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휄로십 플라자 A202
eSA (4) 왜가리
왜가리
 
지난 3월 초순에 아침마다 집사람과 함께 걷는 길에서, 날개 양 날개 길이를 다 합하면, 약 4 피트나 되는 왜가리들이 분주히 잔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는 것을 보았다. 그 것들을 물어 나르는 곳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한 25미터 정도의 높이의 가지가 잘 정돈되어 뻗어 있는 활엽수였다. 며칠 후에 머리를 젖히고 나무 꼭대기를 보니, 왜가리 둥지가 아주 정교하게 잘 지어져 있었다. 그 새들이 그 곳에 알을 낳았을 것이고 품어서 새끼들이 우는 날이 올 것을 기다리면서 한동안 그 나무 밑을 걸었다.
 
얼마간의 기간이 지난 후에 새끼들이 요란하게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다. 사라토가의 노인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라토가의 아파트는 이 모텔에서 약 15마일 동쪽에 있는 높은 산기슭에 있고, 현재 우리 부부가 있는 모텔은 싼프란시스코 만의 바닷물의 끝자락이 약 1마일 가량 떨어져 있는 곳이다. 왜가리들이 바다에서 먹이를 잡아먹고, 새끼들을 위해서도 먹이를 장만할 만한 적당한 거리일 것으로 생각된다.
 
왜가리는 내가 고국에 살 때에, 6.25 사변 때에 외갓집으로 피난을 갔을 때에 백로와 함께 본 기억이 있다. 백로와 왜가리는 색깔만 다를 뿐이지 외모는 거의 같다. 이 새의 특징은 키가 크다. 한 90 센치 이상의 키를 가졌기 때문에 멀리 풀밭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이내 눈에 들어올 정도이다. 왜가리를 자세히 보니, 등은 회색이고 배와 머리는 흰색이다. 검은 색 줄이 눈 위에서 머리 뒤까지 댕기를 이루고 있다. 목에는 검은 세로 줄 무늬가 있다. 특이한 것은 머리의 양 측면에서 댕기모양의 털을 늘어뜨렸다. 목 부분과 발이 참으로 긴 새이다.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그렇게 큰 새의 몸 무계는 놀랍게도 1.3 키로 그램 정도라는 것이다.
 
둥지를 튼 나무 주위를 걷다보면, 유난히 시끄럽게 어미가 우는 날이 있다. 높은 나무를 잘 살펴보면 왜가리의 색과 나무의 색이 거의 비슷해서 보이지 않는데, 흰 색깔의 작은 백로들 몇 마리가 나무 위에 앉아 있곤 했다. 아마도 작은 백로들도 그 나무에 둥지를 틀라고 왔는지, 아니면 왜가리가 만든 둥지를 빼앗으려고 왔는지는 몰라도 왜가리들이 큰 소리로 울부짖는 소리가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새끼의 보호 본능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한다. 그리고 어미가 먹이를 물고 왔을 때에 새끼들이 몇 마리인지는 몰라도 매우 시끄럽게 울어댔고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나무 밑에는 어미들이 싼 새똥으로 흰 페인트칠을 한 것 같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악취는 나지 않았다.
 
7월 13일,
왜가리들이 어찌 시끄럽게 우는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뒤로 젖히고 왜가리 둥지를 자세히 목이 아플 정도로 바라보았다. 어미도 날개 짓을 하고, 덩달아서 새끼들도 날개를 펄럭거리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4개월 여 만에 새끼들이 둥지를 떠나는 날인 것 같았다. 우리 부부의 예측대로 그 다음 날 둥지는 아주 조용했고, 어미 왜가리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 다음 날, 잠시 들러 보러 왔는지, 조용한 주위 둥지 근처를 한 바퀴 빙 돌아보고 날아가는 어미 왜가리와 멀지 않은 시냇물 둑에서 서성거리는 또 하나의 왜가리를 볼 수 있었다. 그 이후 날마다 나무 주위를 걸으면서 들어왔던 왜가리 우는 소리와 새끼들의 먹이를 물고서, 큰 날개를 펴고 먹이를 나르던 어미 왜가리들을 볼 수가 없다.
 
앞으로 약 두 달 정도면, 우리가 살던 아파트의 수리가 끝나서 재 입주를 할 예정이다. 내 생각으로는 지금 묶고 있는 모텔 주위를 지나갈 기회가 있을 때에, 왜가리들을 구경하기 위하여 다시 와 보고 싶다.
 
 
(2018.07.23)
 
 
 
 
 
Number Title Reference
83 ​2021년 4월 4일(부활 주일)
82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
81 20여 년은 건강하실 거예요!
80 약 12 시간 만에.
79 왜 일까?
78 마지막 우거처 (寓居處) 에서
77 eSA (5) 쥐같이 된 다람쥐
76 eSA (4) 왜가리
75 eSA (3) 개미가 만든 길
74 eSA(2) 미래 세대를 위하여
73 ​eSA(extended STAY AMERICA) 210호에서(1)
72 T.J.Max
Page: (1/7), Total: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