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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뜻 깊은 생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뜻 깊은 생일

내 생일은 나는 물론 나를 낳아주신 어머님도 잘 모르신다. 조금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4남 2녀를 두신 어머님은 구 한말 시대(1902년)에 경기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나셔서 학교를 다니신 적이 없으시다. 내가 세상에 태어날 당시에는 아이가 태어나도 곧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태어난 아기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두어 살이 지나서야 출생 신고를 하는 분들도 있었다는 말도 들었다.

출생 신고를 하러 가서 생일을 물으면 그 당시에는 매우 익숙한 음력으로 몇 일이라고 하면, 서기가 그것을 양력으로 바꾸지 않고 그냥 적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나의 형제들 가운에데는 생일이 음력으로 나와 같은 달을 가지고 있는 형제들이 셋이나 있다. 어머님께서 호적을 하러 가셔서 불러주신 생일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어머니도 인정하신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어머니에게 자세히 물어서 아마도 그 달 어느 날에 내가 태났을 것이라거 하시는 음력 생일을 당시의 양력으로 찾았다. 내가 현재 나가는 교회나 소속된 단체에 속한 분들이 알고 축하해 주시는 생일은 법적으로 내가 태어난 것으로 기록하는 음력 생일이다. 하지만 나의 가족들이 기억하고 축하해 주는 생일은 양력으로 찾은 다른 날이다.

나와 함께 복음 사역을 하고 있는 목사님이 우리 부부가 사는 아파트를 방문하시겠다는 전화를 주셨다. 그러나 COVID-19 사태로 인하여 많은 노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아파트를 방문하는 것을 가능한 함으로 오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답을 드렸다. 그래도 굳이 오셔야 한다기에 그 이유를 물으니, 전에 아내가 된장을 담은 것을 목사님께 드린  적이 있는데, 그 된장으로 국이나 찌게를 만들어 드실 때마다 드실 때마다 우리 부부를 한 번 대접하기로 생각 했는데, 전화를 주신 그 날에 마지막으로 된장국을 끓이게 되어서, 그것의 일부를 가지고 오시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말려도 꼭 오시겠다고 하시기에 집에서 멀지 않은 우체국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약속한 시간에 약속한 장소로 가니 벌써 도착해 계셨다. 준비해 주신 된장 우거지국을 주셨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받고나서 발길을 돌려 내 자동차로 가려도 돌아서는데, 잠시 기다리라고 하시면서 자동차 트렁크를 여셨다. 그 안에 실려있는 한국산 최상급 배 한 상자와 집에서 담근 김장 김치와 집에서 만든 무 단무지와 압력 밥솥에 찐 맛 있는 계란 20여개를 듬뿍 안겨 주셨다. 그리고 최상급 소고기를 잘 쓸어 담은 큰 접시도 주셨다. 원래 손님 대접하기를 후하게 하시는 분이지만 된장 한 그릇 드리고 받는 것이 너무나 엄청나서 송구스러웠다.

내가 아파트로 돌아오니, 마침 저녁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집사람에게 목사님께서 주신 것들을 전해주니 이내 열어 보면서 매우 놀랐다. 정성드려 준비하신 음식들에 대하여 무엇이라 감사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선물 받은 것으로 맛있게 저녁을 먹으면서 집사람에게 내가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목사님께서는  우리 가족이 지키는 나의 양력 생일을 알아내시고는, COVID-19사태로 인하여, 식당에서 생일을 축하해 주실 수 가 없어서 집에서 우리 부부가 단촐하게 생일을 잘 지내라고 보내신 것이 아닌가?”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푸짐한 음식을 선물로 받은 그 다음 날이 가족이 지켜주는 나의 생일 날이었다.

그 다음 날에 감사의 전화를 드리면서 알게 된 것은 내 생일과 관계 없이 베풀어 주신 사랑의 손길임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COVID-19으로 인하여 가까이 사는 딸네 식구와도 함께 식사할 수 없는 우리 부부의 형편을 아시고 생일 전 날에 지금까지 갖지 못했던 방법으로 풍성한 생일 잔치를 갖게 하여 주셨다. 참으로 감사하다!

                                                ***  ***  ***
자동차로 약 20여분 떨어진 곳에 사는 딸의 자녀 중에서 15살난 맏 외 손녀 나오미에게서 내 호적에 기록된 생일 날에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Hi, Grandpa!                                                                                                      
Happy birthday. I hope you have a great day today.                                                   
This weekend, I will make you yummy cake and bread and soup to celebrate your birthday.  
Thank you for always taking care of me. When I was a baby thank you for taking to me music class. Thank you for walking with me in Hoboken.

Thank you for always praying for me. I really appreciate everything you do for me.        You and grandma are the best grandparents ever and I am so grateful to have such amazing people in my life.  
I pray for you (and grandmas) health and happiness.                                                
I love you guys so much.            
 
처음 태어난 외손녀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을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디 있을까?
돌아보면 할아버지로 사랑하고 아낀 것 밖에는 특별하게 한 것이 없다. 그런 나의 태도에 대하여 매우 깊이 감사하는 글에 마음이 뭉클했다.

가족이 내 생일로 지키는 날 저녁에 나오미가 직접 만든 맛 있는 생일 케익과 푸짐한 김치찌개와 손수 만들어서 구운 커다란 피자 한 판을 가지고 내 딸과 함께 노인 아파트로 찾아왔다. 가능한 한 외부인의 실내 출입을 금하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반갑게 만나 축하 인사를 나누고 푸짐한 음식을 남기고 가기 전에, 또 다른 손녀인 13살인 이반젤린이 캔버스에 정성껐 그린 그림과 9살인 캐리스가 만든 열쇄 고리를 선물받았다. 

비록 가족이 모여 생일 케익을 자르고 함께 즐거운 식사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 어느 생일보다도 더 큰 사랑과 격려를 받은 귀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뜻 깊은 생일 잔치였다.
이에 더하여 동역하는 목사님께서 내 생일을 알지 못하셨지만, 푸짐한 음식을 전달해 주신 것은 부족한 사람을 사랑하시는 주님의 섬세하신 손길을 느끼는 귀한 시간이었다. 후로리다 주에 사는 아들네 식구와는 생일 날 저녁 전화 영상으로 생일 축하를 받았다. 나의 일생에 놀라운 은혜를 배푸신 하나님과 부족한 종을 정성을 기울여 대접하신 목사님 그리고 마음씨 고운 사위와 딸 그리고 세 외손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지난 해에는 나를 비롯해서 온 가족이 생일 모임을 갖지 못했다. 집사람의 건강의 문제가 있어서 병원을 오가야 하는 일도 있었지만 COVID-19 사태로 함께 만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금년에도 비록 함께 모일 수는 없었어도 나의 삶에 매우 뜻 깊게 지낸 생일 날로 기억 될 것이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시편 118:1)

                                                                                                                                      (2021. 03. 09)
Number Title Reference
88 ​한 번도 못본 국군 전사자 유해
87 ​한 번도 듣지 못했던 한국 전쟁에
86 ​대기의 강 (Atmospheric River)
85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84 이름 없는 비석
83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의 끝자락에서
82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OOO.
81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올림픽
80 내가 겪은COVID-19으로 인한 변화
79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뜻 깊은 생일
78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휄로십 프라자의 겨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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