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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보여주는 향연을 보면서
봄이 보여주는 자연의 향연을 보면서
 
우리 부부가 사는 노인 아파트의 유리창 밖을 내다 보번 바로 앞에 세 그루의 큰 꽃나무가 자태를 뽑내고 있다. 조금 옆으로 난 다른 유리창 밖으로는 나무 이름은 모르지만 큰 잎을 자랑하는 활엽수가 우람하게 버티고 서 있다. 한 20여 미터 떨어져 있는 다른 아파트에도 나무의 배치가 우리가 사는 곳과 똑 같이 되어 있다.
 
이곳으로 이사와서 걷다 보면, 지난번에 살던 곳보다 더 많은 꽃나무들을 심은 큰 주택을 본다. 봄에 제일 먼저 피는 꽃은 잎이 나오기 전에 피는 분홍색을 띤 나무다. 겨울내내 앙상했던 가지에서 새 순이 아닌 꽃봉우리들이 새싹처럼 수줍게 얼굴을 내밀면 이제 봄이 왔음을 느낀다. 이 글을 쓰기 조금 전에 우리 부부가 걷고 돌아왔다. 예쁜 분홍꽃을 가지에 달고 바람에 흔들리던 꽃잎들이 다 지고 이제는 검붉은 잎이 무성히 돋아 있었다. 걷는 길을 따라 가다 보면, 큰 집 과 도로 사이의 인도 옆으로 수선화와 튜립을 수 백개 심은 집이 있다. 분홍꽃이 질 무렵부터 피는데 참 예쁘다.
 
우리 아파트 앞에 있는 큰 꽃나무는 꽃이 피기 전에는 거의 죽은 나무처럼 보인다.
그러나 따뜻한 봄이 되니, 하얀 꽃봉오리들이 한없이 많이 나왔다. 피어난 꽃송이를 보면, 마치 밤새 소복히 내린 눈송이들이 소나무 위에 내려 앉아 눈꽃송이를 이룬 것 같이 송이송이가 다 눈꽃 같다. 엊그제 부터는 그 꽃잎들이 떨어져 바람에 날리는데 마치 겨울에 눈이 내리는 것 같다. 군데군데 꽃잎들이 소복히 쌓이기도 한다. 하나님이 지으신 나무들의 다양함이 신기하기만 하다.
 
아파트에서 나와 한 오십 미터 정도를 내려가면, 아직 꽃도, 잎도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나무가 있다. 늦봄에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꽃나무 같다. 어떤 꽃이 필 것일지 사뭇 궁금한 마음으로 아침 저녁 그 나무를 바라보면서 걷는다.
만사와 만물의 때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섭리를 본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작은 발코니에는 집 사람이 심어놓은 선인장 화분 한 개와 난초류의 꽃을 피웠던 화분 두 개, 그리고 파를 심은 화분 두 개와 미나리를 심은 화분이 하나 있다. 인간은 자연을 볼 때에 마음이 평안하고 더 나아가서 가꿀 때에 생에 대한 환희가 더욱 북돋아 지는 것 같다. 집사람이 가장 애착을 갖는 화분은 선인장이다. 그 이유는 집 사람이 가끔 어지럽거나 머리가 무거우면 잎을 따서 즙을 내서 마시면 맑아지는 자연 상비약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가 사는 아파트 아래 층에 사니는 분은 미국 할머니이시다. 가끔 조그맣게 들리는 TV 소리가 없다면 사람이 사는 아파트 같지 않다. 그렇지만 발코니를 잘 꾸미셔서 화분에는 아주 화려한 꽃들로 장식되어 있다. 집 사람이 그것을 보더니, 우리 발코니에 있는 난초가 오래 되어서 뿌리만 무성하지 꽃을 피울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두 화분에 있는 난초를 뽑고 자신이 좋아하는 들국화 같은 꽃을 심자고 한다. 작은 일이지만, 봄을 느끼고 봄을 맞이하는 일이라 생각하니 기쁘다. 다음 주에 이 일을 해야 하겠다. 화사하게 필 화분의 꽃들도 봄의 향연의 일부분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
 
 
(주후 2013년 3월 23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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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누렇게 변한 잔디밭 캘리포니아의 심각한 가뭄 현상.
34 매리 코헬로 노인 아파트을 주민들을 위해 수고한 분을 추모하며.
33 신기록
32 붉은 선인장 꽃 한 송이
31 영웅 외손녀 나오미의 작문
29 봄이 보여주는 향연을 보면서
28 기분이 이상해요. 외손녀인 캐리스와 함께하며...
27 천정에 드리워진 십자가
26 성탄절 즈음에 있었던 일들
25 그라지 세일
24 웬 새둥지가!
23 할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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