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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2)!
일상적으로 금요일에 우리 부부는 딸네 집에 간다. 나는 막내 손녀인 캐리스로 봐 주고, 집사람은 딸네 가족들이 즐겨 먹는 닭곰탕과 샐러드를 만들어 주곤 하였다. 딸 아이가 세 자녀를 키우느라고 자기의 시간이나 밖에서 볼 일을 갖도록 우리 부부가 배려해 주는 시간이다.
그러나 딸이 지난 월요일에 아파서 검진을 하러 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 갔었기 때문에 대신금요일인 오늘은 집에 있기로 했다. 일반적으로는 집에 있기 보다는 사무실에 나가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생일을 축하해 준다면서 점심을 사겠다는 집사람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어었다. 이곳에서 잘 알려져 있는 ‘TODAI’라는 부페에 가서 아주 맛있게 점심 식사를 했다. 오는 길 가는 길에 그렇게도 기다리던 단비가 내리는 길을 자동차로 달리는 기분도 참으로 좋았다.
100여년에 처음 오는 가뭄이라고 할 정도로 메마를 땅에 여러 날째 단비가 내려 많이 해갈 되었음에 감사한다.
오후 2시에는 내가 사는 노인 아파트 주민 회의가 있었다. 매네저가 한국 사람들 가운데서 카운실 멤버로 나를 지명했기 때문에 참석했다. 그 전에는 연세가 많으신 분이 하셨는데, 청각 장애가 와서 사임을 했기 때문에, 적임자를 찾던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 나를 지명한 것이다. 이곳에서 70세는 청춘으로 통할 정도로 연세가 높으신 분들이 많다. 고국의 노년의 평균 연령이 남자가 77세, 여자가 82세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에 계신 한인 노인이 20여명 되시는데, 거의 80세를 넘기신 분들이다.
회의실 앞에 놓인 책상에 카운실 멤바들이 앉는데, Mr. Lee 라는 종이로 만든 팻말이 놓여 있었다. 매내저가 들어오더니 나에게 자리를 권해서 앞으로 나가서 앉았지만, 조금 어색했다. 정시가 되자 의장의 사회하에 국기에 대한 선서를 시작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카운실 모임의 대표가 인사 말을 한 후에 전 회의록 낭독과 회계 보고등이 있었다.
그 후에 매네저가 나오더니 지금부터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일어나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에게는 이름을 부르면 일어나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 남아있다. 그 이유는 학비가 밀렸을 때에나 시험을 잘못 보았을 때에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일어나서 야단을 맞은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30여명의 이름을 부르는데 마지막이 거의 다 되었을 때에,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호명 된 사람들이 다 일어났는데, 그 분들에게는 앉으라고 하더니, 나는 그냥 서 있으라는 것이다. 좀 당황했다. 매내저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
그러더니, 지금 이름을 불른 사람들이 2월에 생일을 맞은 사람들이라고 하더니, 그 중에 Paul Lee가 바로 오늘인 2월 28일 생이라고 하고는 모두 ‘Happy Birthday’ 축하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 했다. 이곳 노인 아파트 사무실 옆이나 회의실 복도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 약 15년 정도 전 까지만 해도 모두 백인들이었다. 그러나 이민 물결 이후에는 이 노인 아파트의 주류는 중국 사람이고, 미국사람과 러시아 사람들이 다음이며 그 다음이 한국 어른들이시다. 그래도 생일 축하 노래는 만국 공통의 노래가 되었는지, 서 있는 모인 모든 분들이 나를 향하여 크게 축하의 노래를 불러 주었다.
금요일 마다 딸네 집에 가기 때문에 1년에 2-3회 모이는 주민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지명을 받고 처음 참석한 날이 바로 나의 생일일줄이야. 생일 축하 노래를 들으니 기뻣다. 지금까지 나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많은 분들이, 그것도 가장 많은 민족이 함께 축하해 준 모임이었다. 메네저의 배려에 감사한다.
(20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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