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휄로십 플라자 A202
까마귀와 호두
산책 길에서 본 까마귀에 대한 이야기
까마귀와 호두
 
요즈음 아침 저녁의 날씨는 가을 기분을 들게 한다. 내가 사는 노인 아파트의 주위에는 나무가 많고 산이 가깝기 때문에 도심지와는 기온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요즈음 오전 6시 45분 경에 아파트를 나와서 걸을 때쯤에는 정말로 광명한 태양이 남쪽 산등성이가 이어진 사이로 힘차게 올라온다. 그리고 저녁 걷는 시간인 오후 7시 경에는 밝아지기 시작한 달이 자태를 나타낸다.
 
요즈음도 군대 의장대처럼 손을 힘차게 흔들고 걷는다. 하도 신기한지 노인 아파트에 계신 한국분들은 물론 중국이나 미국분들도 나를 보고는 흉내를 내기도 하고, 웃으면서 좋은 운동방법이라고 격려도 한다. 걷다가 보면 직장을 가는 분이나 자녀들을 학교에 데리고 만나는 분들의 차량과 규칙적을 만나게 된다. 만나는 차량마다 아침에는 힘껏 일하라고 격려하기 위해서 자동차를 타고 가는 분들에게 손을 힘껏 흔들어 주고, 저녁에 만나는 차량에는 수고 많이 하셨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힘껏 손을 흔들어 준다. 거의 모든 분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여 준다. 그러니 나 자신도 매우 기분이 좋고 힘이 난다.
 
어떤 경우에 내가 뒤에서 오기 때문에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가면, 천천히 지나가면서 경적을 약하게 울리고서는 손을 흔들고 웃으면서 간다. 지난 여러 달 동안에 이름도 주소도 모르지만 많은 친구들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내 시의원에 출마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손을 흔들면서 웃는 것이 그렇게 많은 수고를 하는 것이 아니다. 손을 흔들면서 걷다가 한 손을 옆으로만 흔들면서 웃으면 되는 것이다.
 
늘 걷는 코스에는 매우 오래된 도토리 나무가 많다. 그런데 개량종이어서인지 도토리가 아주 적게 열린다. 이제 가을이니 도토리가 떨어지는데, 다람쥐가 많이 먹어 없애서 떨어지는 것이 아주 적다. 혹시 떨어진 것들을 보면 대개는 썩은 것이나 벌레먹은 것들 뿐이다. 집 사람은 도토리묵에 대한 미련이 있어서인지 혹시나하고 줏어 보면 역시나 실하지 않은 것들이다.
 
아파트에서 약 25분 정도 되는 언덕의 정상에서 돌아오면 한 번 다녀 오는데 약 50분 정도의 거리를 매일 아침저녁 걷는다. 내가 만나는 분들이 가끔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적게 먹고 규칙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라는 사전적인 답을 할 뿐이다. 하기야 다른 방법을 내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요즈음 유행하는 각종 효소며 보약을 먹지 안는다. 그런 것들을 먹어도 음식 조절과 운동을 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별 효력이 없다고 생각 한다.
 
집 사람과 함께 고개의 정상에 올랐다가 한 10분 내려왔을 때에 참으로 말로만 듣던 까마귀의 지혜를 보았다. 아마도 금년에 난듯한 어린 까마귀가 내 머리 위를 날아가더니, 도로에서 주택으로 들어가는 돌판을 깐 길에 동그란 어떤 것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소리가 “딱” 하더니 공처럼 동그란 조그만 것이 튀어 올랐다. 무엇인가 하고 빨리 뛰어가서 보니 호두알이었다. 이곳에 호두나무들도 간간히 있고 알을 싼 껍질을 가진 것들이 익어서 떨어져 인도가 더러워진 곳이 있다. 그러니까 까마귀가 호두를 먹기 위하여 한 알을 물어다가 돌판 길 위에서 떨어뜨린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 호두알을 내가 갖고 싶었다. 왜냐하면 생생한 이야기 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뛰어가서 그것을 낚아채고자 했지만, 내 마음을 알아차린 그 어린 까마귀는 어느 사이엔가 입에 꽉차는 호두알을 물고 날아 올랐다.
 
아침 길에는 광명한 햇빛을 맞으면서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고 산과 무성한 나무에 조금씩 단풍이 드는 잎을 보며 산새들이 지저귀는 노래를 들으면서 걷는 것이 매우 상쾌하다. 그리고 저녁 땅거미 진 길을 걸으면서 아파트로 들어서면  긴 도로 양편에 우거진 숲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듣고 걸으면서 늘 감사한다.
 
오늘 아침에는 까마귀의 지혜를 보면서 까마귀에게도 놀라운 지혜를 주신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기쁘게 걸었다.
 
 
(주후 2013년 9월 23일)
Number Title Reference
10 현대 'ELENTRA'
9 까마귀와 호두 산책 길에서 본 까마귀에 대한 이야기
8 온 가족이 함께.
7 "영진이 어머님!"
6 2013년 6월 3일 오전 9시 30분
5 백세 시대
4 화머스 마켙에서
3 휄로십 프라자 A-202호
2 산책 길을 걸으며
1 이십 사분 만에
Page: (7/7), Total: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