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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돋힌 산딸기 덩굴
아침 운동 길에거
가시돋힌 산딸기 덩굴
 
아침마다 아내와 함께 걷기 위하여 아파트를 나오면 시원한 공기 때문에 늘 상쾌하다. 가끔 집사람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거나,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지만 늘 이겨내고 열심히 새벽마다 나와 함께 걸어 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내가 사는 노인 아파트에서 나와서 약 반 마일 나오면 아파트를 비롯한 이곳 단지의 입구가 나온다. 반 마일 정도이지만, 구내에 있는 양로 병원이나 주거 단지에 있는 곳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출퇴근 하는 차량들을 만난다.  내가 손을 흔들어 주면, 비록 피곤한 밤 근무를 하고 나가지만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가거나, 어떤 분은 들창문까지 내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인사를 하고 가는 분들도 있다. 그리고 출근 시간을 마춰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하여 바삐 가는 차량에 탄 분들도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복받은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운전하고 가는 분들에게 손을 흔들다가 보면 어느 사이엔가 입구에 이른다. 입구를 나서면 큰 길이라 이른 아침이라도 차가 비교적 많이 다닌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한 백여 미터를 가서 오른쪽으로 가야 우리 부부가 늘 걷는 길이 나온다. 내가 큰 도로에 접어들어서는 지나가는 모든 차를 향해서 손을 흔들면, 좀 머리가 돈 사람으로 착각할 것 같아서 그 한 백미터를 걸을 때는 손을 흔들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로 늘 들어가는 차를 타고 가는 분들은, 나를 알아보고 먼저 경적을 올리며 손을 흔들고 지나간다. 나도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하지만, 차는 이미 입구를 돌아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한 백미터 정도에서 바른쪽 길로 돌아서면 아주 잘 지은 큰 주택들이 있는 나무가 많은 주택가이다. 그 길에 접어들면서 부터 다시 만나는 모든 차에 탄 분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어 준다. 그러나 그 분들의 환한 미소와는 달리,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문자 그대로 안타깝다. 매년 계속된 가뭄으로 인하여 지난 해에 절수를 한 관계로 아름다웠던 집 앞의 초록 잔디 밭이 거의 다 죽었다. 그렇게 된 잔디에 다시 물을 주어봤자 예전과 같이 아름다운 잔디밭으로 되돌릴 수 없기에 대부분의 집은 누런 잔디로 그냥 놔두고 있다. 이 지역 주택의 집 앞 잔디밭 주위에는 전부터 심겨저 있는 생존력이 강한 잎이 많이 붙은 덩굴이 심겨져 있다. 그런데 그 것들 마져도 많이 죽어가고 있다.
 
점차 볼쌍 사나워지는 집 앞의 정원들을 보면서 걷다 보니, 덩굴이 죽어가는 곳에서 힘차게 파란 잎을 펼치면서 뻤어나가는 것들이 있음을 발견했다.
무엇인지 궁굼해서 발걸음을 멈추고 살펴 보았다. 가까이 가 보니 다름아닌 험상굳게 가시가 많이 돋힌 굴찍한 산딸기 덩굴이었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닐터인데, 우리 부부가 걷는 길에 있는 몇 집의 도로변에 인접한 곳에서 이런 것이 있음을 발견했다. 내 생각에는  주인들이 정원을 포기해서 나와 보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그런 것들이 나와서 정원을 버린다는 것은 생각도 안 했는지도 모른다. 매일 지나다니면서 보니 산딸기 줄기들이 하루가 다르게 뻗어갈 뿐만 아니라,또 다른 산딸기 싹들이 나와서 왕성하게 번져가는 것이었다.
 
삼 주 전쯤에 내가 꼭 해야 할 일은 아니지만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 다음 날에는 집에 있는 정원용 가지 자르는 가위를 가지고 걸으러 나왔다. 그 집 땅을 밟지 않고서도 산딸기 나무 싹과 줄기를 자를 수 있는 몇 집의 것들을 정리해 주기로 했다. 그 가위로 힘차게 뻗어가는 모든 산딸기 줄기와 새로 나오는 싹들을 싹둑싹둑 잘랐다. 기분이 참 좋았다.
 
그런데 약 두 주 전에 그 자른 자리를 살펴 보았더니, 그 주위에 또 다른 새싹이 나서 자라 줄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참으로 생존력이 강함을 보았다. 그래서 또 잘라주었다. 그리고 지난 주에도 또 한차례 새 싹이 나서 자라는 줄기들을 잘라 주었다.  그런 행동을 하는 나를 집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방지하려면, 그 집 정원에 들어가서 삽으로 뿌리를 다 빼어내야 하는데, 그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하기야 남의 정원이 어떤들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으랴만은, 나의 마음은 아름다움이 흠집난 정원이라도 가시가 험하게 돋힌 산딸기 덩굴이 정원을 잠식해 가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좀 별난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잔디밭에 민들레가 번지는 것을 보면, 뿌리째 뽑아 버리려고 힘을 쓴 경험들이 많다.
 
아마도 예수님께서 주신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서 씨가  ‘가시떨기 밭에 떨어진 씨’ 는 열매를 맺지 못했다는 말씀에서 받은 인식 때문이 아닌가 한다.
 
금주 중 어느 새벽인가는 또 산딸기 줄기를 자리기 위해서 정원용 가위를 가지고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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