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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수고
헛 수고
 
집사람이 유방암 수술을 받은지 10년이 조금 지났다. 지난 해까지는 카이자 병원 보험에 가입해 있다가 이런 저런 사정에 의해서 산타 크라라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Santa Clara Fellowship Health Plan으로 지난 해 10월에 옮겼다.
 
지정된 병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보험 가입자가 갈 수 있는 의사들이 지정되어 있는데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가정주치의 의사들의 리스트를 찾아서 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지난 해 아파트에서 약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의사를 찾아 연결되어 연례 건강 진단을 받고 있다. 카이자보다 조금 불편한 것은 주치의가 지정하는 곳으로 가서 혈액검사 를 해야 하고, 기타의 것들도 전문의나 랩으로 보내면 그 곳에 가서 해야는 것이다.
 
집사람이 유방암을 수술한 이후 매년 한 차례씩 혹시 암이 재발되거나 전이 되지는 않는 가를 점검하기 위하여 매모그램 이메지를 찍었었다. 그래서 금년에도 매모그램 이메지를 찍기 위하여 주치의가 지정해 준 곳으로 가서 예약을 했다. 예약 서류를 다 작성하고 나서 서류를 제출할 때에 담당자가 이메지를 찍으러 올 때에, 진료 기록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카이자 병원 보험에서 나올 때에 신청해서 받은 집사람의 모든 의료 기록과 유방암의 발견으로 부터 수술, 그 이후의 모든 치료와 암 전문의의 정기적인 검진사항과 메모그램을 찍고나서 그 결과에 대한 기록등을 다 찾기 시작했다. 집사람의 건강 기록이 담긴 CD를 열어 본 나는 심히 놀라서 입이 딱 벌어졌다. 지난 10여년 동안 진료한 모든 기록이 약 800페이지에 빼곡히 기록된 것이 아닌가? 응급실에 갔던 두번의 기록은 물론, 매번 주치의를 만난 것과 진료 결과, 매년 두 번 정도 한 혈액검사 결과, 유방암 발견으로 부터 수술, 수술 후의 치료등은 물론 모든 예방 주사, 약 처방 게다가 전화를 걸었언 기록과 통화 여부에 관한 기록까지 다 기록되어 있는 것이었다. 한 병원에서 환자 하나 하나에 이정도의 기록을 다 보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고맙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문서화 하고 기록하고 보존하는 데는 매우 탁월한 나라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집사람의 의료 기록을 열어 보고 재확인 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방대한 기록 가운데서 집사람의 매모그램 검사에 대한 부분만 뽑고자
한장 한장 중요한 부분을 읽어 보고, 집사람의 유방암과 모든 검사에 대한 서류를 한 장 한 장 프린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사, 한 장씩 잘 프린트 해 나가다가, 몇 장이 지났을 때에 어디에서 오류가 생겼는지, 헌꺼 번에 백 여장 이상이 프린트가 되는 것이 아닌가? 집사람이 필요한 것과 다른 것들이 섞였어도 골라내서 쓰면 되겠지 하고 내버려 두었다. 프린트가 다 된 후에 쓸것을 골랐다. 그런 후에 쓸 것의 마지막 페지의 다음 장을 찾아서 또 한 장씩 프린트를 하려고 키를 누르니 한 장이 아니라 또 백 여장 이상이 나왔다. 이상히 여겨서 중지시키고 보니, 바로 전에 프린트한 부분이 또 그대로 나왔다. 이렇게 저렇게 연구를 해서 필요한 페이지들을 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엎친데 곂친 격으로 프린터에 종이들이 끼어서 중지 되기도 하고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프린터에 낀 종이를 빼내기 위해서 토너를 빼어내고 종이를 빼냈다. 그런 다음에 다시 토너를 끼우려고 하니 어디가 문제가 되었는지 들어가지을 않았다. 벼라 별 궁리를 다해서 끼우려고 했지만 않들어간 채로 6월 6일 저녁부터 지금까지 꼴사납게 책상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기야 10여 년 이상 썼으니 고장이 날만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프린터를 정상화 해보고자 쓴 긴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다음 날 사무실에 가는 길에 집사람의 의료 기록이 담긴 CD 를 사무실로 가져가서, 프린트를 한 장 한 장씩 하고자 시도 했더니, 어제 가졌던 비슷한 문제가 똑같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또 100여 장의 백지를 축내게 되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시 마음을 다잡아서 콤퓨터의 프린트 부분으로 들어가서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한 장 한 장씩 프린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기분 좋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나가는 데, 프린터에 빨간 불이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우리 나라 속담에 “거북이에게 물려본 사람은, 솥뚜껑을 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듯이, 또 프린터에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살펴보니 프린트 용지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무실에 남아 있던 오백 여장의 용지를 넣었는데, 이렇게 저렇게 허비한 종이가 많아서 종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종이가 바닥이 났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옆 방에 계신 분에게 오백 장 한 묶음을 빌렸다. 이렇게 하여 겨우 집사람의 마지막 메모그램에 관한 기록을 프린트 할 수 있었다. 유방암 발견으로 부터 더 이상 전이 되지 안았다는 기록, 계속 되는 전문의의 진단 기록과 메모그램 기록 등 전부 합쳐서 450여 페이지가 되는 분량이었다.
 
6월 8일 오전 9시 30분에 집사람과 함께 예약한 매모그램을 찍는 곳을 갔다. 방으로 가서 영상을 찍고 집사람이 나온 후에 사진을 찍은 여자분이 나에게 오더니, 집사람의 기록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간을 많이 들여서 프린트한 것을 큰 바인다에 철한 것을 자신있게 내밀었다. 그랬더니 그 여자분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이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무원이 의료 기록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시간들여 유방암에 관한 기록을 프린트해서 가져왔다고 하니까, 이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 검사 때에 찍은 이메지가 필요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분명히 알았다면, 약 이틀간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카이자 병원에서 의료 기록을 받을 때에 이메지들만 모아서 만든 CD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것 한 장을 가지고 가면 마지막 이메지와 조금 전에 찍은 이메지를 비교해 보면 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일인데 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프린터도 고장이 나게 된 것일까?
 
문제는 의사소통에 관한 것이 아닌가 한다. 사무원이 ‘의료 기록’이라고 하지 않고, ‘이메지’라고만 했다면, 의료 부분에 문외한인 나라도 알아듣고 바른 것을 가져 왔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보면, 그 분이 말한 의료 기록은 바로 ‘이메지’를 가지고 오라는 말로 했은지도 모른다. 무식한 내가 잘 알들을 수 있도록 조금 자세하게 알려 주었으먼 얼마나 좋았을까? 시간 낭비 뿐이 아니다. 내게 집사람의 이메지가 필요하다고 하는 분에게 내가 그것을 집에 가서 가져와야 하는가를 물으니, 그럴 필요 없이 자기가 카이자 병원으로 연락해서 받겠다고 하면서, , 그 이메지를 받아서 결과를 비교하려면 2-3주 지연 된 후에야 결과를 알려주겠는 것이었다. 이것 또한 그 분에게나 나에게나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닌가. 한 이틀의 시간을 집사람의 의료기록과 싸우느라고 눈이 피로해서인지, 지금도 눈이 침침하다.
 
이 일을 통하여 내가 배운 것은 나는 잘 알아도, 상대편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하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록’이 아니라, ‘이미지’라고 말이다. 어쨌던 내가 또한 배운 또 하나는 환자에 대한 철저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것을 배웠다. 한 사람을 돌볼 때에, 자세히 살피고, 기록을 남기며 상태를 점검하고 남기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러나 내가 꼭 시간을 허비한 것일까? 아니다. 여러 가지를 배웠고 이 결과로 집사람의 의료 기록의 반 이상을 프린트 해서 갖고 있게 된 것 또한 헛 수고 한 것만은 아니리라.
 
                                                                       (201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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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두 주일 동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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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손에 손을 맞잡고' 캠페인 태풍 '하비' 피해 지역을 돕는 손길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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