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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 타워 57호 (11)
왕 갈비
오월 세 번째 토요일인 21일 노인 아파트 주차장에서 같은 노인 아파트에 사는 한 분을 만났다. 내가 주차하는 곳에서 왼 쪽으로 세 번째에 주차하는 분이다. 나이는 나와 비슷하거나 한 두 살 더 들어 보이는 건강하며 활달한 성격을 가진 피부가 약간 검은 남자 분이다.

주차장에서 만나기 몇 주전에 승강기에서 그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있기에 어떤 내용의 책이냐고 물으니 쇼펜하워의 글이라고 했다. 그 때 내 첫 인상은 매우 책을 좋아하고 철학에 깊은 조예가 있는 분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늘 활기가 있고 친절해서 대하기가 편한 분이다. 우리 부부가 아침에 걸 때 가끔 자전거를 타고 어디로 가거나, 또는 다녀 오는 것을 가끔 보았다. 그 때마다 우리는 반갑게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서로 지나쳤다.

그런데 오월 세 번째 토요일에는 그 분이 자동차에서 내리면서 가방을 들고 내렸다. 인사겸 어디에 다녀 오느냐고 물으니, 수영장에 다녀 온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곳의 멤버쉽을 가지려면 매월, 또는 일년에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가를 내가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무료라는 것이 아닌가? ”공짜는 양잿물도 먹는다.”는 말처럼 귀가 번쩍 뜨였다. 어디에 공짜로 하는 수영장이 있느냐고 했더니 내가 사는 노인 아파트가 소속되어 있는 산타 클라라 시에서 운영하는 노인 회관에 잘 지은 체육관 시설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이웃 도시인 쿠퍼티노나 써니베일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차를 운전하면서 노인회관으로 가는 표지판을 보았어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무심코 지나쳤다.

그분의 말에 의하면, 산타 클라라에 사는 65세 노인들에게는무료로 체육 시설은 물론 다른 다양한 프로그람에도 참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아주 가깝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주소를 주었다. 그래서 그 다음 주 화요일 시간을 내어서 우리 부부가 산타 클라라에 산다는 것을 증명할 서류를 가지고 노인회관을 찾아갔다. 노인 회관은 자그마한 공원을 끼고서 말끔하게 단장한 잘 지은 건물이었다. 사무실에 가서 온 이유를 대니 아주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오래 전에 미국에 오신 분들이 늘 말하는 아주 친절한 미국 관공서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 부부의 서류를 접수할 분이 전화를 받을 일이 생겨 잠시 다른 자리로 가니, 금세 사무실 매니저인 듯한 장년 백인 여성이 반갑게 자기가 돕게다는 것이다. 밝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그 분의 모습은 참으로 밝고 고상한 인품의 소유자였다. 아주 빠른 시간에 서류를 검토한 후에, 멤버쉽 카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면서 촬영하는 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내가 미국에 이민와서 차량국에 가서 서류를 접수할 때만 해도 직원들이 친절하다 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러나 삼십 여년이 지난 지금 인구의 급증과 다 민족 사회가 되어서인지 지금의 미국 관공서의 모습은 그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음을 본다.

아마도 노인 세대는 지금의 젊은 세대보다 친절한 문화가 아직 몸에 배어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사진을 찍을 때도 웃으라고 하면서 여러 장을 찍고 그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인간 대우를 받는다는 인상을 받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 때가 점심 시간 직전인 11시 45분경이었는데, 다른 홀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저 사람들은 왜 줄을 서 있냐고 물으니,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오신 분들이라고 한다. 점심 식사 대금은 일인당 $2.50이라고 하면서, 벽 진열대에 있는 한 달 메뉴가 있는 것을 보라고 안내해 주었다. 내가 고기가 든 양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갈 기회는 별로 없겠지만, 아주 다양한 메뉴의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콤퓨터 교실, 댄스 교실, 아트 교실, 강좌 그리고 각자가 경비를대고 가는 여행까지 아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이곳 노인 아파트로 이사와서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 경찰차나 시 소속 차량을 만나게 될 때 문 옆에 2001년에 미국의 우수 도시로 선정되었었다는 기념 문장을 붙이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이 도시의 특징이 무엇이 있기에 표창을 받았을까를 잠시 생각해 본 일이 있다. 그런데 다른 도시와 다른 것들이 있다. 지금까지 한 삼개월 넘게 이곳에 살면서 본 것은 경찰들이 운전자를 잡기 위해서 숨어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 도시를 일명 영어로 Mission City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름에 걸맞제 정교 분리니 뭐니 하는 말이 많이 있는 미국이지만, 이곳 중앙 공원에서는 매년 부활 주일 미국 교회들이 합동 예배를 보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현충일이나 독립 기념일에는 다양한 행사를 한다. 다른 도시에 비해서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 시설이 많은 것 같다. 산타 클라라 중앙 도서관 옆에는 국제 규격의 수영장이 있는데, 그곳에 들어가 보면 그 수영장의 클럽 멤버들 가운데 1970년대 올림픽에서 금 메달을 딴 분의 사진이 있다.

기분 좋게 멤버쉽 카드를 받고 나서, 같은 주 토요일 아침에 집 사람과 함께 수영장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노인회관으로 갔다. 체육관으로 가니 여러가지 운동 기구가 있는 쪽과 수영장이 있는 쪽으로 갈려 있지만 탈의실을 함께 쓸수 있도록 디자인 된 깨끗이 관리된 건물이었다.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탈의실, 세면대가 있고 큰 거울이 있는 방과 화장실을 지나서 샤워실이 있었다. 그곳에 있는 문을 열고 수영장을 들어가니 온수 수영장과 냉수 수영장이 있었다. 높은 대를 놓고서 젊은 라이프 가드도 앉아 있었다.

냉수 수영장에는 걸으면서 운동하는 줄과 천천히 수영하는 사람들과 빨리 수영하는 줄이 따로 있었다. 우리 부부는 온수 수영장으로 들어가서 걷기도 하고 운동을 했다. 운동 기구는 물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기구가 잘 마련 되어 있었다. 나는 아령 같은 것을 가지고 운동하고, 빨리 걷기도 하고, 제자리에서 빨리 뛰기도 하고, 팔과 허리 그리고 목 운동을 하면서 약 45분 정도를 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 수영장 안에 있을 때는 잘 모르겠는데, 하루를 지내보면, 걷는 것 보다 수영장이 에너지를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어제 성경공부 시간에 반원이 “어디 아프세요?”라고 물으셨다. 며칠을 하니 몸무게도 한 2파운드 줄어서 지금 126파운드이다. 내가 미국 올때, 그러니가 31년전에 136파운드였는데 그때보다 12파운드 정도가 더 빠졌으니 수영장에서의 내 몰골이 어떠했을까를 그려 보면 나도 우습다. 내가 젊은 시절의 별명 중에 하나가 ‘마른 멸치’였는데 지금은 뼈에 가죽을 입힌 ‘왕 갈비’가 된 것같다. 마른 며르치건, 왕 갈비이건 간에 하나님이 주신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수영장에서 열심히 운동을 한다. 누가 뭐라고 하던, 어떻게 보던 간에 나는 왕 갈비를 물에 적시면서 함빡꽃 같은 웃음을 웃으며 하나님과 이 도시의 노인들에게 대한 배려를 감사하고 있다.

(201년 6월9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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