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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아름다운 모습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
 
젊은 남녀가 서로 손을 잡고 정답게 속삭이면서 걷는 모습은 분명히 아름답다. 무엇보다도 그 나이에는 주름살 없는 젊은 피부와 굽지 않은 등이며, 힘차고 꼿꼿한 걸음 걸이며 표정 또할 그렇게 밝을 수 없으리라.
 
내가 노인 아파트에 와서 살면서 느끼고 배우는 것이 많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아름다움이란 건강한 것, 젊다는 것, 외모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칠십 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중국인 부부를 내가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하기 위하여 나갈 때에 만나고, 집에 와서 일찍 저녁을 먹은 후 걸을 때에 또 만난다.
남편은 불편한 데가 없으신 것 같은데, 부인 되시는 분은 중풍을 앓고 계신 분이시다. 남편 되시는 분이 한 손을 부축하고 걷는데도 매우 불편한 모습으로 걸으시는데, 고개를 떨구시고 힘 없이 팔을 느러뜨리고서 걸으시는 것을 보면 마음이 좋지않다.
 
아침에는 노인 아파트에 계신 중국 아주머니들이 중풍을 앓고 있는 분을 부축 하시고 이리 저리 다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 주시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어떤 때는 딸인 듯한 분이 모시고 산책을 하신다. 그러나 내 마음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남편되는 분이 저녁에 모시고 다니실 때의 모습이다. 같이 걸으시면서 중국어로 노래를 불러드린다. 그 가락이 나에게는 낮설지만, 젊은시절 부부가 즐겨 부르셨던 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또는 부인 되시는 분이 건강하실 때에 즐겨 부르고 들으셨던 노래였을 지도 모른다. 어떻든지, 부인이 들으라고 열심히 부르시면서 힘 없으신 손을 꼭 잡고 걸으시다가 부인이 힘들어 하시면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신 후에 또 그렇게 하신다.
 
내가 사는 곳에는 노인 시설로서는 제일 처음 지은 고색창연한 흰 건물이 있다.
조금 언덕진 곳인데 정문 앞에는 시원한 분수가 늘 흐르고 있다. 분수로 가는 길 양편에는 노인들이 쉴 수 있는 나무 의자가 있다. 내가 저녁 걷는 시간에 그 옆을 통과 하는데, 내가 걷고 돌아올 때면 늘 부부가 그 의자에 앉아계신다. 부인은 말씀이 불편하시기 때문인지 말은 남편 되시는 분이 하신다. 그러면 귀를 다소곳이 남편쪽으로 기울이시고 들으시면서 고개를 끄떡이시는 모습을 볼 때가 많다.
 
노년에, 배우자 한 사람의 몸이 불편할 때에, 정성과 사랑을 가지고 인내하면서 말해주고, 노래도 불러주면서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은 정말 나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서로 잡아주고 세워줌의 아름다움은 어떤 젊은 연인들의 모습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 숭고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또 다른 미국 사람인 듯한 노 부부가 있다. 내가 아침 9시경에 사무실로 떠날 때에 산책을 나가시는 분들이다. 두 분 다 손에 지팡이를 드셨는데, 가능한한 허리를 곧게 펴시려고 노력하는 듯한 모습을 하시고, 지팡이를 들지 않으신 손으로 상대편을 꼭 잡으시고 걸으시면서밝으신 표정으로 말씀을 나누시면서 아주 천천히 걸으신다.
 
내가 길을 걸을 때에 젊은 분들이 간편한 복장으로 땀을 흘리면서 뛴다. 신선하고 힘찬 박진감이 내 몸에까지 뻗혀 오는 것 같다. 그들에 비하면 어린이 같은 속도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시는 노 부부이시지만, 인생을 마감하는 시점이 가까워 와도, 일생을 동고동락해 온 부부로서 하나되어 걸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그 날까지, 우리 부부도 손을 잡과 지팡이를 짚더라도 함께 걷고싶다.
 
 
 
(201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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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해피버스에이(3)!
17 히피 버스데이(2)!
16 해피 버스데이(1)!
15 하늘을 떠받든 두 개의 아취
14 황사 바람을 뚫고
13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
12 먼 하늘을 쳐다보는 노인들
11 꾸준히 하는 것으로 인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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