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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 타워 57호(15)
결혼 40년에
12월 18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 40주년 기념일이다.
집 사람에게 워낙 잘해 준 것이 없어서 큰 마음 먹고 금년 말에 비록 미국내에서나마 며칠 여행을 다녀오자고 했다.
우리 부부는 신혼 여행도 가지 않았다. 결혼 이후에는 단 둘이서 호젓하게 여행을 할 겨를도 환경도 갖지 못한채 지금까지 이르렀다. 여행을 위하여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는 중에, 집 사람이 “여보, 여행보다 더 기념될 일을 합시다. 다녀봐야 피곤하고, 결국 사진 몇장 찍는 것인데…. .”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에 쓰일 만한 금액을 집 사람이 원하는 선한 일에 쓰고 여행 계획을 중지했다.

그래도 어느 곳을 며칠 다녀오고 싶은지 “연말에 삼열이네 집에가서 며칠 묶고 옵시다.”라는 것이다. 사실 내가 사는 곳에서 삼열이가 사는 집까지는 운전 시간만 열 시간 정도가 되기 때문에 운전을 해서 당일에 가기에는 무리였던 경험을 여러 번 했었다. 아들네 집을 빠른 시간에 쉽게 가려면 비행기로 가면 된다. 비행기로 약 한 시간 반쯤 가면 되는 거리이다. 그러나 삼열 엄마가 6년 전에 풍이 왔었고. 4년 전에는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그 이외에도 담낭 제거 수술이며 여러 병으로 인하여 수 차례 응급실 신세와 입원을 한 경력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어디도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본인이 하고 있다. 2년전 삼열이가 사는 곳에 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 적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지러움과 통증으로 괴로워서 어쩔줄 모르는 가운데 겨우겨우 목적지인 공항에 도착한 적이 있었다. 암 치료 약이며, 혈압약, 코레스드롤 약 등을 먹기 때문에 몸이 약할대로 약해져 있기에 비행기를 탄다는 것이 본인도 부담이 되고 나 또한 그렇다.

집사람이 꼭 가고싶어하는 아들 집을 가는데 나도 부담을 덜기 위해서 아들네 집에 가는 길과 돌아 오는 길의 중간 지점에 숙소를 예약하였다. 오고 가는 길에 하룻 밤을 자고 나서 운전을 하니 즐거운 운전이 되었다. 결혼 40주년이 되니 아들 삼열이와 딸 한나를 통하여 얻은 손자 손녀를 합하면 일곱이나 된다.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할 따름이다.

현재 삼열이와 한나는 집을 지니고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몇 년 전에 뉴 저지에서 집을 팔고 이곳으로 이사온 이후 집 값이 하도 비싸서 집을 장만하지 못하고 있다가, 주택 경기가 하락한 지난 가을에 아주 잘 지은 집을 좋은 가격에 구입했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소유한 집을 가지고 산적이 없었다. 목회자로서 주택을 세내어 살아 본 적도 없다. 꼭 집에서 살고 싶어한 적도 없었다. 내가 목회자로 살지 않았다면 아마도 다른 삶의 모습으로 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살고 있는 노인 아파트는 스튜디오이다. 약 삼백 평방 피트 정도의 넓이이다.

어제 딸과 사위와 함께 산타 크루스에 있는 건축회사에 다녀왔다.
Guest House를 짓는 작은 건축회사였고 아울러서 주택 매매 중개업도 하는 곳이었다. 자기들은 집에서 살고, 부모는 노인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안쓰러운지, 아니면,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너무 좋아하니까 가까이서 살기 원해서인지, 집의 빈 터에 우리 부부가 거처할 작은 집을 짓고자 상담하러 간 것이다. 시에 신청해서 허가가 나오면 짓기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가 이렇게 물었다. “아빠, 지금까지 이사를 다니면서 가장 넓게 사신 곳이 어디에요?”

딸 아이가 대학 공부를 위하여 집을 떠날 때까지 우리 부부와 함께 아파트를 전전하거나 셋방을 전전한 기억을 하는 것이었다. 만일 시에서 허가가 나오면 칠백 평방 피트 정도의 게스트 하우스를 짓게 된다. “아마도 아빠가 지금까지 사신 곳 가운데서 가장 넒은 곳일 것 같아요.”라는 딸 아이을 말을 들으면서 그간 순례자의 여정에서 길고 짧게 머물렀더 곳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목자가 목축지를 따라 옮기듯, 결혼 사십 년에 이사를 많이 했다. 어떤 때는 한 해에 두 번씩 이사한 적도 몇 번이 있다. 아파트 렌트비가 오르면, 교회에 청구하기가 미안해서 싼 가격의 아파트를 얻어서 이사를 가곤 했다. 집 사람과 내가 기억을 되살려 가면서 결혼 이후에 이사 다닌 곳을 세니 지금 사는 노인 아파트까지 34번이다. 나그네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감사한 것은 비록 나그네의 삶을 살았지만, 순례자로 살도록 주님이 손 잡아 주신 것이다. 집 사람이나 나나 주택을 소유하고 살아 본 일이 없어서 하나님를 불평한 적은 없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족한줄 알라.”는 사도 바울 선생님의 말씀을 늘 생각하면서 감사함으로 살아왔다. 인간적으로 보면, 정말 별 볼일 없는 무능한 인간이요, 집 사람도 나와 함께 고생하지 않으면 안 될 길로 끌어들인 사람이다.

그래도, 머리 둘 곳이 없으셨던 예수님에 비하면, 우리 부부의 지난 사십 년은 너무나 호강에 겨운 생활을 한 것이다.

(주후 2012년 1월 15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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