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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 (5) 쥐같이 된 다람쥐
쥐 같이 된  다람쥐
 
요즈음 우리 부부가 머물고 있는 모텔 주위로 난 길을 걷다 보면 간간이 다람쥐들을 만난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다람쥐들이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사라토가의 나무숲에서 뛰노는 다람쥐와 조금 다름을 발견했다. 같은 황색 다람쥐였지만, 몸통이 작다. 그리고 꼬리털이 거의 없어서 꼬리가 쥐 같은 것들이 많다. 나무가 있는 곳에 사는 것들도 있지만, 근처에 있는 생태계를 그대로 보존한 공원에 가서 보면, 다람쥐들이 나무가 거의 없는 벌판에 땅에 큰 굴을 만들고 들락거리는데, 멀리서 보면 쥐가 아닐까 착각할 정도다.
 
다람쥐의 종류는 다양하다고 한다. 내가 보았던 고국의 다람쥐는 등에 줄무늬가 있고 꼬리가 풍성한 것들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북 가주에는 회색 다람쥐, 황색 다람쥐 그리고 검은 다람쥐들이 있다. 그런데 요즈음 모텔 근처에서 살고 있는 다람쥐들 가운데서 검은 다람쥐는 극소수이고 황색 다람쥐나 회색 다람쥐들인데, 거의 말랐다.
반대로 우리 부부가 살아왔던 아파트 숲속에 서식하는 다람쥐들은 몸집도 크고 꼬리털도 탐스러웠다. 다람쥐 수도 많고, 새끼들이 어우러져서 나무 주위를 뺑뺑 돌면서 서로 쫓고 쫓기면서 노는 건강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
 
고국의 다람쥐들은 겨울에는 동면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 사는 다람쥐들은 특별히 추운 겨울철을 지나지 않기 때문인지, 사시사철 볼 수 있다. 왜 모텔 주위에 있는 다람쥐나, 들판에서 사는 다람쥐는 왜소하고 꼬리털이 탐스럽지 않을까를 관찰하는 가운데, 먹이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같은 종의 다람쥐일지라도, 환경과 먹이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공장 건물로 지은 건물 주위에는 높이 자라는 소나무와 레드우드를 길 주위에 심었다. 그리고 주차장에도 열매가 있는 나무를 심지 않고 적당한 그늘을 주는 활엽수들을 심는다. 그러니 사라토가의 우거진 숲에 열린 열매나, 많은 도토리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도토리들을 마음껏 먹어 영양 상태가 좋아서 살이 토실토실 오른 다람쥐들과 이런 열악한 환경에 있는 다람쥐들을 비교 할 수 없음을 알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 이상한 것들을 길에서 많이 발견했다. 솔방울들을 다 갉아 먹어서 다 먹은 옥수수자루 같이 된 것들이 산재해 있었다. 무심코 밟고 다니다가 보니 다람쥐들이 나무에 기어 올라가서, 금년에 새로 나와서 적당히 큰 푸른 솔방울들을 다 갉아 먹어서 떨어진 것들이었다. 개중에는 다 갉아 먹지 못하고 떨어져 구르는 파란 솔방울들도 있었고, 어떤 것들은 지난해에 갉아먹은 것들이 나무에 붙어 있다가 떨어진 갈색의 말라비틀어진 것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곳에서 살아온 다람쥐들의 주된 양식이 솔방울이었고, 그 속에 잣처럼 조금 붙어 있는 것을 주식으로 해서 살아왔을 것이다. 들판에 서식하게 된 다람쥐들은 풀에서 열리는 열매들로 배를 불렸을 터이니, 꼬리털까지 탐스럽게 기를 양분의 여유가 없었으리라.
 
어제 아침에 걷다가 발견한 것은 다람쥐 한 마리가, 소나무에서 파란 솔방울을 먹다가 땅에 떨어뜨렸는지 내려와서 자기 몸무게보다 더 무거울 것 같은 반쯤 갉아 먹은 솔방울을 힘겹게 물고는 풀밭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도 신기해서 보고자 하여 가까이 가니 그것을 그냥 놓아두고 근처에 있는 소나무에 몸을 숨겼다. 오늘 아침에 그 자리를 지나면서 보니 어제 그 솔방울을 그 다람쥐가 물고 가서 먹었는지, 두고 간 자리에 있지 않았다.
 
이상의 사실을 통해서, 환경이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볼 수 있었다.
못 먹고, 춥고 배고픈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안전하고 부족함이 먹고, 쓸 것들과 좋은 공기와 식수를 공급받는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과 비교 할 때에 골격이나 체중이 더 좋을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이곳에 사는 교포들이 미국에서 나서 키우는 자녀들은 체구가 크고 건강하다. 부모와 함께 어린 나이에 미국에 이민 온 아이들의 경우도 그렇다. 나의 경우른 초등학교 1학년 때에 6.25사변이 일어났고, 바로 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심으로 인하여, 급격한 환경의 변화를 겪으면서 가난하고 힘든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를 보낸 내 체구와 체질은 이곳에 어린 시절에 데리고 와서 키운 자녀들과는 비교도 안 된다. 집사람도 3살 때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5살 때에 중국이 공산화되자 장모님이 6 남매를 데리고 남한까지 내려 오셨다. 그러니 어떻게 살았을까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부부가 우리 자녀들의 가정에서 난 손자 손녀들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
내 장손은 13살인데 내키 만하다. 외손녀 가운데 첫째 아이는 이미 11살 때에 할머니 키를 넘었다. 13살이 된 지금, 내 키 보다 조금 작다. 환경과 토질에 따라서 사람도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을 본다. 한 가지 다행한 것은 사람은 꼬리가 없으니 우리 부부는 쥐같이 빈약하여 볼품없는 긴 꼬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201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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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021년 4월 4일(부활 주일)
82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
81 20여 년은 건강하실 거예요!
80 약 12 시간 만에.
79 왜 일까?
78 마지막 우거처 (寓居處) 에서
77 eSA (5) 쥐같이 된 다람쥐
76 eSA (4) 왜가리
75 eSA (3) 개미가 만든 길
74 eSA(2) 미래 세대를 위하여
73 ​eSA(extended STAY AMERICA) 210호에서(1)
72 T.J.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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