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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도토리 나무 한 구루
특이한 도토리 나무 한 그루
 
내가 사는 사라토가 노인 아파트 근처에는 도토리 나무가 많다. 그래서인지 노인 아파트에서 매우 가까가운 곳에 있는 웨스트 밸리 커뮤니티 칼리지의 학교 상징이 도토리 나무 잎이다. 내 생각으로는 사람들이 거주하기 이전부터 이 지역에는 도토리 나무가 많았던 것 같다.
 
4년 전에 이 아파트에 입주하니, 먼저 입주하신 한국 할머님들이 도토리를 많이 줏으셔서 도토리 묵을 만들어 드시고, 다른 사람과 나누셨다. 그래서 우리 부부도 이사 온 그 다음 해부터는 아침 저녁으로 걸 때마다 도토리 나무 밑을 걸어가면서, 즐비하게 떨어진 도토리를 줏어서 묵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아는 믿음의 식구들과 나누어 먹었다. 두 해를 그렇게 하다가, 도토리를 믹서에 갈 때에 나는 소리가 요란한 것아서 도토리 묵을 만드는 것을 중지했다. 이유는 우리 부부는 2층에 사는데, 1층과 3층에 사는 아파트 주민이 시끄럽지 않을까 해서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기이한 것은 가물 때는 그렇게 많은 도토리가 열리고 떨어지더니, 비교적 비가 많이 온 금년에는 도토리가 거의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대신에 도토리 나무 가지가 어떤 것은 약 2피트 정도나 싱싱하게 뻣어가는 것이 아닌가! 여러 해 동안 가뭄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다가, 흡족한 수분을 흡수하니 한꺼번에 자라나는 것 같다. 봄철에 놀랍게 자라나는 도토리 나무들을 보면서, 금년도 가을에는 도토리 풍년이 들것이라고 예상을 했다. 그러나 내 예상은 터무니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정말로 도토리를 구경할 수 없이 열매를 맺지 않은 나무들이 많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캘리포니아 주가 수 년간 가물어서, 급기야는 정원에 주는 물의 공급을 제한하기 시작한 지난 해에 딸네 집 앞 정원의 풀이 다 죽어가는 모습이 기억났다. 노랗게 말라 죽어가는 풀 밭에 군데군데 아직 살아 있는 조그만 풀포기마다 씨를 매단 조그만 줄기들이 나오는 것이었다. 풀도 죽기 전에 언젠가 올지 모를 적당한 성장 환경이 있을 때에 돋아날 씨를 남기고 간다는 자연의 이치를 보았다. 가물었던 때에 도토리 열매가 많았던 것은, 힘든 환경 가운데서 겨우 살아 남아 있는 도토리 나무들의 종족 보전을 위한 힘겨운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한다.
 
식물 사전을 조사해 보았더니, 세계에는 약 28종의 도토리 나무가 있다고 한다. 나도 걸으면서 도토리 나무들을 주의해서 보니, 6 종류를 찾았다. 잎이 작은 종류, 넓은 종류, 긴 것, 거의 둥근 것, 나무가 아주 작은 것, 매우 큰 것, 나무 껍질이 딱딱한 것, 연한 것등이다. 이런 도토리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의 크기와 모양들이 다양하다. 대부분의 도토리 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데, 이런 나무에서 열린 열매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 잎이 비교적 길고 활엽수처럼 생긴 나무는 겨울이 되면, 잎이 다른 도토리 나무보다는 많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잎 갈이를 한다. 이런 나무에 열리는 도토리는 매우 크고 탐스럽다.
  
약 한 달 전 이른 아침에 아파트를 나와 몇 백 미터 걸어 갈 때에, 집 사람이 “나를 따라오면, 신기한 것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뒤따라 갔다. 늘 걷던 길에서 약 2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한 세 아름드리 되는 큰 도토리 나무로 데리고 가더니 “신기한 것을 찾아 보라.”고 했다. 늘 걸면서 멀리서 그 나무를 보았어도 하나도 신기한 것이 없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나무를 보다가, 조금 가까이 가서 보니, 정말로 놀랍고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세 아름들이 되는 나무 껍질 전체에 수를 셀 수 없이 촘촘히 구멍이 뚤려 있는데,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각각의 구멍마다 작은 도토리들이 꼭꼭 박혀 있었다. 얼마나 단단히 박혔는가를 알아 보기 위해서 손가락으로 흔들어 보아도 꿈적도 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가 걷는 길 주위에 전봇대가 몇 개가 서 있고, 높이 솟아오른 야자수가 여러 그루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심겨져 있다. 걷다 보면, 전봇대에 구멍을 파서 집을 짓고 사는 딱따구리 종류의 새가 분주히 날아 다니면서 우짖는다. 어떤 것은 야자수 나무 껍질에 붙어있는 벌레들을 잡아 먹는지 분주하게 부리를 움직이면서 기어 올라가고 있다. 정말로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다. 배 쪽으로는 하얗고 등은 짓은 남색인데, 머리는 진달래 꽃 색이 선명한 새다.
 
내가 30여년 전에 학생들과 여름 수련회에 갔을 때에, ‘부르제이’ 라는 새가 죽은 고목 나무에 구멍을 뚫어서 도토리를 박아 넣는 것을 보았다. 그 이유는 도토리를 박아 놓으면 그 속에서 벌레가 생기는데, 그 벌레가 잘 자라면, 그것을 파내서 먹는다는 것이다. 근자에 집 사람이 보니, 브루제이보다는 작은 이 딱다구리 새들이 위에서 말한 그 도토리 나무에 구멍을 파고 도토리들을 넣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조금 가까이 가서 보아도 새가 도망가지 않고 집중해서 그 일을 하더라고 한다.
 
그 수 천개의 구멍에 박힌 도토리에서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유충을 먹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한다니! 10여 마리 되는 딱다구리가 먹기에는 너무나 많은 양이 아닐까 하고 생각도 해 본다. 아니면 그 새들이 새로 태어날 새끼까지 염두에 두고 하는 일은 아닐까?
구약 성경 잠언 6장 6절에는 “게으른 사람아, 개미에게 가서, 그들이 사는 것을 살펴보고 지혜를 얻으라.”는 말씀이 있다. 나는 어제와 오늘도 걷던 길에서 잠시 이탈하여, 이 특이한 큰 도토리 나무에 뚤린 구멍구멍마다 꼭꼭 박혀있는 도토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이 새들처럼 열심히 살아가는가?”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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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왕성하게 자라나는 선인장을 보며
58 비가 오든지, 안 오든지
57 120년만에 많음 비가 북가주의 마른 땅을 흠뻑적시고 넘침
56 불꺼진 창 어느 할아버지의 아파트의 창을 보면서
55 특이한 도토리 나무 한 구루
54 여주 한 그루에서.
53 “장하다! 잘했다!” (초인종 의인 안치범씨)
52 우리도 부산사람.... '차바' 태풍이 휩쓰고 간 백사장에세
51 방송국 아나운서들 외모를 중요시 하는 고국의 문화
50 미스터 존 제롬(2) 섬기는 사람의 의 표상이 될만한 사람.
49 미스터 존 제롬(1) 참으로 좋은 공무원의 모습
48 리우 올림픽(4) / 문신 올림픽 경기를 참관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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