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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휄로십 프라자에서 있었던 일 |
거위 새끼 여섯 마리.
매년 3월이면 철새의 일종인 Canadian Gees 한 쌍이 노인 아파트에 경내에 둥지를 튼다. 그후 여러 주가 지나면 어김 없이 새끼 몇 마리가 부화된다. 금년에는 4월 중순경에 여섯 마리의 새끼 거위가 어미와 함께 아장아장 걷시 시작했다. 그들이 가는 곳 마다 나이 많은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풀을 뜯거나 어미의 날개아래로 숨는 것이나 물을 먹는 모습을 보기 위하여 모였다. 지난 여러 해동안 새로 난 새끼들이 얼마 자나면, 다 다른 짐승에게 잡혀 먹혀 죽었고, 살아남은 거위 두 마리가 울며울며 노인 아파트 경내를 돌아다니곤 했다. 그런데 금년도에는 거위 새끼 6마리가 하나도 잡혀먹지 않고 5주 정도를 넘기니 제법 오리보다는 조금 적은 정도로 컸고, 조금 나온 날개로 날개짓을 하며 재롱을 피웠다.
금년도에는 이 거위 새끼들로 인하여 노인아파트 주민들에게 활력이 생겼다. 앞으로 5주 정도만 지나면 단거리를 날라 몸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짐승에게 잡혀 먹히지 않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나 자신도 집 사람과 걸러 나갈 때에, 이른 아침과 저녁 거위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새끼들의 숫자를 세면서 재롱을 구경 하였다. 그러나 새끼들이 부화한 후에 카요데(들개)의 공격을 그 때까지 두 번 받았다. 두 번 다 이른 새벽에 카요데의 공격을 받고 울부짖는 거위들의 소리를 들은 주민이 전지를 켜고 소리를 지르면서, 몽둥이를 들고 나가서 카요데를 쫓아 버렸다.
그런데 5월 20일 이른 아침 우리 부부가 걸러 나가면서 거위 새끼들을 보러 갔는데, 어미가 매우 힘이 없고 가슴이 불룩 나와 있었다. 알아보니 그날 새벽 또 카요데의 공격을 받고 치열하게 새끼를 지키는 과정에서 카요데에게 가슴을 물린 것이아닌가. 다행이 주민이 나와서 카요데를 쫓아서 죽지는 않았지만 발을 절었다. 세 번째 공격에서는 어미가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부상당한 어미의 치료를 위해 아파트 사무실에서 동물 보호센터에 전화를 해서 데리고 갔다. 그러니 자연히 숫놈 혼자서 여섯 마리의 새끼를 돌보아야 했다.
새끼들은 이리저리 다니면서 먹고, 어느 정도 커서 서로 장난도 치면서 놀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숫놈은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면서 먹지도 않아서 삐적 말라가지고서 열심히 새끼들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아파트 주민들의 마음이 매우 민망했다. 20일 저녁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와 다른 한인 거주자들의 입에서 어미가 올 때까지 우리들이 이 새끼들을 보호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그래서 종이를 가져다가 밤 12시부터 새벽 6시 까지 시간을나누어서 보초를 서서 숫놈과 새끼들을 보호하기로 했다. 분명히 요즈음 집요하게 공격해 오는 카요데가 계속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둘씩 혹은 혼자서 조를 짜서 불침번을 섰는데, 아니나 다를까 새벽 5시부터 6시까지 서시는 분이 주위를 살펴보니 큰 카요데 한 마리가 눈치를 보고 근처까지 와 있음을 발견하고 멀리 쫓았다. 사람이 지키고 있으므로 거위를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가 이른 아침에 숫놈과 새끼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숫자를 확인하고, 걷기를 시작하려고 몸을 돌리려는데, 갑자기 거위 새끼 모두가 날개짓을 하면서 우리 부부 앞에 와서 서는 것이었다. 매우 신기한 현상이었다. 야생 동물에게는 먹을 것을 주지 않아야 함으로, 나의 손에 든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반갑게 와서 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때에 내 생각으로는 밤에 보초를 서 주어서 감사하다는 표시로 받아들였다. 한 낮에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에 그날 새벽에 카요데를 쫓은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게 제안하시기를 사무실에 말해서 우리들이 모금을 할테니 철조망을 사서 밤에는 그 안에 넣어 거위 새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 보자는 의논을 하시려고 전화를 주신 것이다. 퇴근한 후에 사무실에 가서 우리들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했다. 철조망에 넣어도 마음이 놓이지 않을 것이므로, 새끼들이 다 커서 나를 수 있을 때 가까지 보초를 설 수 있는대로 서자는 것이 보초를 자원한 한인 거주자들의 의견이었다. 이런 우리들의 행동에 감동한 주민 중에 미국 할머니가 지역 신문에 이 사실을 알려서, 착한 행실을 칭찬하는 기사도 실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오후로부터 숫놈과 새끼 거위를 노인 아파트 경내에서 찾을 수가 없지 않은가.
사무실 직원들은 물론 관심있는 주민들이 아무리 이곳저곳의 구석구석을 삿삿히 찾아 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추측하기로는 어미를 찿기 위하여 경내를 빠져나가 헤메는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그 다음 날 걸으면서 노인 아파트 주위를 두른 철책을 자세히 살펴보니 한군데가 땅이 파여 있었는데 그 밑으로 새끼를 데리고 나가 자동차 도로를 건너서 어디로 간 것이었다.
그 날 보초를 섰던 사람들의 마음은 참으로 허전했다. 오늘 밤도 지켜주는 보람을 기대했었는데… . 그 다음 날 거위를 찿아서 아파트 경내 밖으로 나가서 이곳 저곳을 살피던 분이 그리 멀지 않은 풀밭에서 거위 새끼 털과 어미의 털이 어지럽게 온 풀밭에 너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분명히 새끼와 숫놈이 나가서 지낸 밤에 짐승에게 다 잡혀 먹힌 것이었다. 노인 아파트의 경사였고, 사랑을 독차지 했던 거위 7마리가 다 몰사한 것이다. 어미는 아직 치료가 완료되지 못해서인지, 또는 새끼와 숫놈이 모두 없어졌다는 아파트 사무실의 연락을 받아서 치료 후에 다른 곳에 보냈는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파트 주민은 내년에 다른 거위들이 둥지를 틀게 되기를 마음에 그려보면서 기다릴 수 밖에 없다.
(201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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