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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히 떠난 거위 한 쌍.
재작 년에 거위 한 쌍이 여섯 마리의 새끼를 거느리고 내가 사는 아프트 단지 곳곳을 다니며 풀을 뜻어 먹든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곳 근처에는 산과 숲이 우거진 곳이 있어서 각종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가요데도 있는데 몇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을 우리 부부가 아침 일찍 걸을 때에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이 가요데들이 밤에 거위 새끼들을 잡아 먹으러 내려오면, 어미가 어찌 크게 우는지, 잠자던 주민들 가운데 기동이 가능한 분들 가운데는 몽둥이를 들고 나와서 소리를 기르며 가요데를 쫓아 버리곤 했다. 우리 한국 분들이 주축이 되어, 밤에 새끼들이 날 수 있을 때까지 보초를 서서 보호해 주고자 계획을 했고 며칠간은 실행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어느 날 낮에 새끼들을 데리고 아파트 철조망에 난 구멍을 통해서 아파트 영외를 나가서 멀지 않은 큰 저택의 숲을 지나다가 가요데의 공격을 받아서 새끼들이 다 죽었다. 주민들의 사랑을 받던 귀여운 새끼들이 자 죽어 털만 날린 것이다.
지난 해에는 거위들이 내가 사는 노인 아파트에 둥지를 틀지 않았다. 조용하게 지나갔다. 그런데 금년에느 예년보나는 매우 늦은 늦봄에 거위 한 쌍이 아프트에 둥지를 틀었다. 종족 보호 본능 때문인지, 사람과 동물들이 올라갈 수 없는 아파트에서 관리 사무실 입구까지 이어진 회랑의 지붕 위에 둥지를 틀었고, 얼마 후에는 알 하나를 낳아서 품기 시작했다. 재작년에도 회랑 지붕 위에 둥지를 틀었지만, 그 때에는 나무 그늘이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금년에는 그늘이 없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뙤약볕이 쬐는 지붕 위에서 알 하나를 품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였다. 알을 품느라고 풀 밭에 내려올 짬도 없었을 것이고, 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더위에 노출되어서인지 입을 벌리고 헐떡거리는 것이었다. 그러니 점차 몸이 왜소해졌고 털은 빛을 잃어갔다. 숫놈도 덩달아서 풀 밭 주위에 가만히 서서 하늘만 보는 것이아닌가? 내가 보기에 숫놈도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오월 하순에 어느 공원에 갔을 때에 보니, 벌써 다른 기러기들의 새끼는 중병아리 보다 더 커서 어미들과 함께 유유하 풀을 뜯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에 있는 거위는 아직도 알을 품고 있다니…. 분명히 알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지붕 위가 너무 뜨거워서 알이 곯아버려 생명력이 없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6월 중순까지도, 어미는 알을 품느라고 거의 식음을 전폐하디시피 하고 일심으로 새끼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품고 있는 것이다. 상황을 지켜본 아프트 사무실 직원에 의하여 알을 치우게 되었다. 이 일로 인하여 지난 몇 달간 보았던 거위 한 쌍은 쓸쓸히 우리 아파트를 뒤로 하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한 생명이 나올 것을 위하여 죽은 알을 품고 말라가던 어미에게 교훈을 받았다.
다음 올 한 세대를 위하여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기다렸던 한 쌍의 기러기의 인내와 소망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알을 낳고 품되 알이 깨어날 수 있는 환경에 둥지를 틀여야 한다는 것, 알이 죽은 것을 거위가 알 길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무작정 죽은 알을 품고 있으면서 몸을 망치는 것은 매우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을 배웠다.
(201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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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3) / 국가와 국기 
쓸쓸히 떠난 거위 한 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