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휄로십 플라자 A202
붉은 선인장 꽃 한 송이
붉은 선인장 꽃 한 송이
 
목회를 하다 보면, 매우 난감할 때가 있다. 교인들을 통하여 예수님을 믿지 않는 젊은들의 결혼 주례를 부탁 받았을 때가 그 한 예이다. 원칙을 벗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 나는 결혼 대상자들이 6번 정도를 나와 만나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기간을 통해서 성서적 결혼관을 소개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하나님이 내려 주시는 복을 받아야 하는데, 그 길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영접해야 함을 말하고자 함이다. 대부분을 6번의 만남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 하면서 부탁을 취소한다.
 
다른 하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된 분들의 이름을 대면서, 교회의 직분을 주는 것이 어떤가하고 부탁이 들어올 때이다. 주님을 섬기는 일꾼이 되고자 함은 매우 중요한 마음 가짐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성서에 주신 지도력을 갖기 전에 가져야 할 과정과 성품과 훈련과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의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품성과 행동과 세계관이 세상 사람과 별다름 없이 사는 분이, 세상에서 좀 알려졌거나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세워서는 안 된다. 내 생각을 이미 아는 신자들은 선의로나마, “목사님, 맑은 물에 고기가 끼지 않습니다.”하거나 “아마 그 분이 다른 교회로 갈 것 같은데요.”라고 욱박지르는 말도 한다.
 
이미 은퇴를 했지만, 일꾼들을 세우는 것과 주님 모르는 사람들을 전도해야 할 중요성 때문에 작은 공동체를 형성해서 일하고 있다. 모임에 나오는 분들과 불신자 친구들을 전도하는 일을 놓고 의논하고 기도해 왔었다. 전도 대상자 가운데 한 분은, 건강이 좋지 않으신 분이시라, 가족들이 다 일을 나가면, 혼자 자기의 집 차고 앞에 나와서 혼자 앉아 있곤 하시는 분이셨다. 몇 번 방문해서 기도도 하고 복음도 전했다. 그러나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주님을 영접하지는 않은채 시간이 지났다. 가끔 집에 계신가 하고 찾아가 보아도 차고 앞에 앉아있지 않으시고, 집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안계셔서 돌아오곤 했다. 나중에 들으니 건강이 조금 좋아지셔서 일을 나가신다고 했다. 그러던 중에 지난 5월 하순, 그 분을 잘 아시는 분을 통하여 갑자기 집 차고 앞에서 넘어지셔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목회자에게 또 다른 부담은, 주님을 믿지 않으신 분이 세상을 떠났을 때에 장례를 부탁해 올 때이다. 위의 분도 주님을 영접하지 않은채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닌가. 그 분이 세상을 떠나신지 3일 후에 내게 장례를 치뤄주실 수 있는가 하는 연락이 왔다. 그것도 유족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에 계신 분을 통해서 왔다. 세상을 떠나신 분의 부인은 전에 교회에 다니셨지만, 아주 긴 기간 동안 신앙 생활을 하지 않아서 부탁할 목사님이 없으신 것 같았다. 장례식을 기독교 식으로 할 것인가를 확인하고 내가 맡기로 했다.
 
인생이 매우 짧다는 것, 하나님이 주신 생명이 있을 때에 보람된 삶은 살아야 한다는 것과 죄로 영벌을 받을 인간을 위하여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이 땅 위에 보내신 것, 그리고 그 분을 믿음으로 영생을 얻는 다는 복음의 핵심을 전했다. 미국 생활 35년 가운데서, 이 지역에 25년 정도를 살았기 때문에 조문객 가운데서 그래도 아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60여명 가운데 두어 사람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 모르는 분들이었다. 정말로 많은 분들이 신앙 생활을 하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장례식을 치룬 그 다음 날, 이른 아침 걷기 운동을 하기 위하여 집 사람과 함께 아파트 문을 열고 나가는데, 문 앞에 아주 예쁜 프라스틱 쟁반에 신선하고 선명한 붉은 색 선인장 꽃 한 송이가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혹시 어제 장례식을 집례해 준 것이 감사해서 유족들이 한 것인가? 그것이 가능하지 않은 것은 그 분들이 내가 사는 곳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파트 내로 외부인은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선인장을 키우는 분들 가운데서 내게 너무나 꽃이 예뻐서 한 송이를 선물한 한국 입주가가 한 것일까? 우리 부부가 걷고 와서 집 사람이 한국 입주자들의 아파트 발코니를 다 살펴 보아도 그런 꽃이 있는 선인장을 키우는 분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앞 건물인 B동 2층과 멀리 떨어져 언덕에 있는 D동의 3층 중국 사람이 사는 아파트에는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 분이 아닌, 다른 두 곳에만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분들과 친분도 없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장례식과 하관식 내내 긴장했던 제게 그 선인장 꽃 한 송이는 매우 귀한 선물이었다. 그 선인장 꽃이 하도 예쁘고, 신기하게 생각되고, 또한 귀해서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주후 2015년 6월 18일)
 
Number Title Reference
35 누렇게 변한 잔디밭 캘리포니아의 심각한 가뭄 현상.
34 매리 코헬로 노인 아파트을 주민들을 위해 수고한 분을 추모하며.
33 신기록
32 붉은 선인장 꽃 한 송이
31 영웅 외손녀 나오미의 작문
29 봄이 보여주는 향연을 보면서
28 기분이 이상해요. 외손녀인 캐리스와 함께하며...
27 천정에 드리워진 십자가
26 성탄절 즈음에 있었던 일들
25 그라지 세일
24 웬 새둥지가!
23 할아버지....... .
Page: (5/7), Total: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