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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 소음
층간 소음
 
내가 지금 사는 노인 아파트로 이사 온지도 벌써 3년 8 개월이 되었다. 전에 살던 곳은 스튜디오이기 때문에 아주 좁았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에 와서는  침실이 하나 있고 부엌이 붙은 리빙 룸이 있어서 매우 기뻤다. 또한 전에 살던 노인 아파트는 고층인데다가 도심에 있어서 소음이 많았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노인 아파트는 도심에서 벗어난 외각에 있다. 바로 옆에는 대학이 있고 다른 편에는 나무가 우거진 곳에 집을 지은 동네가 있다.
그리고 이아파트는 거의 숲속에 있는 것 같아 공기가 맑고 매우 조용하다.
 
3층으로 된 아파트에 중간 층인 2 층의 맨 가장자리에 입주하게 된 날, 바로 깨달은 것은 윗층에 내외분 가운데 남편되시는 분이 결코 조용한 분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목소리가 큰 것이 아니라, 체중이 많이 나가서 움직이는대로 바닥이 삐꺽삐꺽하는 소리가 반복 되었다.
내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 위해서 놓은 작은 책상 위에서 바른 쪽으로 한 발걸음 떨어진 윗층의 부엌의 한 끝부분에 그분이 서시면, 계속해서 기계가 돌아가듯이, 찌르르륵 찌르르륵 하는 소리가 귀를 심하게 거스르곤 했다. 윗층 분들에게 우리의 불편을 말하고 싶어도, 그 소리가 체중 때문이라면 어떤 대안이 있을 수도 없을 것 같아서, 신경을 쓰지 않고 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윗층에 있는 남자분이 일부러 내는 것이 아니라, 이파트가 지은지 약 사십 년 정도 되었고, 목조로 지었으니 어찌하랴.
 
문제는 이 분이 밤에 거의 잠이 없으신지 한 밤중에도 심심찮게 소음이 들리는 것이다. 내가 어떤 때는 밤 2시 경에 나와서 말씀을 묵상하거나 글을 쓸 때에도 이리 저리 다니면서 내는 소음, 때로는 부엌에 들어설 때에는 신경을 자극하는 강한 소음이 연속적으로 들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는 새벽 4시 경에 나와서 말씀 묵상과 기도를 하는데, 그 때에도 예외 없이 발자국 소리와 함께 다른 소음이 들렸다.
 
고국의 뉴스를 보면, 층간 소음으로 인하여 불상사가 많이 일어나고, 때로는 살인 사건이 나기도 한다는데, 반복적인 소음의 반복은 사람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 것이 나의 경우에도 분명하게 느낀다. 또한 윗층에서 카펫 청소를 할 때면, 배큠을 하면서 의자나 식탁 등을 옮길 때에 내는 소리가 요란하다.
 
반면에, 내가 사는 아파트 아래 1층에는 홀로 되신 한국 할머님 한 분이 사신다. 우리가 윗층에서 나는 소리에 신경이 쓰이듯, 아래층에 계신 분이 불편을 끼치지난 않도록 가능한 한 조심하면서 걷고, 물건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하여 노력한다. 가끔 1층에 계신 분에게 우리가 시끄럽게 해드리지 않는가를 물어보면, 아주 조용하다고 하시면서, 오히려 본인의 귀가 잘 안들려서 TV의 볼륨을 높게 하는데 그 소리 때문에 소리가 윗층에서 들릴까봐 걱정이 된다고 하신다. 그러나 1층에서는 거의 어떤 소음으로도 방해 받지 않고 있다.
 
이곳 한국 분들 가운데 내 나이와 비슷한 남자분 몇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함께 커피를 마시며 만난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꼭 나오는 말은, 층간 소음이다. 윗층에서 밤 10시 이후에 손빨래를 하는지, 물을 자정을 넘어까지 욕조에 받는 소리가 들려서 힘들다는 이야기, 조그만 아파트 안에 빨래물을 빼는 회전기를 돌리는 집에 대한 이야기, 개인용 간이 A.C 돌아가는 소리에 신경질이 난다는 분, 또는 윗층에 계시는 분이 신발을 신고 다니는지 구두소리가 낮밤 없이 나서, 천장을 두두리기도 하고, 천정에 공을 던저서 상대방에게 항의하기도 하고.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면 열어주지도 않는 다는 각종의 층간 소음에 대한 이야기가 끝이 없을 지경이다. 마지막에는 할 수없이 아파트 매니져를 찾아가서 어려움을 이야기 하면, 소음을 내는 사람들이 하루 이틀 조용하다가 또 다시 되돌아 온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나의 경우는 지금부터 약 한 달 전부터, 윗층에 사시는 분들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 그렇다고 남편 되시는 분의 체중이 준 것도 아니다. 가끔 그 남자 분을 만나면 서로 가벼운 인사를 하기 때문에 안다. 놀라운 것은, 새벽 2시나 4시나 아침 8시 경까지 윗층에서 소음이 사라진 것이다. 나는 어떤 이유로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모른다.
 
한 가지 추측하는 것은, 아랫층이 시끄러울지 모르니 걷는 것을 조심한다던지, 아니면 수면 시간을 전처럼 야행성에서 밤에 자고 낮에 움직이는 것으로 바뀌었든지…. 하여간 윗층에 계신 분들의 조심과 배려가 우리 부부가 더 평안히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윗층에 계신 부부에 대하여 매우 감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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