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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새둥지가!
웬 새 둥지가!

7월 23일 수요일, 고속 도로의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서 다른 날보다 조금 빠른 오후 4시 경에 사무실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 입고, 발코니의 국화 꽃을 보니, 더위에 잎이 시들어 가고 있었다.
이내 물을 받아서 화분에 부어 줄 때에, 갑자기 날개가 조금 달린 새끼 새4 마리가 날갯 짓을 하며 뛰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당한 현상에 매우 놀라서 뒷 발걸음을 쳤다. 그러나 새들이 뜨거운 햇빛의 직사 광선을 받으면 곧 죽을 것 같아서 빨리 새끼들을 잡아서 다시 화분 안으로 넣어 주었다. 국화가 제법 크게 자라서 무성해진 화분의 가지를 제치고 잘 살펴 보니, 아주 예쁜 새둥지가 있었다. 내가1주일 만에 한 번씩 물을 주었는데, 그 때마다 화분 가상자리에 물을 부었다. 그런데 새 새끼들이 뛰어나온 그 날에는 화분 중간에 물을 힘차게 부었다. 그러니 새둥지에 물을 부은 것이다. 갑자기 물 벼락을 맞은 새들이 기겁을 하고 뛰어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기 새끼들이 뛰어 나오니 나무 가지에 앉아 있던 어미 새 한 쌍이 어쩔줄을 모르고 지저귀며 화분 주위를 날아 다녔다.
 
놀란 새끼 한 마리가 다시 뛰어 나와서 1층 풀밭으로 떨어졌다. 급히 내려가서 다시 주워 화분에 있는 둥지에 넣어 주었다. 네 마리의 새끼가 무사히 둥지에 있다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기를 바라면서 그 날 저녁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국화 화분의 가지들을 살짝 비집어 확인을 하려고 하자, 깜짝 놀란 어미 새가 급히 어디론가 날아갔다. 자세히 보니 둥지에는 두 마리의 새끼만 있었는데, 한 마리만 살아 있고, 한 마리는 둥지 바닥에 죽어 있었다. 그리고 두 마리는 1층 풀밭으로 뛰어내렸는지 없었다. 급히 풀밭으로 내려가서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얼마 전부터 참새보다 조금 작은 귀여운 새 한 쌍이 우리 아파트 발코니를 배회하면서 이리 저리 바쁘게 날아 다니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사는 아파트가 마음에 드는가 보다. 우리들의 마음이 좋아보이나본데…” 하면서 웃었다. 여하튼 새 한 쌍이 아파트 앞 나뭇 가지에 앉어서 울기도 하고, 이리저리 빠쁘게 날아다녔지만, 우리가 사는 발코니에 있는 화분 안에 둥지를 틀었는지는 정말 몰랐다. 그 이유는 둥지를 틀 풀들을 입에 물고 오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미새들이  풀을 물고 와서는 우리 부부가 볼 수 없는 발코니 바깥 쪽에서 우거진 국화꽃 가지 사이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미새들이 화분 안에 있는 것을 본 적도 없고, 집을 지었으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남은 한 마리라도 잘 커서 날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무실로 향했다. 궁금하던 차에 퇴근 후 제일 먼저 가 본 곳은 발코니였다. 조심스레 국화꽃 가지를 열어보니 살아 있던 한 마리가 어디 갔는지 없어졌다. 새끼 새가 떨어졌는지 궁금해서 1층 풀밭으로 가서 보아도 없었다. 아마도 새끼 세 마리를 잃은 어미새가 데리고 어디로 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매우 허전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년에도 혹시 다시 와서 새끼를 낳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새 둥지를 그대로 두고 있다. 아침과 저녁에 우리 부부가 걸면서 똑 같이 생긴 새들이 노는 것을 볼 때마다, 나의 실수로 새들의 가족을 분산시키고 죽게 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201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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