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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 타워 57호(16)
1년간을 돌아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잠못이룬 날이 엊그네 같은데 우리 부부가 리버티 타워 노인 아파트로 이사 온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비록 짧다면 짧고 기다면 긴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다.
 
가장 기쁜 것은 우리 부부가 이곳으로 온지 약 6개월 후에 한나에게서 세 번째 딸인 캐래스가 건강하게 출생한 것이다. 큰 외손녀인 나오미와 둘째 외손녀인 이반젤린은 우리들이 딸네 집에 있을 때에 낳았기 때문에 갖 낳았을 때부터 안아 주었고, 기져기도 갈아주고, 함께 놀아 주어서 우리 부부와 정이 많이 들었다. 캐래스는 언니들과 여러가지 다른 면이 있다. 언니들은 많이 울고 자랐는데, 캐래스는 거의 울지를 않는다. 울어도 조금울다가 그치고, 목소리도 높지 않다.
내가 안아주고 자장가를 불러 주면 이내 잠이든다. 그리고 오래 자고 일어나서 울지도 않는다. 먼저 난 두 손녀는 아버지 쪽을 많이 닮았는데, 캐래스는 엄마를 많이 닮아서 동양적 용모를 갖고 있는데, 살결은 언니들 보다 더 희다. 아이들의 엄마도 쉬게해 주고, 또한 우리들도 귀여운 손녀 딸들을 보기 위하여 매 주마다 하루를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서 약 25분 떨어진 딸네 집에 가서 보낸다.
 
지난 한 해 동안 리버티 타워에 사시는 분들 가운데서 여러분이 돌아가셨을 것이다. 평균 한 달에 한 아파트 입주자가 이사를 가고 들어온다. 대부분 고령으로써 혼자 사시다가 더 이상 건강이 여이치 않으신 분들이 양로 병원으로 들어 가시거나, 아니면 좀 더 넓은 노인 아파트를 찾아서 이사를 나가시는 분들이다. 매우 정정해 보이시는 한 팔십 정도 되시는 한국 할머님이 계셨다. 여러 날을 뵙지 못해서 무슨 일이 있으신가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알아 보았더니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는 것이다. 다른 한 분은 매우 활동적인 멕시코 할머님이시다. 그분도 한 팔십세 정도 되신 분이시다. 자동차도 운전하시고 다니시며, 아주 젊게 차리시고 다니신 분이시다. 그분도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는 것이다. 노인 아파트에서 우리 부부는 젊은 층에 속한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 겨우 겨우 보조기에 의지해서 걷는 분들, 정말로 건강하고 예쁜 젊은 시절을 보내셨으리라고 생각되는 미국 할머니들이 외롭게 힘 없이 않아 계시는 것을 보면 측은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바로 내 옆 아파트에 사시는 중국 할머니는 1965년도에 미국에 오신 분이시다. 아주 유창하게 영어를 하신다. 그런데 그 할머니의 얼굴에서는 외로움을 이기기 위한 몸부림을 치시는 듯한 모습이 역역하다. 시간만 나면, 노인들이 조그만 장보따리를 넣어서 밀고 다니는 손수레를 밀고 동네 길의 이곳 저곳을 헤메듯이 다니신다. 오랜 날들을 몸을 앞으로 숙이고 걸으셔서 허리가 앞으로 많이 굽으셨다.
 
이곳에 있는 1년 동안 보고 느낀 것은, “고독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철학자 키엘케골의 말이 실감이 난다. 그러므로 우리 부부의 지난 1년간의 기간 동안에 외로움과 죽음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값진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한 번은 오는 죽음, 그리고 노년이 되어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가족과도 떨어져 살고 있는 분들의 모습 가운데서 미래 어느 날엔가는 우리들도 당할 그 모습을 미리 그려 보는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날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주님과 동행하는 한 과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밝고, 긍정적으로 마지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 부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그래서 집 사람과 나는 매일 이른 아침 노인 센타에 있는 수영장에 가서 운동을 한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약 50여분 동안 빨리 걷는다. 허리를 꼿꼿이 세워 가면서……  .
 
지금은 내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다니고, 또 사무실로 찾아 오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운전을 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혼자 이거나 아니면 우리 부부가 외롭에 있어야 할 그 날을 위해서 내가 할 일을 한 가지 생각해 보았다. 노인 아파트 로비에 보면, 방문객들의 이름을 써놓고 들어가고, 방문을 끝낸 후에 시간을 기입하고 나가는 용지가 있다. 그 종이에는 아파트 번호를 쓰는 난도 있다. 자주 오는 자녀들이 있는 아파트도 있고, 거의 아무도 찾아 오지 않는 아파트도 있지 않을까 한다. 넓은 나라에서 자녀들이 멀리 떨어져서 산다면 자주 방문할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서로의 관계가 약화되고 점차 관심의 영역에서 잊혀지는 것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만나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내가 운전을 하지 못할 때에, 제가 사는 곳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시도록 일정을 알려 드릴테니 그 날이 되면 꼭 방문해 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지인들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할께요.”라고 답변을 하신다. 억지로 미리 도장을 찍는 격이다. ‘관계의 단절’을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나의 처방인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글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하는 부지런한 습관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함을 다짐을 한다.
 
금년(2012년) 1월 19일 저녁, 식후에 일상적으로 집 사람과 함께 걷다가 신호등에서 파란 불이 나와서 건너는 길에서 거의 중간 정도를 갔을 때에, 갑자기 중형 트럭이 좌 회전을 하여서 우리 부부를 향하여 돌진해 왔다. 운전자가 파란불에 우리들이 걷는 것을 보지 못하고 그냥 좌회전을 해서 달려온 것이다.
우리 부부가 껑충 뛰어 피해서 겨우 한 발걸음 사이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운전을 천천히 할 뿐만 아니라, 보행자 보호에 철저한 미국에 살면서 처음 당하는 일이었다. 신호 대기를 기다리던 차에 탔던 사람들이 무사한 우리 부부를 보고는 창문을 열고 “정말 다친데가 없느냐?”는 우려섞인 말들로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정말 무사했다. 하나님께 감사한다.
 
지난 해 12월에는 11층 전체를 밝히는 장식등 설치 전에 전구와 휴즈를 점검하는 일과, 설치 후에 꺼진 전구와 고장난 휴즈를 바꿔 끼워주는 봉사직을 맡은 일이 보람 된 일이었다. 그리고 작년 12월로 우리 부부가 결혼한지 만 40년 주년이 되었다. 갑작스런 중매로 결혼하여 서로 알아 가면서 주님 안에서 살아온 날들이 벌써 40년을 넘긴 것이다. 지난 날, 굴곡 많은 사역의 여정에서 반려자가 되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힘을 모아준 집 사람에게 짐심으로 감사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복은, 몰간 힐에서 지난 2년 정도 모였던 가정교회인 베다니 교회가 또 다른 베다니 가정교회를 개척하기 위해서 우리 부부를 파송해 었다. 우리 부부가 아파트에서 둘이 예배를 드린지 두 달만에 다른 한 부부를 보내 주셔서 함께 하나님을 높여서 예배하게 하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좁은 노인 아파트의 스튜디오에서도 한 가정교회가 시작될 수 있도록 복을 주셨다. 지난 일년간 주 안에서 지금까지 지내 온 것에 대하여 감사할 뿐이다. 할렐루야!
 
(2012년 3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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