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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민하식 장로님을 추모하면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장로님을 추모함.
민하식 장로님을 추모하면서,
 
지난 금요일 사순절을 지내시고, 맞이하실 부활절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 장로님께 전화를 드렸지만, 장로님의 음성을 듣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내가 건 전화를 받지 못하시면 메시지를 들으시고는 곧 전화를 주시던지, 아니면 그 다음 날이면 어김 없이 전화를 주시면서, 기쁘게 안부를 물으시면서 “사실 내가 먼저 전화를 해야 하는데, 늘 걸어주신 전화를 받아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건상상 병원에 입원하신 것은 아닐까 하면서,전화를 주시지 않는 것에 대하여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미 부활주일은 지났지만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 오늘(월요일) 오전 8시 30경에(그 곳 시간은 10시 30분이 됨) 시카고에 사시는 민하식 장로님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를 하지 못했다. 장로님은 84세를 이 땅에서 사시고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신 것이다.
 
사무실로 출근하여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전화를 주셨다. 그 분은 자신이 민하식 장로님 사위라고 하시면서, 장로님 전화번호를 반납하기 전에, 메일을 열어 보다가 내가 보낸 전화와 메시지를 듣고, 꼭 전화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걸었다고 하셨다. 사위 되신다는 분이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나즉한 목소리로 “장로님은 지난 3월 2일에 소천하셨습니다.”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 말씀이 믿겨지지가 않아서, “지금 무엇이라고 말씀하셨어요?”라고 다시 물었다. 그분의 대답은 “장로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장로님은 지난 2월 말에 폐렴 증세가 있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5일간 병원에 계시다가 3월 2일에 평안하신 모습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내가 장로님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날은 지난 2월 25일(목)오후였다. 내가 전화를 올리든지, 아니면 장로님이 주시던지 하면서 지난 15년간 장로님과 매우 가깝게 지냈다. 장로님은 연세에 비하여 매우 건강하셨고, 생각하시는 것이 젊으시며, 건강 관리를 위한 운동을 꾸준히 하신 분이시다. 그리고 늘 독서와 말씀 묵상에 힘쓰신 어른이시다. 성격은 밝으셨고 음성은 늘 힘차신 분이셨다. 인간 관계에서는 의리와 진실 그리고 돌보아주시는 희생정신이 있으셔서 많은 분들에게 존경을 받으신 어른이시다. 내가 속한 교단의 한인 총회에 회계와 부총회장을 역임하시면서 교단의 발전에 힘쓰셨고, 섬기시는 교회의 부흥과 발전을 위하여 성실하게 섬기심으로써,교우들에게 본을 보이신 분이셨다.
 
내가 민하식 장로님을 뵙기 시작한 것은 지금 내가 속한 교단에 가입한 1994년 가을이었다.
총회에 참석을 때에 머리를 스포츠 형으로 깎으신 어른이 매우 친절하게 인사를 하시면서 반갑게 대해 주셨다. 그 당시 총회 부총회장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긍정적이시며 발전적인 의견을 갖으셨고,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능력이 뛰어나신 분이셨다. 그 이후에는 총회 때마다 반갑게 뵙는 시간을 가졌다.
 
2000년 가을 동부 뉴저지에서 있었던, 한인총회에서 내가 감독으로 선출 된 이후에 민 장로님을 더욱 가까이서 뵙고, 연락을 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내가 감독으로 선출된 그 해에 총회 회계로 장로님이 수고하셨다. 총회 사무실은 남가주에 있었지만, 회계로 수고하신 장로님은 시카고에 계셨다. 그러니 어떤 일에는 전화를 드려 회계에 대한 것을 의논드려야 할 사항들이 있었다.
 
장로님과 매우 가깝게 된 것은, 장로님의 지도자로서의 성품 때문이었다. 내가 총회 일로 중부 지역회에 속한 교회가 많은 시카고를 방문하여 교회의 순방과 목사 고시, 연례 한인총회 준비, 목사 이취임식을 하는 일들을 위하여 방문할 때면, 여러 젊은 목사님들이 계셨지만, 그 당시에 이미 은퇴하신지 여러해가 되신 장로님이 친히 공항에 나오셔서 반겨 주시고, 숙소까지 데려다 주셨다. 식사때가 되면 늘 관심을 가지시고 챙겨 주셔서 업무를 힘차게 볼 수 있게 힘을 북돋아 주셨다. 그리고 그 곳을 떠날 때면 반드시 공항에 데려다 주시고 손을 흔드시면서 보내주셨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속한 미국 교단인 C&MA 교단의 한인총회가 시작된 곳은 시카고 지역이었다. 내가 감독직을 수행할 때는 미국 교단에 가입한지, 이미 약 20여년이 지났기 때문에, 상당한 역사가 쌓여 있었다.
그러므로, 교단에 속한 교회와 목회자님들에 대하여 잘 알아야 내가 맡은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므로, 한인총회가 시작된 때부터 함께 해오신 장로님을 통하여 한인총회의 산 역사를 생생하게 교습 받을 수 있었다. 장로님은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셨기 때문인지 매우 유익한 자료와 의견들을 주셨습니다. 그러니까 저의 총회 사역의 멘토중의 한 분이셨습니다.
 
2001년은 내가 감독 사역을 시작한 첫 해였다. 정말로 많은 날들을 집을 떠나 있어야 했다. 일년에 약 160일 정도를 미국 전역에 산재해 있는 한인총회 지역회와 그에 속한 교회들을 돌보는 일, 그리고 미국 총회의 회의와 훈련등에 참석하기 위해서 뛰어다녔다.
 
그런 가운데서,시카고에 있는 지역 교회들을 방문해야 할 일이 있어서 2011년 9월 초에 그 곳에 갔었다. 일을 마치고 비행장으로 나가기 전에 그 지역을 방문했지만 거리 관계로 만나지 못하고 떠날 수 밖에 없는 목사님께 인사를 드리고자 전화를 했다. 지금 공항으로 나가기 전에 인사를 드린다고 하니, 그 목사님께서 “목사님 지금 공항에 나가시면 안 됩니다! TV를 빨리 켜 보십시오!”라고 소리를 지르시는 것이 아니가. 목사님의 말씀대로 즉시 실행하였더니, 뉴욕 쌍둥이 빌딩에 여객기가 부딛혀서 무너져 내리는 처참한 모습이 눈을 고정시켰다. “세상에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다니…” 말문이 막혀다.
 
남가주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래야 갈 길이 막혔다. 갈 길을 알아보니 기차 표도 다 매진 되었고, 렌트카도 다 나갔다고 한다. 할 수 없이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서 긴 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통화해서 다음에 떠날 비행기 탑승 번호를 받고, 그 다음 날에 공항으로 가면, 그 날도 공항이 폐쇠되었다. 그러므로 또 다시 전화를 어렵게 걸어서 예약을 하기를 한 일주일 정도를 했지만, 불가능했다. 그 당시 미국의 공항이 다 마비된 관계로 그렇게 된 것이다.
 
할 수 없이 민 장로님과 함께 의논한 다음에, 최종적으로 그레이하우드 장거리 버스를 이용하여 남가주로 돌아갈 것을 결정하고 버스 터미날로 갔다. 사실 오래 전 고국의 교통 사정이 나쁠때에 명절이 되면 고향으로 가는 귀성객들이 서울역에서 대 혼잡을 이루는 것과 같은 진풍경이 미국에서도 일어난 것을 보고 놀랐다.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겨우 한 장의 서부행 표를 삿다. 그 혼잡한 터미날에서 연세가 높으신 장로님이 땀을 흘리시면서 끝까지 함께 해 주셨고, 잘 가라고 배웅해 주셨던 장로님을 통하여, 믿음의 선배가 보여주신 배려와 어려움에 끝까지 함께 해 주신 모습은 지금도 지울 수 없는 아름다운 장로님과의 추억이다.
 
몇년 전에 내가 그간 썼던 신앙시를 모아 ‘주여! 나의 생명을’이라는 찬양시집을 출판하여 장로님께 한 권을 보내 드렸다. 그 후에 장로님의 말씀에, 매일 한 편의 시를 아침마다 읽으시고 묵상하신다는 놀라운 말씀을 주셨다. 사실 정성껏 만들어서 보낸 시집을
매일 한 편씩 읽고, 주님을 섬기는 삶의 여정을 공감하며 이해하고자 시간을 쓰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이 나로서는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감독직을 끝낸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달 한 번 정도를, 절기가 되면 격려해 주시기도 하시고, 격려의 전화를 드림으로 옛 정을 더 두텁게 하여 오셨던 존경하는 장로님이 이제는 이 땅에 계시지 안으신다니. 정겹고 힘찬 음성과 번뜩이시는 지혜의 말씀을 들을 수 없다니.
그러나, 장로님이 남기신 삶의 귀한 가치들, 보여주신 삶의 의미들은 함께 신앙생활을 하셨던 교우들과 지극히 아끼셨던 따님의 가족 모두의 가슴에 길이길이 남아 열매 맺을 것을 믿는다.
 
존경하는 민하식 장로님! 주님 품안에서 영생의 복락을 누리시면서, 주님을 찬양하시는 환한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집니다.
 
(201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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