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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떨어진 낙엽
가뭄으로 인한 이변.
일찍 떨어지는 낙엽


지난 해 8월 중순 때에만 해도, 내가 사는 아파트 창문 앞에 선 몇 구루의 큰 활옆수 나무의 잎들은 매우 푸르른 색갈이었다. 왜냐하면 한창의 여름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금년 여름이 그리 더운 편이 아닌데도, 8월 중순부터 낙엽이 지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쓰는 9월 4일 오후 3시 경에 창문 앞에 선 나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나뭇잎이 거의 다 떨어지고 붙어있는 것들도 대부분 누렇게 변하였는데,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억지로 붙어 있는
느낌이다. 끝은 누렇에 변하였지만 가까스로 푸른 색깔을 내느라 안깐 힘을 쓰는듯한 잎들은 거의 셀 수 있을 만큼만 남아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뿌리가 충분한 물을 나무에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일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내가 사는 아파트의 문제만이 아니다.  아침에 운동을 하러 나가서 보면, 활엽수는 물론 많은 침엽수들도 누렇게 죽어가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한다. TV뉴스에서 아나운서가 보고하기를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에 5년째 가뭄이 들어서, 나무가 우거진 산에서 죽은 것만 해도 수천만 그루는 될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아닌가! 지난 해에 비하여 두 배 이상의 산 불이 나서 9백만 에이커의 임야가 불탔다고 한다. 여러 명의 소방관이 죽고, 산에 있는 집들이 불타 없어져 많은 이재민을 냈다.
 
미국에서 가장 경제력이 강한 주가 캘리포니아라고 한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하나인 캘리포니아의 총 생산량은 세계의 많은 국가와 비교해도 7위에 든다고 한다. 신 기술의 메카라고 하는 실리콘 밸리가 바로 내가 사는 곳이다. 야후, 애플, 구글, HP, IBM, 시스코, 훼이스 북 등등의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기라성 같은회사들이 즐비하다. 외국 정상이 오면 꼭 들러가는 신 기술과 산업의 총 본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 가주에는 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가 있다. 유명한 디즈리 랜드와 관광지들 그리고 수 많은 오락 시설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풍요와 기술과 오락이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빈부의 격차가 매우 심한 곳이다. 주택 값은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들리는 말로는 침실이 두 개 정도 있는 아파트는 최소 $2,500 정도가 된다고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샌프란시스코의 자유 분방한 문화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불법 체류자들을 보호하는 법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어려움이 만만치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세계 3대 미항으로 불려지는지 몰라도, 아름다운 금문교가 있는 항구 도시이지만, 홈레스 피플들로 인하여 관광 산업이 위축된다고 한다. 그에 더하여 동성 결혼이 합법화 되는 과정에서 강력한 진원지 역할을 한 곳이 바로 내가 사는 북가주이다.
 
주 지사가 각 가정에서 쓰는 물의 1/3 정도를 줄이라고 권해서, 아파트에 사는 나도 어찌하던지 물을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아무리 인간 문명이 발전하고, 인간의 지성이 빛나고, 인간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편해졌어도, 가뭄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사실 물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고, 회사를 운영할 만한 사람이 살 수 없는 도시가 되면, 회사도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던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소망은 금년 겨울이라고 한다. 엘리뇨 현상으로 인하여 캘리포니아에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그러나 비가 많이 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기상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금년 겨울의 폭우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적인 면으로 보면 참으로 난감하다.
이곳은 토양이 물러서 비가 많이 오면, 산사태가 많이 난다. 산프란시스코 만에 인접한 알비소(Alviso) 라는  도시는 물 바다가 되기도 한다. 또한 비가 한꺼번에 온다고 그 비가 지면 밑으로 다 스며드는 것도 아니다. 땅을 험하게 할귀고 지나갈 뿐인 것이다. 매년 평균적으로 비가 서서히 오면, 자연히 지면 밑으로 스며들어 나무 뿌리를 건강하게 해 줄 것이다.
 
지난 주 딸네 집에 갔더니, 딸 아이가 집 밖의 담장에 심은 과일 나무에 물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물을 주기 위해서 나무 주위에 물이 모아질 수 있도록 흙으로 둔덕을 만들었다. 과일 나무의 잎이 마르기 시작했고, 예년에 비해서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록 10여개 달린 사과 중에서 두어 개가 떨어져 딩구는 것이었다. 분명히 물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직감했다. 절수를 하느라고, 나무 주위를 두른 프라스틱 파이프로 매일 자동으로 주는 물을 끊었다고 한다. 작은 곡괭이로 주위를 긁어서 파는데, 그냥 먼지를 그러모으는 것 처럼 흙이 메말라서 먼지만 날리는 것이었다. 얼굴에 먼지를 쓰고 난 후에 물 호스를 대서 물을 주는데, 메마른 땅이 한 없이 빨아드렸다.
 
농업 용수가 부족하니 농산물 생산량도 줄 것이고, 과일도 적게 열리니 모든 물가가 오를 것이 예상된다. 기상 학자들의 말과 같이 인간의 탐욕이 자연을 파괴했고, 앞으로도 파괴해 갈 것은 뻔한 이치이다. 미래학자들은 한 세기를 넘기지 못해서 인류에게 무서운 재앙이 덮칠 것이라는 경고를 해도 누가 귀담아 듣겠는가? 눈 앞의 이익과 편함과 욕심을 추구하는 인간의 운명은 결국 자승자박의 길을 걸을 것이 뻔하다.
 
 
(2015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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