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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삼천여 장의 원고를 정리하면서.
약 삼천 여장의 원고를 정리하면서.
 
금년12월 중순 경에는 내가 사는 노인 아파트에서 잠시 나가서 살아야 한다. 이 건물을 사십 여년 전에 지었기 때문에 재 건축을 하기 때문이다. 공사 기간이 약 네 달 정도 걸린다고 한다. 때로는 공사 기간이 좀더 길어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미국에 이미 온지 37년이 되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믿지 않을지도 오르지만 이민 생활에서 오늘까지 21번의 이사를 했다. 유목민들 처럼 장막을 치고 살다가 또 다른 곳으로 옮기는 나그네 같은 삶을 살아왔다. 비록 긴 지간은 아니지만 이번에 다시 이사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22번의 이사를 하는 셈이다.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님의 부름을 받을 그 날까이 이 땅 위에서 거할 마지막 우거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이사를 할 때마다 힘든 것이 한 가지가 있다. 내게는 가진 세간이라고는 별로 없다. 고작 몇 개의 책장과 경대가 달린 설합장(3년 전에 이 아파트에서 한 그라지 세일 할 때에 구입한 것)과 비닐로 된 옷 넣는 설합달린 상자 같이 생긴 것이 전부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다. 미국으로 이민 올 때에 고국 젊은 선교회에 대부분의 책을 기증했고, 이민용 가방 몇 개에 옷가지를 가지고 왔는데, 언제 그렇게 만은 책이 쌓이게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 가 없다.
 
내가 교단 한인 총회 감독직을 마치고 남가주 오랜지 카운티에 있는 풀러톤에서 뉴 져지로 이사 갈 때에도 책을 정리해서 선교를 하는 단체에 기증했다. 뉴 져지에서 북가주로 와서 써니베일에 있는 사무실에서 지금 사용하는 사무실로 올 때에도 몇 목사님께 적지 않은 책을 드렸다. 그런데 이 번에 잠시 이사를 가려고 짐을 싸다 보니 책을 15 박스를 싸도 아직도 한 두 박스는 더 쌓아야 한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에도 적지 않은 책들이 책장에 꼿혀 있다. 내가 매 해 마다 한 해의 계획을 세울 때에, 한 달에 두 세권 정도의 책을 읽겠다고 했고, 비교적 잘 지켜진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한 각종 세미나에 참석해서 참고 자료를 가져 온 것들이 지난 10여 년간 또 싸이고 싸인 것이다.
 
이 곳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서 이사짐 회사와 계약을 맺어서, 입주자들의 짐을 옮겨 준다고 한다. 그러나 나의 마음에 믿겨지지 않는 것은, 내가 서부에서 동부로,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 올 때에 믿을 만하다고 하는 이삿짐 센터에 부탁했지만 중요한 몇 개의 박스를 잊어 버린 경험이 있다. 내가 생각한 것은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기고 간직한 책들을 맡겼다가 분실하는 박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직접 책을 박스에 담아서 딸네 집에 맡겨야 하겠다고 결정하고 짐을 싸서 거의 다 가져다 놓았다. 그 결과로 요즈음 어깨가 뻐근하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남는 문제는 미국에 와서 부터 손으로 써서 설교했던 원고 뭉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미국에 이민을 온 1980년에는 개인용 콤퓨터가 귀했고, 가격도 비쌌다. 그래서 교회에서 한 설교들이나 초청 받아서 한 설교들은 모두 손으로 써서 했다. 그렇게 하기를 내가 교단의 감독이 되어(2001년) 사무실에 있는 콤퓨터를 쓰게 되었을 때 까지였다. 그 이후에는 설교를 콤퓨터로 작성하고 저장했다.
 
언젠가 시간이 있으면 그 원고들을 콤퓨터에 입력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37년간 22번의 이사를 하면서도 애지중지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약 3,500여장의 원고를 내가 시간을 내서 콤퓨터에 입력한다는 것은 ‘희망 사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담임 목회를 하지 않지만, 딱히 많은 시간을 들여서 설교를 입력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쓰기에는 시간이 허락하지 않음을 절감했다. 나 자신의 성숙을 위한 독서와성경공부, 강의 준비와 찬송시를 작사하는 일 그리고 이따금 에세이를 쓰는 일도 벅차기 때문이다.
 
이제 인생의 경주에서 마지막 한 바퀴를 돌 지점에 온 것으로 생각하니, 나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이 실감난다. 그래서 궁리한 끝에 설교 원고를 재활용을 위한 폐지 수집통에 던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디서 불을 살라 없앨 수도 없는 일이었다. 딸네 집 거실에 화이어프레이스가 있어도, 불을 짚힐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왜냐하면 불똥이 다른 집 지붕으로 튀거나, 건조한 풀에 날라가면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야외에서 태우는 것은 금지 되어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야외 수련회에서서 캠프 화이어를 해도 소방소에 연락을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사무실에 있는 종이 슈레이더(종이 분쇄기)를 사용해서 처리하기고 했다. 여러 시간을 드려 설교 원고들을 분쇄하면서 약 20여년간의 설교 제목들, 강해 설교 묶음들을 보면서 지난 날의 목회를 회상할 수 있었다. 열심히 말씀을 증거하느라고 했지만, 정말 부족한 종이 영적으로 미숙했고(지금도 그렇지만) 말씀의 분석과 적용부분에서 미숙한 것을 스스로 더욱 깨닫는 시간이었다.
생각컨대, 저녁에 와서 사무실 청소를 하시는 분들이 난데 없이 분쇄된 종이가 연일 몇 통씩 나오는 것에 대하여 놀랬을 것 같다.
 
내가 원고를 손을 써서 증거하 당시에 말씀을 들은 사람들 가운데서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셨을 것이다. 지금 살아 계신 분들이라도 거의 만나는 분들이 없다. 나의 작은 바래임은, 내가 그 때에 전한 말씀이 복음에 입각해서 죄와 의와 심판에 대하여 바르게 증거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한 분이라도 회개하고 주님의 자녀가 되고, 말씀과 기도와 순종을 통하여 성령 충만한 제가가 몇 명이라도 그들이 또 다른 제자를 세울 사람들이 있었으면 한다.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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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약 삼천여 장의 원고를 정리하면서.
70 두 주일 동안이나.....
69 시리얼 12 박스 난데 없이 아파트 문 앞에 싸인 시리얼 박스들
68 '손에 손을 맞잡고' 캠페인 태풍 '하비' 피해 지역을 돕는 손길들에 대하여
67 신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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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10001 유 튜브 방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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