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휄로십 플라자 A202
누렇게 변한 잔디밭
캘리포니아의 심각한 가뭄 현상.
누렇게 변한 잔디 밭들.


잔디밭에 대한 인식은 짙은 녹색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는 이 도시는 물론 캘리포니아 전역의 잔디 밭은 녹색이 아니라, 누런 색이다.
약 3년 전에 딸네가 이사 들어간 집은 집은 잘 완성되었지만, 잔디 밭과 정원이 안 된 집이었다. 이사를 가서 여러 달이 지나서야 잔디를 깔았으니, 잔디를 깐지가 약 2년 남짓하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사위가 물을 끊고 주지 않아서, 뒷 뜰의 풀밭은 물론, 집 앞 도로와 접한 잔디 밭도 점차 퇴색해 가더니 이제는 이주 누렇게 죽어 버렸다.

우리 딸네 집만이 아니라, 많은 주택과 공원도 다 누렇게 죽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캘리포니아의 누적된 가뭄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비가 예상 강우량 보다 현저히 적게 와서 이제는 식수를 걱정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주지사가 주택은 물론, 모든 관공서와 기업체에 전에 사용하던 물의 1/3이상을 줄이도록 지시를 내렸다. 물을 절약하지 않는 집은 경고를 하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 하게 된 것이다.
내가 보기에 가는 곳마다 잔디가 죽도록 놔 두는 것은 벌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시민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에 의하여 시행되고 있다고 본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상류층들이 사는 동네에 위치해 있는 정부 아파트이다. 아침마다 걷기 위하여 동네를 돌 때에 보면, 큰 저택의 넓은 잔디 밭이 다 누렇게 죽어가고 있다. 사실 그 집 주인들이 벌금 정도가 부담이 되서일까? 아니다. 주 지사의 공고를 듣고 함께 사는 민주사회의 주인으로써, 집의 미관이 엉망이 되어도 감수하고 따르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TV에 나오는 광고를 보면, 인조 잔디에 대한 것이 자주 나온다. 수요가 많아져서일 것이다. 그런데 기발한 것은, 인체에 무해한 녹색 물감을 누렇게 된 잔디 밭에 뿌리면 약 3개월 정도 유지되는 것이 개발 되어, 그것을 뿌려 누렇게 된 잔디 밭을 녹색으로 바꾸는 집들도 있다.
 
내가 사는 실리콘 밸리의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애풀, 구글, 야후 등 굴지의 회사들이 계속해서 직원을 늘리므로, 주택난이 심각하다. 인구는 늘고, 집을 많이 짓다 보니 물 부족 현상은 좀처럼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손가락을 이리 저리 휘저으면, 세상의 모든 정보와 사건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들을 만드는 이 지역도, 물 사정이 지금같이 계속되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중의 하나는, 캘리포니아 중부의 넓디넓은 농장과 과수원이 문제다. 농수를 절감하니 생산량을 줄일 밖에 없을 것이다. 땅이 갈라지는 터에 무엇을 심을 수 있으랴. 심은 것도 물을 충분이 주지 못하니 수확이 날 리가 없다.
 
이렇게 계속되면 경제적인 부를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무색해질 날이 올 것 같다. 그저 마실 물이나 있고, 먹을 양식 정도만 있어도 부자라고 생각할 날이 올 것 같다. 앞으로는 절제하고, 서로 나누며 사는 것이 몸에 배어 살지 않으면 사회가 유지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본다. 늘 풍요롭게 자연의 혜택을 누려오던 캘리포니아 주가 당면한 현실 앞에 인간이 내놓을 수 있는 묘책은 무엇이 남았을까 자문해 본다.
 
(2015년 7월 16일)
 
 
 
 
 
 
 
Number Title Reference
35 누렇게 변한 잔디밭 캘리포니아의 심각한 가뭄 현상.
34 매리 코헬로 노인 아파트을 주민들을 위해 수고한 분을 추모하며.
33 신기록
32 붉은 선인장 꽃 한 송이
31 영웅 외손녀 나오미의 작문
29 봄이 보여주는 향연을 보면서
28 기분이 이상해요. 외손녀인 캐리스와 함께하며...
27 천정에 드리워진 십자가
26 성탄절 즈음에 있었던 일들
25 그라지 세일
24 웬 새둥지가!
23 할아버지....... .
Page: (5/7), Total: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