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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지 세일
그라지 세일

내가 사는 노인 아파트에는 중국 사람이 제일 많이 산다. 다음이 소련과 구 위성국가에서 온 분들이고, 그 다음이 미국 사람이다. 한국 노인이 아마 네 번째로 많이 사시는 것 같다.
아파트의 행사나 원만한 소통을 위하여 주민 카운실이 있다. 각 언어와 종족의 대표 몇 명이 모인다. 전에 한인 대표로 계시던 분이 그만 두셔서 부득이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는 내가 카운실 멤버로 몇 달 전부터 들어갔다.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오전10시에 모이는데, 8월 모임에서는 특별히 9월 23일에 있을 그라지 세일에 대하여 논의 했다. 나는 입주한지 1년 8개월 정도 되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지, 얼마의 물품이 있는지, 어디서 물품이 오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본 노인 아파트에 사시던 분들이 세상을 떠나시면 남기고 간 물품도 있고, 외부에서 집을 지니고 사시던 분이 세상을 떠나거나, 이사가시는 분들이 기증하는 것을 사무실 직원들이 노인 아파트 창고로 옮겨 두었다가 그 것으로 년 1회 그라지 세일을 하는 것이다. 물론 노인 아파트 주민들 가운데서 자기가 쓰지 않는 물건이나 주위에 사는 자녀들이 기증하는 것도 있다. 물건을 내놓지 못하는 사람은 과자를 구워서 기증하면 그것을 팔아서 감사절과 성탄절 주민 잔치 기금으로 쓴다는 것을 알았다.
 
9월 22일에 세일에 내놓을 모든 물건을 가져오면 카운실 멤버나 자원 봉사자들이 질서 정연하게 각 분야별로 진열을 하였다. 그런 후에 물건 값을 전자 제품이나 가구, 액자등에는 하나하나 다 붙이고, 옷은 여러 갈래로 나누어 가격을 붙이는 일을 해야 한다. 드레스나 남자 신사복, 자켓등은 밖에 쇠줄을 매고 거기에 걸어야 한다. 손가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오전 11시 부터 오후 5시까지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서 깔끔하게 진열했다.
 
내가 주로 한 임무는 전자제품, 가구, 액자에 가격표를 붙이는 일이었다. 주민 가운데 미국 할머니가 그라지 세일에 대하여 많은 경험이 있으셔서 함께 의논하면서 재미있게 일을 했다. 다른 인상적인 분은 이란 혁명 때에 고국을 탈출해서 미국으로 오신 분이다. 많이 교육 받으신 분이신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분이신데, 이주 꼼꼼이 끝까지 남으셔서 수고해 주셨다. 대부분의 자원 봉사자들은 한 두어 시간 정도 정리하는 일을 하고는 가시는데, 이분은 매우 달랐다. 자기는 세계 공용어로 쓰기 위해서 만든 ‘에스페르난토’ 말을 할수 있다고 하셨다.
 
노인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월별 안내 인쇄물에는 세일을 실시하는 9월 23일 오전 9시였다.
그러나 어제 정리한 것들 가운데, 미비한 것이 있을 것 같아서 8시 경에 나가서 세일을 하는 휄로십 홀로 가니 벌써 줄을 서서 기다리고자 나와 계신 분들이 계셨다. 매우 인기 있는 행사라는 것을 직감했다. 9시에 문을 열자마자 이십 여명이 들어와서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골라서 계산하기 위하여 줄을 서는 것을 보니 어제의 수고가 보람이 있었다.
 
나는 삼열 엄마가 부탁하는 의자와 거울이 붙은 설합장을 삿다. 미국 생활 34년에 이사를 기억나는 것만도 23번이다. 그러니 목장을 따라 이동하는 유목민 처럼 산 지난 날이었다. 조립식 책장, 접는 의자, 접는 프라스택 책상,  프라스틱 설합 등 이동이 간편한 것들을 마련해서 살아왔다. 소파니, 안락 의자니 접시 진열장이니 그럴듯힌 식탁이 없이 살아 왔다. 그렇다고해서 불편한 생활을 한 것도 아니요, 궁색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고 머리 둘 곳이 있으면 만족한 것이 아닌가.
 
집사람의 간곡한 부탁은 이번 그라지 세일에서 안락 의자와 거울이 나오면 꼭 사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집에는 다 철로된 접는 의자이기 때문에 키가 크지 않은 집 사람은 매우 불편해 했다. 나이가 드니 허리가 아픈데, 그런 의자에는 장시간 앉아서 책을 읽는다든지 바느질을 하기에 힘이 든다는 것이다. 또한 손 바닥만한 거울을 벽에 붙여서 얼굴만 보는 생활을 하니 매우 답답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변면한 의자하나, 거울 하나 사주지 못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편안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하나 사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미국 할머니와 의논하여 가구 가격을 붙였는데, 그 후에 매네저가 돌아 보고 싸게 붙였다고 생각하면, 가격을 올려 붙였다. 집 사람이 원하는 안락 의자의 값은 $85.00이었다. 가격이 비싸서 나는 물론, 어느 누구도 23일에는 사가지 않았다.  땡처리 하는 날은 그 다음 날인 24일이다. 내가 그것을 사고 싶다고 하니 돈을 받던 분이 단돈 $10.00에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내 생각으로는 이틀 동안 내가 수고한 것을 알기 때문에 특별히 가격을 낯춘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 부부의 생각으로는 이제 미국에서 더 이사를 다닐 곳도, 다닐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사는 곳에서 살다가 우리 부부 모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지 않을까 한다. 그러니 가구 한 두 개를 그라지 세일에서 산다 한들, 깨끗이 쓰고 또 남기고 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어쨌던 거울 달린설합장과 안락의자를 다 합하여 $70.00들었다. 그 가구를 아피트에 들여 놓으니 분위기가 매우 다른 느낌이 든다.
 
 
 
(주후 2014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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