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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우거처 (寓居處) 에서
마지막 우거처에서.
 
금년(2018) 1월 3일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아파트를 떠나서 약 15마일 떨어진 산 프란시스코 베이 끝자락에서 몇 마일 떨어진 모텔로 떠났다.
 
2017년 성탄절 이전부터 이삿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파트 A 동에 사는 주민이 34가가구인데 큰 트레일러에 각 호실의 짐을 다 싸서 창고로 싣고 가서, 적재하다 보면 분실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책과 액자 그리고 다른 것들 가운데서 분실되면 다시 찾을 수 없는 것들은 딸네 집 창고로 옮겼다.
 
이사 할 때마다 늘 그렇듯이, 언제나 책들 때문에 큰 고생을 했다. 목사로서 책을 사고 읽고 쌓아놓다 보면 한 해에도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 쌓이게 마련이다. 그리고 나와 가족의 삶에 하나님께서 역사하셨던 일들을 기억하기 위하여 찍어 놓은 사진들을 간직한 액자들, 좋은 글들을 스크랩해 둔 두꺼운 바인다들 그리고 내가 작사한 시들이 기독교 잡지에 30여 회에 걸쳐서 연재 된 것을 액자에 담아 간직했던 것들을 잃어버리면 되찾을 길이 없으므로 이삿짐 박스에 차곡차곡 담으니 20여 박스나 되었다.
이 짐들은 매 주 목요일 딸에 집에 갈 때마다 내 작은 승용차에 가득히 실어 날랐다.
정원에 있는 작은 창고의 한 부분과 차고 위에 있는 지붕 및 창고에 들여 놓았다.
 
창고로 이삿짐을 옮길 회사 직원들이 내가 사는 아파트에 들어오더니 참으로 기뻐했다. 그 이유는 짐이라야 별 것 없고(침대나 장식장 책상등 큰 세간이 없으므로), 10여개의 박스가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이웃 아파트를 보면 많은 가구와 소품들 그리고 그릇이며 살림살이들이 매우 많다. 어느 아파트는 거실이 전부 박스로 가득 찬 것 같았다.
 
모텔에 가서 생활을 해야 함으로, 겨울과 여름 그리고 가을 옷가지와 일용품들과 식기 등을 챙기니 그것도 일곱 박스 정도가 되었다. 다행히 이 짐들을 이삿짐 회사에서 내가 가야 할 모텔 방으로 옮겨 주기 때문에, 냉장고에 들어갈 것들만을 자동차에 실어 날랐다.
 
모텔에서의 10여 개월을 지나는 동안의 일들은 Extended Stay America(1)에서부터 지금 쓰는 글 바로 이전에 쓴 ‘쥐 같은 다람쥐‘라는 글까지 기록하였다. 작은 공간이지만, 아파트를 수리하는 동안 거주할 곳을 정해 주고, 모텔비를 지불해 준 아파트 소유 회사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했다. 집사람과 나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걸었다.
 
A 동에서는 15가구가 모텔로 갔고, 다른 가구들은 자녀들이나 일가친척 집으로 갔다.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모텔에 10여 개월 거주하는 동안에, 건강이 나빠진 노인들이 몇 분이 생겼다. 그 분들은 모텔에서 잘 나오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으셨다. 밀폐된 공간에서 이야기 할 친구들도 없고, 혹시 같은 민족 사람일지라도 모여 앉을 로비가 없기 때문에 대화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몇 분은 응급실 신세를 진분들도 있다. 어떤 분들은 걷기가 힘들어서 보행 보조기를 밀면서 다니는 분이 생기기도 했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 있을 때는 시간 따라서 부부가 걷던 분이었는데, 모텔에 간지 몇 달 되지 않아서 혼자 서서 걷는 것이 불편해 진 것이다. 몇 분은 체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분들도 있었다. 어떤 중국 할머니는 새로 수리한 아파티에 온지 몇일 후에 갑자기 심한 치매가 와서 요양원으로 가신 분도 있다. 철학자 키엘케고르가 말한 것 처럼 "고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우리 부부는 모텔에 들어가면서 “이곳에 머무는 동안에 우리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열심히 걷고 운동할 것을 서로 다짐했다. 우리는 열심히 운동도 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자 힘썼다. 한국 사람은 우리 부부 외에는 없었다. 나야 아침에 사무실에 나가서 오후 5시 경에 들어왔지만, 집 사람은 혼자서 여러 시간을 혼자 지내야 했다. 그러나 집 사람이 내게 말하기를 ”혼자 모텔에서 지낸 그 시간이, 자신의 일생에 그 어느 때보다도 성경을 많이 읽고, 정성껏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은혜의 시간 이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드디어 10월 24일 약 10여개월 동안 수리한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정말로 놀라운 것은 아파트를 둘러싼 정원이며, 산책로며, 외관이며, 새롭게 단장한 주차장이며.... 정말로 엄청난 변화가 있은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A동과 함께 수리를 시작한 사무실 건물은 디자인을 바꾸었고 많이 넓혔다. 우리가 입주 할 때에도 한창 공사 중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공사 중이며 현대식으로 수리한 사무실에 걸 맞게 주위의 정원을 아주 예쁘게 만들고 있다.
 
내가 살던 아파트에 들어오니 똑 같은 공간이지만, 거실과 부엌의 가운데 있던 벽을 헐어서 터버리니 많이 넓어 보였다. 부엌에는 나무 색깔을 한 리노늄을 깔았고, 거실은 카펫을 깔았다. 냉장고는 전에 있던 것의 약 두 배나 되는 새 것이 놓여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부엌 싱크대는 돌판 마블로 깔려 있었다. 벽에 붙은 모든 찬장은 메이플 우드로 만든 우아한 것들을 천장에 닿기까지 크게 설치했다. 그리고 모든 창문은 2중 유리로 되었고, 거실의 들창문을 크게 늘려서 거실과 부엌이 모두 밝았다. 그리고 창문마다 비싼 쉐이드를 설치했고, 밖의 발코니에도 쉐이드를 최신식으로 된 것을 설치해서 힘들이지 않고 올리고 내릴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 있었다.
 
거실과 침실에도 에어콘이 설치되어 있는데, 가히 최신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아는 분들이 사시는 신축 노인 아파트에 가보아도 내가 사는 아파트와 같은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 벽면 아래쪽 방바닥에 가까이 있으면서, 외부로 공기를 내보내는 소리가 요란한 에어콘이 아니다. 천장 바로 밑에 예쁜 에어콘 박스가 거식과 침실에 붙어 있다. 그 아래에 허리 높이쯤 되는 높이에 있는 벽면에 에어콘 스위치가 있는데, 온도를 조절하면 천정 밑에 있는 박스에 조절하고 자 하는 온도가 선명하게 나타나고, 그 온도를 계속 유지해 준다. 각 유닛의 에어콘 메인 박스는 건물 옥상에 있기 때문에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화장실도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세면대 윗면에도 마불로 된 돌 판을 깔았고, 세면기도 큰 것을 달았으며 싱크대 밑에는 화장실 용품들을 두도록 문이 달린 작은 캐비냇을 설치했다. 내가 놀란 것은, 일반적으로 화장실에 들어가서 불을 켜면 천장에서 환풍기가 도는데, 이 화장실은 매우 달랐다. 사람이 들어가면, 천장 환풍기에 달린 쎈서가 작동하여 자동적으로 환풍기가 도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아파트 복도에도 사람이 없을 때는 전등이 다 꺼져 있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전등이 하나씩 하나씩 켜진다. 물론 건물 입구에도 열쇄가 아닌 작은 동전 모양의 것을 대면, 센서가 작동하여 문이 열린다. 내가 완전히 촌사람이 된 것이다!
 
전에 승강기를 탈 때마다 덜커덕 거렸던 기억이 새롭다. 때로는 중간에 서는 것이 아닐까 하여 마음 조린 적도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은 최신식으로 설치되어 오르내리는 층수도 나타나고 친절하게 몇 층인지, 내려가는지, 올라가는지를 방송해준다.
 
내가 젊은 시절 건축 설계에 종사한 적이 있기 때문에, 낡은 건물을 이렇게 완전히 새 건물로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짐작한다. 힘든 공사 현장의 일을 열심히 하신 분들, 설계를 하신 분들 그리고 막대한 자금은 물론 한정된 공간에서 일하기 위하여 치밀하게 공사 계획을 하고 진행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한다. 아울러 막대한 자금을 들여 재건축을 해준 아파트 회사와 연방정부 주택부(HUD)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살던 아파트에서 나가서 모텔생활을 하던 지난 8월 말로 내가 14년 정도를 사용했던 사무실을 닫았기 때문에 많은 책들과 캐비넷과 책장 그리고 파일 캐비넷을 가지고 왔다. 두어 달 지난 지금에야 조금 정리가 되었다. 벽장이 많이 넣을 수 있도록 설계 되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내가 사는 이 곳은 아마도 나의 일생의 마지막 우거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결혼 이후에도 수 많은 이사를 했다. 단독 주택에서는 산적도 없고, 싼 아파트만 전전한 우리 부부에게는 일생의 말년에 넘치도록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하여 감사할 따름이다. 말년에 하나님이 우리부부에게 약속하셨던, 모든 복을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살 수 있는 환경으로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이 아파트는 우리 부부에게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온전히 경험하는 신앙의 비석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겠다.
 
사무실을 옮기고자해서, 다른 사무실을 찾을 때에, 집사람이 “이제 좋은 아파트를 주시면, 그 곳에서 사무를 보고, 손님들도 방문하도록 하고, 간사도 와서 일을 하고 가고, 성경공부 인도도 아파트에서 하도록 주님께 드리자.”라고 제안하였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사무실에 오가는 시간이나 사무실 임대료(지금까지는 믿음의 동역자가 자기 사무실의 한 부분을 쓰도록 하였음)를 내서 얻는다는 것은 무리가 될 것 같아서 매우 고맙게 받아들었다.

이 아파트는 나의 마지막 사역을 정리하는 의미 있는 우거처가 될 곳이 될 것임에, 하나님께 충성을 다하는 일꾼이 되어야 함을 다짐하면서 감사하며, 이 글을 맺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할렐루야!!!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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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021년 4월 4일(부활 주일)
82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
81 20여 년은 건강하실 거예요!
80 약 12 시간 만에.
79 왜 일까?
78 마지막 우거처 (寓居處) 에서
77 eSA (5) 쥐같이 된 다람쥐
76 eSA (4) 왜가리
75 eSA (3) 개미가 만든 길
74 eSA(2) 미래 세대를 위하여
73 ​eSA(extended STAY AMERICA) 210호에서(1)
72 T.J.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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