨간 색깔의 올킷 꽃을 선물하였다. 사위와 딸 그리고 다른 두 손녀의 생일에도 집에 장식이 될 것 같아서, 올킷 꽃을 주로 생일 선물로 했다.
 
선물한 대부분의 올킷 꽃은 길어야 여섯 일곱 달이 지나면 꽃 잎들이 시들고, 맺혔던 봉우리들도 시들어 떨어지곤 했다. 물론 적당한 간격으로 물을 주고 신선한 곳에 화분을 놓아두었어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책에서 가르쳐 준 대로 꽃이 피었던 가지의 마디를 잘라서 또 다른 가지가 나와 꽃이 피우도록 해놓고 기다려 보았다. 한 두어 번 성공을 했지만 거의 모두 그냥 시퍼런 잎들만 있었지 새 꽃줄기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둘째 외손녀에게 선물한 꽃은 내 경험을 비웃는 듯 했다.
잘 피었던 빨간 꽃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가고 몇 개 달린 꽃 봉우리가 있지만 이내 시들어 버릴 것이라는 생각에 한 적한 곳으로 치워 놓았다. 그러나 이상하게 그 올킷 꽃의 몽우리들이 점점 자라나서 하나 둘 씩 계속 꽃을 피우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 올킷은 여러 송이의 꽃이 잘 피어 있고, 아직도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가지 마지막에 달린 두 몽우리가 마지막 꽃을 화려하게 피우려고 몽우리가 탐스럽게 자라고 있다.
 
그 올킷 꽃을 사 올 때에 이미 꽃들이 예쁘게 피었기 때문에 골라서 사왔다. 그러니까 내가 골라서 사 오기 여러 달 전에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사 온 이후 약 1년 9개월 이상을 꽃피워주는 올킷 꽃을 볼 때마다 하도 신기해서 쓰다듬어 주고 싶다.
 
나는 왜 그 올킷 꽃이 이렇도록 오래 피는지 알 수 없다. 특별히 관리한 것도 아니다. 그 꽃 자체가 강한 종류인지, 아니면 올킷 꽃이 어릴 때에 잘 재배해서 기본이 강해졌는지 모른다. 그냥 놀랍고 신기할 뿐이다.

                                                     
                                                                                                                                      (201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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