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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즈음에 있었던 일들
성탄절 즈음에 있었던 일들.
 
내가 사는 노인 아파트에서 사는 한국 입주자들이 매년 성탄절이면, 각자가 일정한 금액을 낸 것을 다 모아서 아파트 사무, 관리 직원들에게 선물을 하는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 2014년도 성탄절에 내가이 일을 맡게 되었다.
 
4개의 아파트 건물에 입주하신 분들 가운데서 오래 된 분들을 세워서 수금의 도움을 받았고, 어떤 것을 선물할 것인가를 의논해서 결정했다. 이곳에 잘 알려진 수퍼 마켓의 상품권을 구입해서 예쁜 카드에 넣어서  아파트 메네저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12월 12일 오후 3시경에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에 가니 매네저가 서류 정리를 하면서 잠깐만 기다리라고 해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조금 후에10명의 직원들에게 전달할 것을 부탁하고 나오려고 하는데, 매네저가 내게 줄 것이 있다고 하면서 봉투를 건네 주었다. 그리고는 자기의 어버지가 한국 전쟁에 참전하여 부상을 당한 일을 이야기 한 후에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어떤 분이 자기에게 준 것인데, 참으로 귀중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한국 사람이 갖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내게 준다는 것이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아파트에 돌아와서 봉투를 뜯어 보니 아주 특별한 기념 우표였다. 1985년 미국 우정국에서 얇은 순금판에 워싱톤 D.C에 있는 한국 참전 기념 조각을 올록볼록하게 조각을 해서 찍은 것이었다. 그리고 우정국에서 증명하는 순금판으로 만든 우표라는 작은 글자로 쓴 설명문과 함께 우표(크기 : 가로4.0cm세로 2.6 cm) 밑에는 한국 전쟁 정전 32주년을 기념한 특별 기념 우표라는 것이라는 선명한 글자가 쓰여 있다.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왜 32주년을 기념하여 이런 기념 우표를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손자 손녀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그들에게 주려고 모아왔던 기념 우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액자에 끼워 내 책상 앞 벽에 붙여두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불 빛을 받은 금판 우표가 빛을 반사하고 있다.
 
이것은 장손인 주선이에게 줄 계획이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에 6.25 사변이 일어났던 일과 그 후에 우리 가정에 일어난 어려운 일들에 대하여 손자 손녀들에게 남길 글을 아들 딸에게 이미 전달해 놓았는데, 가문을 이어갈 맏손자 주선이가 이것을 갖고 우리 가문의 역사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2014년 12월 20일 토요일 낮 시간에 지난 삼십여 년간 알고지내는 집사님 내외분을 내가 사는 아파트로 점심식사 초대를 하였다. 나의 이민 초기에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할 때에 만났던 분인데, 지금은 오십대 중반의 장년이 된 분이다. 그 당시 대학생이었던 그 집사님의 부친과 친구 되시는 분들이 교회를 개척하시고자 하는 첫 모임부터 약 3개월간, 집사님의 부친 댁에서 창세기 강해를 하면서 예배를 인도한 적이 있었다. 또한 이민 초기에 프로리다 주립대학 한인 기독학생회의 초청을 받고 말씀 증거를 하러 갈 때에, 집 사람이 일을 했기 때문에 6살 난 딸을 혼자 남겨둘 수 없어서 난감할 때에 약 한 주일 동안 딸을 맡아 주시기도 했던 고마운 분들이다.
 
내가 2007년 동부 뉴 저지에서 서부 칼리포니아 산호제로 이사 온 이후에, 집사님의 부친과 온 가족이 다니시는 교회에 목사님이 안계셔서, 약 세 달 정도 설교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아파트에 오셔서 식사를 함께하신 집사님은, 약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안부 전화를 물어오셨고, 한 세 달에 한 번은 만나서 함께 식사를 하는 매우 절친한 관계이다. 말씀 안에서 교제해 왔던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세월이지나면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많은데, 집사님과는 계속 연결되고 있는 몇 분 중의 한분이시다.
 
함께 점심을 나눈 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연로하신 부모님의 앞 날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다. 특히 아버님은 장지 마련이나 장례 보험 그리고 장례 절차에 관한 것을 넌지시 의논 드리고자 하면, 매우 기분나빠 하신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성탄절에 형제들이 모이면, 부모님이 댁으로 가신 후에 이런 문제를 의논해야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부부가 아파트를 떠났다.
 
그런데 12월25일 저녁 8시 경, 며칠 전에 아파트를 방문했던 집사님께서 매우 무거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내용인즉, 부모님이 성탄절 아침 예배를 드리시고 동생 집에 모여 온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맛있게 하시고, 가족들을 위하여 축복 기도를 드리신 다음에 댁으로 가셔서 얼마 후에 쉬시느라고 누우셨는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어머니에게서 받고 응급 전화를 걸어서 의료인들이 급히 도착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아버님은 다시 소생하지 못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 계신 아버님의 시신과 앞으로의 장례에 대하여 의논하고자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제가 잘 아는 집사님께서 연세가 높으신 교민들의 장례를 실비로 돕기 위해서 회사를 차렸는데, 상을 당한 집사님께 장례 과정을 잘 도와주시는 집사님의 전화 번호를 주면서 일의 진행하고 과정을 알려 달라고 했다. 그 결과 저녁 11시에 시신을 옮겼고, 그 다음 날(연말연시 연휴라 묘지 사무실도 다 휴무하고 있었음) 거의 불가능한 것 같은 상황에서 이곳에서 가까운 아주 좋은 묘지의 직원이 사무실에 나와 장지 마련을 도와 주었다.
 
12월 29일 고별 예배를 교회당에서 드리고, 30일 하관 예배를 장지에서 드렸다. 성탄절 이후 연초까지 직장 출근을 하지 않는 분들이 많으셨고, 또 많은 분들과 친분을 가져오신 장로님과 가족이셨기 때문에 참으로 많은 조객들이 고별 예배는 물론 하관 예배에도 참석을 했다.
세상을 떠나신 장로님은 한국전 참전 용사이셨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한국전 참전 용사회에서도 여러분들이 참석하셔서 고인을 추모하였다. 하관 예배 때에는 영사관에서 보내온 태국기로 관이 덮여 있었다. 성탄절 즈음에, 한국전 정전 32주년 기념 우표를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한국전 참전 용사셨던 장로님이 정말로 갑자기 소천하신 것이다.    
 
(2015.1.11일 씀)
 
Number Title Reference
35 누렇게 변한 잔디밭 캘리포니아의 심각한 가뭄 현상.
34 매리 코헬로 노인 아파트을 주민들을 위해 수고한 분을 추모하며.
33 신기록
32 붉은 선인장 꽃 한 송이
31 영웅 외손녀 나오미의 작문
29 봄이 보여주는 향연을 보면서
28 기분이 이상해요. 외손녀인 캐리스와 함께하며...
27 천정에 드리워진 십자가
26 성탄절 즈음에 있었던 일들
25 그라지 세일
24 웬 새둥지가!
23 할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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