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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 타워 57호 (13)
'해피 버스데이'
“당신 생일 날에 어떻게 하지. 저녁을 노인 아파트 식당에서 먹지 말고, 내가 당신 생일을 축하 할 겸 당신이 원하는 식당에 가서 먹으면 어떨까?”라는 제안에 집 사람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우리가 이곳으로 들어온 후 처음 생일이니 노인 아파트 식당에서 차려 주는 생일 식사를 합시다.”라는 것이다. 이 대화는 6월 초에 집 사람과 나눈 대화의 한 부분이다.

내가 사는 노인 아파트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그 달에 생일 당한 사람의 명단이 게시판에 붙는다. 그리고 매달 중순 이후 어느 금요일 저녁을 잡아서 생일 당한 사람은 중앙에 있는 큰 식탁에 가까운 친구 또는 방문한 가족들이 앉아서 식사를 하도록 주선한다. 보통 날에는 저녁 5시와 6시 15분에 걸쳐서 두 번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다. 생일 파티 날에는 4시부터 6시까지 식사 시간을 갖는다. 물론 한 사람당 얼마의 식사비를 매달 아파트 렌트비와 함께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내가 집 사람의 의견대로, 생일 저녁을 밖에 나가서 먹지 않고, 아파트 식당에서 먹기로 한 것은 생일 파티를 하기 전 날 저녁이다. 식사 시간이 다 끝난 이후 9시경, 아파트 밖으로 나갈 일이 있어서 1층의 식당 근처를 지나가다가 결정한 것이다.
정말로 정성 들여 식당을 장식해 놓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 벽면에는 ‘Happy Birthday!”라는 글과 함께 색색을 테이프와 풍선이 달려 있었고, 중앙에 위치한 테불(생일 당한 사람들이 앉는 곳)위의 샨드리아에도 각종 장식과 풍선 등으로 아주 조화 있게 장식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책상 위에 잘 장식된 꽃까지…. . 장식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카메라에 담아 놓았다. 집 사람을 축하하기 위하여 식당을 가더라도, 분명히 한국 식당일 것이고, 보나마나 먹고 싶은 것 뚝딱 먹고 집으로 올 것인데, 평생에 한번 분위기 있는 데서 생일 식사를 하는 것이 낳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일 당한 사람은 15분 전에 도착하라는 안내문을 받았기에, 시간에 맞추어 내려가니, 집 사람과 내 이름이 테불에 있었다. 일류 식당처럼, 냅킨과 스픈이며 나이프와 포크도 잘 정돈되어 있었다. 기분이 참으로 좋았다. 생일날 식사는 생일 당한 사람과 초청된 친구나 가족이 먼저 일어나서 부페식으로 진열된 곳으로 가면, 식당 직원들이 친절하게 음식을 떠 주는 것이었다. 게다가 식사가 끝날 즈음에는 예쁜 장미 한 송이를 생일을 당한 사람에게 친절한 미소 함께 축하의 말을 하면서 매니저가 전해 주었다. 기념될 만한 시간이었고, 장소였기에 우리 부부가 사진을 찍어두었다.

주일을 제외한 매일 산타 크라라 시의 노인회관에 있는 수영장이 개방된다. 요즈음은 그간 부품의 고장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 되었던 ‘자꾸지’가 고쳐져서 한층 활기를 띤 수영장의 분위기이다. 어제, 그러니까 7월 18일 아침 수영장에서 운동을 끝내고 ‘자꾸지’로 와서 앉았는데 아주 신기한 생일 파티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매일 와서 운동하는 낮익은 여자분이 수영장으로 급하게 들어오더니 두리 번 두리 번 거리면서 누군가를 찾는 것이었다. 그분의 친구들이 “누구를 찾느냐?”고 하니까 "이름을 모르는데 그분의 생일이 엊그제라는 것이 기억되어 축하해 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분이 찾고 계시는 분은 오래 전에 월남 난민으로 미국에 들어 오신 분이신 것을 약 한 달 전에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자기는 월남을 탈출했는데, 남편은 공직자로 있었는데 나오지 못해 잡혀서 6년간 감옥살이를 했다고 한다. 그 기간 동안에 갖은 고문으로 인하여 귀가 먹게 되었다고 한다. 출옥 후에 미국에 있는 가족의 초청으로 남편이 미국에 왔지만 듣지 못하므로 말이 안되니까, 미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말해 주었다. 내가 월남 전에 참전했었다고 하니까 이런 저런 가족사를 이야기 한 것이다. 아주 친절한 여자분이시다. 적극적이시다. 아직도 일을 한다고 하면서 미국에 와서 이웃 집을 다니면서 청소했던 일부터 지금 안정된 직장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해 주었다.

이 월남 여자분이 운동을 끝내고 나간 지 몇 분 후에 생일을 축하하고 싶어서 무엇을 가지고 온 분이 들어온 것이다. 이름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마침 나간 분의 이름을 알고 있는 어떤 분이 ‘리사’라고 알려 주었다. 그분의 이름을 알자, 어떤 분이 빨리 샤워장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었다. 몇 분 후 샤워를 끝내고 물기를 씻었지만 다시 수영복을 입고 돌아온 ‘리사’가 의아한 모습으로 수영장으로 들어 왔다.

그러자 무엇을 준비해 온 분이 백을 열더니, 수영장에서 축하 할 수 있도록 만든 프라스틱 생일 케익과, 함께 참석할 사람들이 들고 축하해 줄 수 있는 풍선, 부채 같은 것, 모자 등등을 수영장에 있는 분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서, 리사의 머리에는 잘 장식된 관을 쓰게 하였다.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풀 안에 다들 모여서 기념 사진도 찍는 참으로 정겨운 장면을 보고 나는 이미 나와 온탕에 있었기 때문에 함께 하지는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어도 정겨운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침이었다.

지나가는 말로 들은 생일을 기억한 그분의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다. 수영장에서 축하 해 줄 물품이 본인 것인지, 아니면 빌렸든지, 그 마음씨가 참으로 따뜻하고 귀하다. 이름을 모르는 것을 보면, 분명히 친한 사이가 아니다. 내가 볼 때도 월남에서 온 분과 생일 축하를 하시는 분은 다른 월남 분이 동양인이 갖는 특유한 액센트의 영어 발음과 다소 큰 음성으로 담소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담소하면서 운동을 한다. 그 월남분이 생일에 대한 것을 찬구들과 이야기 한 것을 축하해주려는 분이 우연히 들은 것으로 추측된다.

작으면 작다고 할 수 있는 이 일을 통하여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어떤 큰 것이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록 작아도 진정한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나그네가 되어 외국으로 오지 않으면 안 되었던 아픈 상처를 갖고 있는 한 여인, 남편은 벙어리 처럼 되어 집에 그냥 있기 때문에 마음 힘들어 하는 분에 대한 격려를 하기 위하여 준비해 오고 함께 기뻐하면서 “Happy birthday to you… ‘를 부르는 분들을 보면서 나도 작게 따라 할 수 밖에 없는 감흥이 있었다.

(2011년 6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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