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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3)!
회의를 끝내고 아파트에 가서 쉬었다가 오후 5시 반 경에e-mail을 점검하기 위해서 아파트 사무실 옆에 있는 아피트 구내 도서실 갔다. 메일을 읽어 보고, 보낼 분들에게 e-mail을 보내고, 6시 경이 되어서 미국과 고국의 뉴스를 찾아 보려고 하는데, 집사람이 얼굴이 하얘져서 도서관으로 급히 달려왔다. “여보, 한나네 집으로 빨리 가야해요!”라는 것이다. “왜 그러냐?” 고 묻자, “한나가 아파서 응급실로 가야한다!”고 했다. 나도 마음이 급해졌다. 세 아이가 있는데…. . 사위가 아직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웃 집 사람에게 맡기고 갔을까? 등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집사람이 지금부터 44년전에 응급실에 갔을 때에, 아이들을 세들어 있던 집의 주인 어른께 부탁하고 응급실로 향했던 일, 믿음의 동역자들이 어린 아들과 딸을 돌보아 주던 고마웠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급히 차를 몰고 나갔지만 걱정되는 것은, 금요일 오후 퇴근 시간에 딸네 집으로 가는 방향의 고속도로의 차량 체증이 심한 것이었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는 저녁이니…. . 그러나 예상외로 딸네 집으로 가는 길의 체증이 심하지 않아서 약 20분 후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하고 딸네 집으로 달려가 문을 여니 다행히 사위가 와 있었고, 딸을 병원으로 데리고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딸의 배속에 종양이 발견 되어서 걱정을 했는데, 검사 결과 암이 아닌 것이 판정되어서 3월 2일에 수술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런데 배가 몹시 아파서 응급실로 가서 수술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우리 부부를 부른 것이었다. 얼마 후에 사위가 딸을 데리고 병원 응급실로 갔다. 세 손녀는 엄마가 병원으로 가자 다들 울었다. 나이가 어리지만 엄마에 대한 염려가 있기 때문이리라. 딸과 사위가 손녀들에게 안심시켜주고는 병원으로 향했다. 초등학교3학년 과 1학년인 손녀들은 각자 자기 방으로 가서 있었고 나는 막내 손녀 캐리스를 데리고 놀고, 집사람은 밀린 빨래를 개면서 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9시 경에 사위에게서 전화가 왔다. 응급 조치를 해서 딸이 잘 견디고 있기 때문에 9시 반 경에 퇴원을 해서 집으로 온다는 것이다. 얼마나 반가운지.
그런데 문제는 보통 9시 경이면 침대로 가서 재워야 하는 막내 손녀 캐리스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병원에서 퇴원한 딸이 전화로 아이들 소식을 묻길래, 위의 두 아이는 이미 잠들었고, 캐리스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니 자기가 집에 와서 양치도 해 주어야 하고, 씻긴 후에 재운다는 것이었다. 딸이 집에 도착하려면 약 30분 정도가 걸릴 것인데, 계속 엄마를 찾고 울면 어떻게 하는가 하는 대한 걱정이 생겼다.
그러나 그것은 한갖 나의 기우였다. 엄마가 병원으로 간 후에 간간히 엄마를 찾던 캐리스가 거실 한 구석으로 가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자기가 본 어린 아이들 뮤지칼의 노래인 것 같다. 아직 어려서 발음이 부정확해서 무엇을 노래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몸과 손과 발을 움직이면서 노래를 하는데 정말 놀라웠다. 입을 크게 벌리고 노래를 하면서 자기가 본 뮤지칼 비데오의 인물들이 보여준 연기를 흉내 내는 것 같았다. 이리저리 돌기도 하고 원을 그리면서 노래도 부르고, 앉아서 부르기도 하고, 곡이 끝나는 부분에서는 한 손을 높이 들고 목청을 돋구기도 하였다. 우리 부부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힘껏 박수를 쳐 주었다. 그러면 자기도 기쁜지 또 다른 것을 불러주는 것이었다. 얼마나 신기한지 우리 부부는 서로 마주 보면서 놀랐다. 그렇게 약 30여분들 캐리스와 함께 보내고 있을 때에 딸과 사위가 도착했다. “마미!” 하고 한 마디 하고는 또 노래를 불러주었다. 딸이 병원에 다녀왔기 때문에 샤워를 하러 2층으로 올라갔지만, 울지 않고 계속 우리 부부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생일 선물 가운데 가장 값진 선물은 바로 막내 손녀 캐리스의 재롱이었다. 이제 2년 5개월 된 애가 너무나 의젓하고 어른스럽게 몇 시간을 보내고, 우리 부부를 기쁘게 해 준 것은 하나님이 내려 주신 특별한 칠순 생일 선물이라고 믿는다.
‘할머니, 할아버지 안녕!”이라는 캐리스의 말을 듣고 딸네 집을 나와 아파트에 도탁하니 밤 10시 35분이었다.
(20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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