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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
신기록
 
누구나 자신이 잊지 못할 기록들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군대 가기 전에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일할 때에, 도면을 기일 내에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낮밤 없이 3일 정도를 꼬박 새워 일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시험을 잘못 보아서 떨어졌으리라 생각했고, 사람들마다 수험 번호가 464 번이니 죽을 ‘4’자가 두 개가 있어서 분명히 떨어졌을 것이라고 했던 고등학교에 합격한 것이다. 또한, 고등학교 1학년 첫 번 중간 고사에서는 입학 된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좋아서 들떠 있어서였는지, 꼴지에서 두 번째 성적을 가진 일도 있었다. 뭐 뚜렸하게, 남에게 내놓을 만한 기록을 가진 것은 없다.
 
지난 5월은 나의 목회 생활에 가장 바쁜 일을 소화한 기록을 남긴 한 달이었다.
매주 타 교회 설교를 부탁 받았다. 믿지 않는 분의 장례식을 치뤘다. 그 위에 5월 25일 부터 28일까지 남가주 오렌지 키운티에 있는 가든 그로브에서 내가 속한 교단이 한인 총회가 있어서 다녀왔다. 그리고 지금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같은 층에 있는 사무실로 이사를 갔다. 아는 분들이 도와준다고 하셨지만, 사무실 옮기는데 바쁘신 분들의 시간을 빼았는 것 같아서 혼자 하기로 결심하고, 약 2 주에 걸쳐서 주말마다 정신 없이 짐을 날랐다. 이사가는 사무실은 내가 쓰고 있던 사무실을 무료로 쓰도록 선처해 주신 김원철 집사님이 친히 쓰시던 사무실에 독립된 방(그러니까 사장실)이다. 약 3년 반 전에 써니베일에서 이곳 공항 근처로 올 때는 책들을 여러 목사님들에게 드려서 짐을 많이 줄여서 왔었다. 그런에 후에 시집 출판도 했고 남은 재고며, 이런 저런 책들을 사서 읽고 쌓아둔 것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더도 전에는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던 캐비넷이나 파일 캐비넷을 혼자 옴기는것이 좀 부담되었다. 이상의 여러 가지 일을 치룬 것은 아마도 신기록을 세운 5월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집 사람이 비행기를 타지 못하므로(어지러움과 밀폐 공간 거부증 때문에)교단 한인 총회를 섬겼던 나이지만, 집 사람 혼자만 아파트에 두고 갈 수가 없어서 모든 총회나 회의에 참석할 수 없어서 늘 마음에 미안했다. 그래서 모임이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거리에서 있으면, 집 사람과 함께 차로 모임에 참석하였다.
 
내가 사는 실리콘 밸리에서 그 곳까지는 자동차로 약 7시간 정도의 거리이기 때문에, 이곳에 사는 목사님 한 분과 함께 동승해서 내 차로 총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내가 총회에 참석하는 것을 안 감독님께서 총회 개회 예배 설교를 부탁하셨다. 적극 사양하고 싶었지만, 모임에 많이 참석하지도 못하던 차에, 모처럼의 부탁을 사양할 수 없어서 순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답을 하고 나니, 목사님과 사모님들 앞에서 설교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왔다. 주제는 감독님이 정하신 ‘우리 함께’라는 것으로 했고, 설교 본문도 감독님이 은혜 받은 말씀으로 했다. 신명기 1:19-21절을 중심으로 해서 증거했다. 설교 준비를 위해서 많은 시간을 썼다. 여러 번 수정을 거쳐서 완성했지만, 어느 설교자나 다 느끼는 미완성의 설교에 불과한 것이었다. 최선을 다하고자 준비를 하고 기도하고 있었는데, 전 편에 쓴, 불신자 한 분의 장례식을 집례하는 일이 겹쳤다. 믿는 분, 아는 분의 장례는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불신자의 장례는 분위기가 무겁고, 준비가 미흡하기 쉽고, 시신을 묻기 전에 치루는 한 예식 정도 같은, 유족들의 태도 같은 것들로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목회자가 없는 교회에서 5월 마지막 주일 설교를 부탁받았다. 차마 할 수 없다고 사양하기가 어려워 대답을 했다. 그러니까 총회를 끝나고 운전을하고 올라와서 쉬지도 못하고 또 설교 준비를 위한 묵상과 연구와 기도를 해야하는 것이었다.
 
나의 짧은 삶에 신기록은 바쁜 오월의 일정을 소화한 것만이 아니다.
일곱 시간 정도를 운전하고 내려가서 조금 쉰 후에, 개회 예배 설교를 했다. 떠나기 전날 밤에는 왠지 잠이 안와서 한 3세 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다. 함께 내려간 목사님은 미국에 오신지가 한 5년 정도 되셨지만, 남 가주 지역을 한 번도 운전해서 가신 적이 없으셔서, 내가 운전을 하고 갔다. 남가주와 북가주를 수 없이 운전을 해서 다녔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피곤이 빨리 오는 것을 느꼈다. 설교를 하는 가운데 힘이 조금 달리는 것을 느겼다.
 
그 다음 날은 총회 회무를 위해서 회의를 했고, 그 다음 날은 멀지 않은 곳에서 모이고 있는 C & MA전 교단 총회가 모이는 롱 비치에 목사님들이 다녀 오셨다. 나는 그 곳에 가지 않고, 오후부터 시작할 강의를 정리했다. 내가 한 강의는 ‘함께 승리하는 리더’라는 제목의 세미나이다. 리더십의 강사로 잘 알려진, 죤 맥스웰의 강의를 집약한 6 강좌로 된 것이다. 이왕 내려가는 길에, 개척교회를 하시는 분들을 격려하고 그 분들의 리더십을 계발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계획한 것이었다. 책 값을 포함해서 강사 매뉴얼 그리고 소정의 격려금까지 모두 내가 운영하고 있는 C.L.A에서 지원했다. 이것은 나의 사역에 진 일보한 기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 뿐만 아니라 내가 하루에 약 7시간 정도를 오후 시간에 강의한 것은 처음이다.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해서 5시에 끝나고, 저녁을 먹은 후 6시 부터 9시 30분에 강의를 마쳤다. 약 7시간을 강의 한 것이었다. 무사히 마치고 그 다음날 다시 실리콘 밸리로 돌아왔다. 목이 많이 상해서 말이 잘 나오지 않은채로….
 
집에 돌아와서 쉬고 싶지만, 주일(5월 31일)에 있을 설교를 준비하고 다듬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설교를 다 완성했어도, 목이 상해서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소금 물, 식초 물로 목을 적시고, 이웃에 사는 권사님은 빵 만드는 소다를 미지근한 물에 타서 목젓을 부드럽게 해야 한다고 해서 그것도 했고 모과차가 목에 좋다고 보내 주셔서 그것도 마셨다. 하루 이틀에 목소리를 위해서 백방으로 실험해 본 것도 이번이 기록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비록 힘들기는 했지만, 부탁 받은 교회에 가서 준비한 설교를 힘차게 증거할 수 있었다. 이것 또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지난 오월에 섬세하게 도우셨음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어서 감사하다.
 
 
(주후 2015년 6월 18일)
Number Title Reference
35 누렇게 변한 잔디밭 캘리포니아의 심각한 가뭄 현상.
34 매리 코헬로 노인 아파트을 주민들을 위해 수고한 분을 추모하며.
33 신기록
32 붉은 선인장 꽃 한 송이
31 영웅 외손녀 나오미의 작문
29 봄이 보여주는 향연을 보면서
28 기분이 이상해요. 외손녀인 캐리스와 함께하며...
27 천정에 드리워진 십자가
26 성탄절 즈음에 있었던 일들
25 그라지 세일
24 웬 새둥지가!
23 할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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