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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2)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2)
 
   지난 월요일(3월 23일) 정제된 식수를 사러 나갔다. 일반적으로 오전 9시에 상점을 열기 때문에 개점 시간 조금 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먼저 온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왜 그럴까 하고 상점 문 앞에 가니 오전 10시로 개장 시간이 변경된 것이다. 그냥 그 자리에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기가 지루할 것 같아서 주변의 마켓에 가서 생필품을 조금 샀다.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좀 더 기다리다가 물을 사가지고 갈까 하다가, 예상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걱정을 할 집사람이 생각났다. 그래서 전화를 하려고 찾아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날 아침 따라 전화기를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할 수 없이 약 20여분 걸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어제(27일) 다시 물병 8개를 가지고
오전 11시 경에 가니 10 여명이 물통을 들고 서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람간의 간격을 약 2 미터정도 떨어져야 하니 그 길이가 제법 길었다. 순서가 되어도 상점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종업원이 통을 가지고 들어가서 가지고 나올 때 까지 멀리 떨어져서 기다려야 했다.
 
   아침 뉴스 시간에 TV를 보니 참으로 진기한 아나운서 데스크를 보았다. 뉴스 진행 아나운서 남, 여 둘이 앉았는데, 뉴스 룸의 테불에 나란히 앉은 것이 아니라, 테불을 새로 만들었는지, 아니면 반을 잘랐는지, 반 토막이 된 것 같은 것이 되어 서로 떨어져서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 아나운서가 말하기를 정부의 지시로 서로 6 피트 이상 떨어져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했다. 또한 일기 예보나 교통 정보를 알리는 아나운서는 자기 집에서 방송을 진행하였다. 정말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교통 정보를 알리는 아나운서가 산프란시스코의 교통상황을 알리면서 드론을 띄워서 번화가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침 8시 뉴스 시간이니 보통 때라면 출근하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이며, 도시에 꽉 찬 차량의 행렬이었을 터인데, 도시가 텅 비었다. 행인들도 없었다. 그 이유는 회사원들이 재택 근무를 하게 되었고, 상점을 열지 않으니 유령 도시 같이 된 것이다. 미국에서 교통난이 심한 산프란시스코로 들어오는 교량에는 간간히 톨게이트를 드나드는 몇 대의 차량들 밖에 없었다. 내가 사는 실리콘 밸리의 경전철도 목요일 자정(26일)을 기하여 운행이 중단되었다. 그 이유는 경전철 운행과 관계된 직원이 감염 확인이 되었는데, 그와 접촉한 직원들을 다 검사해야 하기 때문이 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께서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맞아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때가 내 기억으로는 3월 초가 아닌가 한다. 그 이후 거주지에 머물기, 외국 여행 자제하기, 외국에 있는 미국국민 들어오게 하기, 생산 가공하는 라인들 이외에는 재택근무 하도록 하기 등 총력을 기울여 확산을 막고 있다. 한 전문가의 보고에 의하면, 만일에 방역에 실패하면 미국의 인구 70% 정도가 감염될 것이고 170여 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총 없는 전쟁이다. [국가 비상사태]라는 말에 처음에는 의아해 하였지만, 지금은 왜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간다.
 
   어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일기가 쾌청하고 온도가 높아져서 섭시 80 여도가 되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실리콘 밸리의 날씨가 예년과 같지 않다. 이 곳의 지난 2월의 강우량은 지난 1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하기야 단 하루도 비가 오지 않았다. 그런데 왼 일일까? 3월 화창한 봄 날씨가 화사하게 펼쳐질 새 봄의 기온은 예년에 비하여 낮고, 게다가 이 달의 반 정도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들이었다. 이런 결과로 산에는 많은 눈이 쌓여서. 금년 여름에는 가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28 일도 절반은 비가 오고 반은 하늘에 구금이 잔뜩 낀 음산한 날씨이다. 거의 동부 뉴욕과 비슷한 온도이다. 일기 예보에 의하면 주일인 내일도 비가 내리고, 4월 1일에야 70도를 넘는 날씨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뉴스를 보니 FACEOBOOK의 창립자인 저거버거 부부가 2,500만 달라를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연구 기금으로 기증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어느 풋볼 팀(쎄인트)의 쿼터백은 500만 달라를 퇴치 기금으로 기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렇게 많은 성금을 낸 큰 손에 많은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미국에 힘이 되는 것은 이름 없이 수고하는 많은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방송을 보니 어떤 나이가 많은 할머니는 부족한 마스크를 만들어서 기증하고 있음을 전했다. 구세군과 각 단체에서는 생필품들을 봉투에 담아서 분배하는 일을 자원 봉사자들이나 예비군들이 돕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런 비상사태 시에 도움이 필요한 가정들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아는 목사님의 사모님은 초등학교 교사이시다. 목사님께 전화를 걸 일이 있어서 대화를 나눈 후에 사모님의 안부를 물으니, 학교에 출근하셨다는 것이다. 뉴욕 근교에서 사시니 마땅히 휴교를 하셨으리라 생각했는데, 출근 하셨다는 말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으니, 학생들 가운데서 경찰이나 의료계통 종사자들의 경우에 부부가 다 일을 해야 하는 가정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까지 그분들의 자녀들을 돌보는 일을 하신다는 것이다. 전교가 휴교를 하여도,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고 봉사해야만 하는 가정들을 돌보아 주고자 하는 획일적이지 않은 합리적 배려에 머리가 숙여진다.
 
   정부나 주 정부는 물론 카운티와 시에서도 계속해서 광고하고 홍보하는 것은, 사람 사이의 거리 두기와 손 자주 씻기 그리고 가능한 한 외출하지 않기 등이 계속 반복된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오고 답답한 날들이 길어지게 마련이다. 사실 언제 이런 규제들이 해제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최소한 각급 학교가 개교할 예정일이 5월 1일이라고 하더니, 개학 없이 여름 방학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가깝한 상태가 계속되리라고 생각한다. TV 뉴스를 시청하다 보니, 이런 시기에 호황을 누리는 사업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것이 아니라, 마리화나 가계가 성업 중이라는 것이다. 약 4년 전만하더라도
캘리포니아에서는 마약인 마리화나는 의약용 이외에는 재배와 판매가 금지 되었었다. 그런데 주민 투표에 의하여 리크레이션 마리화나라는 미명하에 버젓이 판매하게 되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의 구매로 인하여, 맛을 본 사람들이 상습적으로 피우는 사람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해본다. 당부를 하기도 했다.
 
   정부로서는 딱한 형편에 놓인 국민들의 위하여 미국에서 세금을 내는 성인 가운데 80% 정도에게 1인당 1,200불의 지원금을, 어린이들에게는 한 명당 500 불을 지원하는 2조 억 달라를 넘는 예산을 상하 양원 양당 일치로 가결하였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는 없어도,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하나 된 힘이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이상에 열거한 사항들은 40여년 이민 생활에서 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다.
 
 
                                                                                                                                                                       (2020. 03.29)
Number Title Reference
76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성탄절 풍경
75 고 박창환 학장님을 추모하며
74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예배 진행
73 네이튼 헤일(Nathan Hale /1755.6,6-1776.9.22)
72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국 독립 기념일’ 풍경
71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4)
70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3)
69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2)
68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1).
67 “젊은 선교회와의 만남”
66 이상한 올킷 꽃
65 하나님의 은혜 (The grace of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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