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먼 하늘을 쳐다보는 노인들
요즈음 까만 바지에 청색 점퍼를 입으신 미국 할아버지가 벤치에 앉으셔서 먼 하늘을 응시하시는 모습을 가끔 본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러니 어느 날 지구를 떠나야 할 것을 생각하면서 인생을 뒤돌아 보고, 가야 할 그곳을 보게 되리라.
이곳에 와서 보면, 거동이 불편해진 분들이 점점 운동을 하지 않게되어 잘 걷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아진다. 내가 사는 아파트 복도 건너편에 사시는 할머니는 약 1년이 되었지만 한 번도 뵙지 못했다. 내가 그 분이 할며니인 것은 방문객이 왔을 때에 들리는 음성으로 안다. 그 분이 사는 아파트에서는 TV 소리가 밖으로 흘러 나온다. 나이가 들면 청각이 둔화 됨으로, TV를 크게 하기 때문에 밖으로까지 소음이 많이 들린다. 잘 안들리니까 자꾸 볼륨을 높이시기 때문인 것이다.
몸이 많이 비대해지신 동 구라파 계동의 할아버지가 계신데, 그분은 보행 보조기를 끄시고 겨우 움직이여서 사람이 한적한 의자를 찾아 나오신다. 그 분의 목적은 담배를 피우시기 위함인 것 같다. 이 곳에서는 주위 사람들의 편의를 의식해서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의자에 앉으셔서 담배를 입에 무시고서 먼 하늘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흡족해 하심이 얼굴에 완연하게 나타난다. 아파트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기 때문에 하루에 한 두차례 나오시는 것 같다. 비록 밖에 나오셔서 담배를 피우시지만 지나가는 분들과의 거리가 그리 멸지 않은 의자까지 가실 수 밖에 없는 건강이시기에 늘 그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셨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부터는 뵐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저녁에 걷고 있는데, 멀리서 아주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만든 전기로 움직이는 자도 보행기를 타고 오시는 것을 보았다. 수동 보행 보조기가 너무 힘들어 멀리 가실 수 없고, 주위를 걷는 사람들이 담배 연기를 맏지 않도록 하시기 위하여 멀리 떨어진 곳 까지 가시려고 자동전기 보행기를 마련하신 것 같다. 저녁 시간에 걷다가 보니 아파트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까지 나오셔서 담배 한 대를 무시고 먼 하늘을 바라보시면서 흡족해하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 사는 분들이 점차 맞이해야 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친구들을 만들어서 대화를 하거나, 취미 생활을 꾸준히 하는 것 등등의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움직임이 제한 된 노인들에게는 말로 아무리 좋아도 제한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매 주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저녁이면 방문자 주차장에 어김없이 서 있는 차가 있다.
까만 토요다 소형 추럭인데 그 위에는 공사에 필요한 사다리며, 다른 공사를 위한 기구들이 실려 있다. 그 차를 타고 오신 남자분의 연령이 육십 세는 넘어 보이시는 분이시다. 부모님을 뵈러 오셨는지 형제를 보러 오셨는지 잘 모르지만, 꾸준히 누군가를 방문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아는 나로서는 존경심이 든다. 외롭게 지내는 분이 부모님이시건 형제건, 이틀 저녁만이라도 함께 지내면서 음식도 해서 함께 먹으면서 담소하는 것이 참으로 귀중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주말 이틀 저녁부터 아침가지 트력을 타고 오신 분의 방문을 받으신 분은 참으로 행복하신 분이다.
고독한 것, 누구도 찾아보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것, 점점 교제의 폭이 좁아진다는 것, 거동이 불편해져서 자동차도 운전할 수 없게 된다는 것 등이 노인들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주는 분이 있다는 것, 전화를 걸어 주거나 편지를 보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먼 하늘만 쳐다 보면서 앉아 계신 분들에게도 누군가 옆에 앉아 손을 잡아 주실 분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2013.11.2) |
|
|
|
|
|
|
|
|
|
한 마디 말의 영향력 
먼 하늘을 쳐다보는 노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