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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 타워 57호 (20)
20개월의 ‘리버티 타워’ 생활을 마감하고….
 
10월 하순에 수잔이라고 하는 여자분이 전화를 걸어왔다. 자기를 소개하면서 ‘휄로십 프라자’ 노인 아파트의 직원이라고 했다. 내게 전화를 건 이유는 오래 전에 입주 원서를 냈는데, 당신 차례가 되었다는 것이다.
 
약 오년 반 전에 휄로십 프라자에 사시는 아는 집사님이 오늘 아침부터 입주 원서를 주는데, 빨리 오라고 하셨다. 소식을 받고 갔지만, 새벽 부터 기다린 입주 지원자들이 많아서 삼백 명까지만 주는 원서를 거의 마지막 쯤에나 받게 되었다. 노인들이 어디서 어떻게 소식을 듣고 오셨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에 본 것은 대부분이 중국 분들이 많이 신청을 하는 것이었다. 쏘련 사람과 미국 사람들도 있었든 것 같다. 물론 한국 분들도 상당수 오셨다. 이상한 것은 인도 사람이나 아랍 계통 또는 맥시코, 월남 분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리버티 타워나 휄로십 프라자나 마찬가지다.
 
입주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여 접수한 후에 얼마 지나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신청자 가운데서 150명까지 입주 예정자를 선정했는데, 내가 마지막 번호인 150번이라는 것이다. 아는 분들의 말을 들으니 그 정도의 번호는 아마도 6,7년은 기다려야 될 것이라고 했다. 휄로십 프라자는 사라토가라는 산이 있는 부촌에 자리잡고 있는 노인 아파트이다. 이 실버 타운에는 사설 양로병원과 아직 건강한 노 부부들을 위한 주택들과 고급 아파트가 낮은 산 자락에 질서있게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 입주자가 세상을 떠나거나 어떤 특별한 일이 있어서 이사를 가기 전에는 빈 자리가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를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서 먼저 나온 리버티 타워에 들어갔다. 집사람과 나는 그 곳이 우리 부부가 이 땅에 사는 마지막 거처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왔다.
 
11월 초순에 인터뷰를 하고 서류를 다 작성하여 싸인을 한 후에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돌아왔다. 우리 부부의 생각에는 2013년 1월 쯤에 연락이 오지 않으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11월10일 수잔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2012년 12월 18일에 입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렇게 빨리 연락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 20개월간 리버티 타워에 사는 동안 내가 아는 사실 만으로도 세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내가 목회할 때에 교인이었던 분은 치매 증상이 와서 내가 가까이 가서 인사를 해도 아는 척도 하지 않으시는 것이다. 사업을 하시다가 어려움을 당하신 후에 큰 수술을 하신 한 한국분 아저씨는 날이 갈수록 무표정해 지신다. 점차 치매증세가 오는 것 같다. 하신 말씀을 수 없이 반복하신다. 대부분의 입주자들의 얼굴에는 외로움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 있는  분들이 많다. 안타깝다. 하기야, 나도 어느 날엔가는 기력이 쇠잔해 지리라. 그렇더라도 가능한 한 움직이고 사람들과 만나고, 젊은이들을 격려하는 힘찬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하리라.
 
연말을 당하여 이일 저일도 있고, 이사를 도와주실 동역자님들도 분주할 것 같아서 이사일을 12월 28일로 정하였다. 12월 18일에 수잔에게서 앞으로 살 아파트의 안내를 받고 열쇠를 받았다. 리버티 타워는 스튜디오였기 때문에 밤이나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움직일 때면 집사람이 깰 것 같아서 조심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손님을 초대하기가 너무 비좁았던 겄도 사실이다. 침대와 책상겸 식탁 부엌이 거의 붙어있는 느낌이들 정도로 비좁았다. 게다가 내 책꼿이들이 한 벽면을 꽉채웠기 때문에 운신하기가 비좁은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 휄로십 프라자는 거실과 방이 있다. 리버티 타워의 면적에 거의 배나 된다.
 
리버티 타워에서 사귀던 분들에게 미리 일리면 섭섭해 하실 것 같아서 떠나기 전날인 27일에 이사할 것을 알렸다.  모두들 놀라시면서 섭섭해 하셨다. 미처 알려드리지 못한 분들은 이틀 후에 다시 방문해서 인사를 드렸다.
 
결혼 41년에 정말 이사를 많이 했다. 딸 아이가 이사 후에 외손녀들을 데리고 방문해서 “아빠 엄마의 마지막 거처가 되겠네요.”라고 심각하게 말했다. 그렇다. 아마도 ‘휄로십 프라자’가 우리 부부의 지상에 머무는 마지막 우거처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뜻 깊게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리라. 거룩한 삶, 사랑의 삶을 살면서 주님 앞에 서는 그 날까지 충성된 종으로 살아야 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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