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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까?
약 10여 개월간의 모텔 생활을 마치고 살던 아파트로 이주한 지도 벌써 5 개월이 조금 넘었다. 비록 짧지 않은 세월이지만, 우리 부부가 스튜디오 모텔에서 생활한 지 아주 오래 전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수리 된 아파트로 돌아오는 주민들의 얼굴들이 참 밝았다. 모텔로 가지 않은 주민들은 자녀나 친척 집에 가서 지내다가 돌아왔다. 그런데 밝은 얼굴과는 달리 전에는 잘 걷던 분들이 돌아올 때는,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여 걷는 분들이 몇 분 있었고, 전에는 규칙적으로 잘 걷던 분들 가운데서도 힘없이 발걸음을 떼는 분들도 몇 분이나 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내가 묵었던 모텔로 함께 가서 있었던 금실 좋은 중국인 노부부가 있었다. 그 곳에서도 날마다 시간을 내서 천천히 늘 걸으셨던 분들이다. 아파트로 이사 와서도 함께 걷기를 힘썼던 부부인데 어느 날 부터인가 부부가 보이지 않더니, 여러 날 이후에 남편 되시는 분 혼자서만 힘없이 걷는 것이 아닌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부인 되시는 분에게 어떤 일이 있는가를 물으니, 눈시울을 붉히면서 치매가 걸려서 이제 이곳에서 약 한 시간 떨어져 있는 도시에 있는 요양원에 가 있다는 것이다. 차가 없어서 일주일에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서 한 번 정도 방문 한다고 한다. 어떤 날에는 백 팩을 메고 나가면서 몇 번 버스를 갈아타야 하지만 부인을 만나러 간다고 수척한 얼굴로 힘없이 대답하곤 한다. 좁은 모텔 방에서도 잘 견딘 그 분이 다기 쾌적한 환경으로 돌아 왔는데 갑자기 치매가 와서 요양원에 있다니..... . 왜 일까?
내가 사는 아파트에 창문 앞에 서 있던 나무들 가운데 잘라 버린 것들이 몇 그루가 된다. 너무 오래 되어서 건강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다행이 내가 좋아하던, 희고 탐스런 꽃이 만발하여 온 나무가 흰 눈으로 뒤덮인 듯한 4층 정도높이의 큰 꽃나무 몇 그루는 그대로 두었다. 꽃이 얼마나 만발했던지, 꽃이 질 때에는 푸른 잔디에 흰 눈가루가 소복이 쌓인듯하게 수 없이 작은 꽃잎이 장식하고 했다. 그런데 지금 창밖을 내다보면, 그 울창하던 나뭇가지 가운데 죽어서 시꺼멓게 된 가지가 약 1/3 정도나 된다. 그리고 꽃송이도 예년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안쓰럽다. 꽃송이의 크기도 아주 작다. 왜 일까?
그 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주위에 있는 다른 꽃나무들도 가지에 이끼가 풀처럼 돋아나고, 가지 색깔이 시꺼멓게 변하여 있다. 그래도 살아 있을까 해서 궁금한 차에 나뭇가지를 꺾어 보니 완전히 죽어 있었다. 그 예쁘게 피던 꽃나무들의 가지도 약 1/3 정도가 까만 색깔을 한 채로 앙상하게 붙어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튼는 3층으로 되어 있는데, 나는 A동 2층에서 산다. 창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몇 그루의 우람한 활엽수 나무가 우뚝 서 있고, 바로 건너편에 있는 B 동 주위에도 같은 나무가 여러 그루가 서 있다. 높이는 4-7 층 정도로 잎이 무성하면 큰 그늘을 만들고 잎 사이로 부는 바람이 참으로 시원하다. 모두 14그루인데 두 그루만 살아서 잎이 나오고 두 그루의 가지들은 거의 다 죽었는데, 몇 가지에서 작은 순이 나오는데 건강하지가 않다. 그리고 나머지 열 그루는 완전히 죽었다!.
또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래도 대 수리를 하는 아파트에서 약 2백 미터 떨어진 아파트 입구 길에 있는 잎이 넓은 활엽수이지만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고 건강하게 버텨서 있는 나무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이 나무는 겨울에 조그맣고 동그란 열매가 한 묶음이 되어 여러 개가 달리어서 3월 중순 경이면 주황색 열매가 탐스럽게 온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다. 정말로 탐스럽다. 요즈음도 아침마다 그 나무 밑을 지나서 걷는 운동을 하러 나가는데 익은 열매는 하나도 없고, 아주 작은 열매들이 드문드문 다려 있지만, 익을 기색도 하지 않고 그얄 퍼런채로 시들고 있다.
이 때쯤이면 우후죽순처럼 돋아나서 큰 잎을 이뤄가는 것이 참으로 생명의 환희를 보는 기쁨이었다. 그러나 금년에는 그런 기색이 없다. 예년에 비해서 금년에는 비가 이제는 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데.... . 왜 일까?
1월부터 현재까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나무들이 놀란 것일까? 아파트 주위에 널려있는 도토리나무도 지난 해 가을에는 열매가 거의 달리지 않았다. 잎이 큰 도토리나무는 다른 도토리나무처럼 잎이 나무에 붙어 있지 않다. 봄에 새 잎이 돋는다. 그런도토리나무의 열매는 아주 크고 탐스럽다. 그러나 지난 10월에 아파트로 돌아와서 그런 나무 밑을 걸으면서 아무리 나무 밑에 가서 보아도 열매가 없다. 길 주위에 널려있는 늘 잎이 붙어 있는 도토리나무도 마찬가지다. 왜 일까?
내가 모텔에 있을 때에 우편물을 찾기 위해서 살던 아파트로 매 주 일회씩 아파트에 들렀다. 작년 3월 어느 날, 내가 살던 아파트를 뜯어내는 현장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그 때에 발견한 것은 그렇게 만발하던 아파트 앞 큰 꽃나무에 꽃은커녕 거의 죽어가는 듯이 잎도 거의 나지 않고, 꽃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을 보고 놀랐다! 왜 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약 20여 미터 앞에 있는 B동도 내가 살고 있는 A동처럼 그냥 수십 명이 달려들어서 마구 벽들과 시설물을 부수었다. 그래서 수 십 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먼지와 소음으로 인하여 큰 원성을 샀다. 그래서인지 지금 수리하는 C동은 하얀 비닐로 된 텐트로 그 큰 건물을 다 감싸고 공사를 하고 있다.
내 추측으로는 죽어버린 큰 활엽수 나무와 아름다운 꽃나무의 가지들의 약 1/3이 죽어 버린 이유 가운데 하나는, 건물에서 나는 큰 소음들과 가지에 쌓인 건축 자재들의 낙진이 여린 가지들을 망친 것이 아니가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파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똑같은 종류의 꽃나무들은 나무가 온통 꽃으로 장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나름대로 설명이 안 되는 것은, 도토리나무에 열매가 거의 없는 것은 지금도 머리가 갸우뚱해진다.
밖에서 살다가 10여 개월 후에 기쁨으로 돌아왔지만, 걷기가 힘들어서 산보를 할 수 없게 되고, 자손들이 와서 거의 어린 아이가 발을 뗄 때에 손을 잡아주어야 넘어지지 않기에 손을 꼭 잡고 걷는 것처럼 된 분들, 병원과 요양원 신세를 지게 된 분들을 보면서 마음 안타깝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그런 날은 올 것이다. 열심히 걷고 운동을 하더라도 노쇠 현상을 왅전히 극복할 사람이있을까? 내 추측으로는 모텔에 가서 생활하는 동안 정든 아파트 주민들과 분리되어 살아야 했고, 걷고 운동하기에는 불편한 환경으로 인한 운동 부족, 자국어로 나오는 TV 채녈도 없음으로 인한 무료함, 고독 그리고 영양상태의 불균형등에 노쇄 현상이 가중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녀들 집으로 간 분들도 노인들이 걷기에 적합하ㅣ 않은 주위 환경, 자녀들이 다 직장을 간 후에 온 종일 집에 있어야 함으로 오는 고독감 그리고 오랫동안 떨어져 살다가 함께 사는 일에 대한 부담감 등의 일들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건물 부수는 굉음과 떨어지는 낙진에 귀를 막지 못하고 듣고 견디느라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견뎌야 했고, 떨어지는 많은 먼지를 고스란히 이고 있는 동안, 쌓인 먼지에 연한 나무껍질에 화학 반응이 생겨서 생존력이 약화되어, (예년에는 잘 경험하지 못한 3월 하순인데도 비가 내리는 긴 겨울비에 이끼가 돋아나 꽃이 피어 자라면서) 고사 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 사실을 보면서, 환경에 의해서 식물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이 사실을 그런대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수리를 하고 있는 C 동은 건물 전체를 천막으로 덮고 공사를 하는데도,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 있는 나무와 똑같은 꽃나무가 한 그루 남아 있다. 그 곳에도 여러 그루의 같은 나무가 있었지만 자른 이유는 사라토가 시에서 수목 담당 직원이 나와서 나무가 건강하지 않은 것은 다 자르게 했다. 그런데 한 그루가 남아 있게 된 것은 약 1년 전에 검사할 때에는 가장 건강한 나무이기 때문에 자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내가 그 나무를 찾아가 보았더니, (천막을 씌운 건물 수리라고 하더라도) 나뭇 가지에서 싹도 나지 않고 더더구나 꽃봉오리가 하나도 없고 새 잎도 나지 않은채로 새까만 색갈로 변해서 죽은 것 같은 나무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상에서 내가 얻은 결론은 비전문가인 나의 추측을 기록한 것일 뿐이다.
(20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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