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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 타워 57호(14)
불빛 집사
불빛 집사

11월 11일 저녁 식사 후 쉬고 있는데, 누군가 초인종을 울려서 문을 열었다.
밖에는 낮에 근무하는 직원이 퇴근한 후에 저녁시간부터 다음날 아침에 직원들이 출근할 동인에 일어날 수 있는 응급 상황을 대처하기 위하여 아파트에 사는 입주자 가운데서 세운 저녁 매니저였다.

말수가 적고, 예리한 느낌을 주는 조금 야윈 편의 70대 후반의 나이를 가지신 분이었다. 조석으로 운동을 하러 나가다가 마주치면 그냥 인사 정도를 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날, 어떤 통보도 없이 나를 찾아 온 것에 대하여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내가 아파트의 규율을 어겼거나 주의해야 할 일이 있으면 사무실에서 연락이 오고 내가 내려 가서 만나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왜 왔을까를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분이 말하기를 “오늘 저녁 시간을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하자.”고 하니 “저녁 8시에 사무실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무슨 일로 만나기를 원하느냐?”고 하니 “서로 좀 알고 이야기 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점점 더 이상한 생각이 들지만 하여튼 저녁 8시에 사무실로 내려갔다.

의자 두 개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놓고서, 한 의자를 권해서 멋적게 않았다. 무슨 일인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했다. 그분은 먼저 자신이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Santa Clara University를 나왔고 R.O.T.C를 해서 육군 포병 장교로 있다가 제대를 했고, 그 후에는 광고 회사의 중역을 지냈다고 하면서 바로 옆 도시인 San Jose에서 태어났고, 독신으로 일생을 살았다고 조근조근 설명을 했다. 이분의 인간 유형을 살펴보니 신중형 중의 신중형이었다. 그러니 이분이 원하는 것을 듣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생각 끝에 그분이 말할 것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대화를 좀더 활기차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군대 생활을 말할 때에, 나도 한국에서 사병으로 포병으로 근무했고, 월남전에 참전했다고 했다. 한국 사람이나 미국 사람이나 군대 이야기를 하면 금세 친해지는 것 같다. 그분은 R.O.T.C를 끝내고 임관 할 때에 한국 전쟁이 끝났고, 제대할 때쯤에 월남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전투 경험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비록 사병 근무는 했어도 ‘첨전 용사’인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본론’을 서서히 꺼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잘못한 것을 바로잡기 위하여 나를 만나자고 한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해지니 안심이 되었다. 그분은 내가 있는 노인 아파트의 역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동양인들이 많이 입주하기 전에는 ‘입주자 친목회’ 를 결성하여 행사도 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도 했는데 6년 전에 없어졌다고 한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많은 관계로 ‘친목회’결성을 위한 투표를 해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자기가 여러해 동안 친목회장을 하면서 가졌던 의미 있는 여러가지 일들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중에 하나가 성탄절을 전후해서 약 한 달동안 11층 건물에 입주해 있는 사랍들의 베란다 철책에 장식 색 전등을 밝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금년이 21년째 되는 자랑스런 전통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와서 구경도하며, 시청에서는 잘 장식된 건물로 표창도 받았다고 얼굴이 상기되어서 자랑슬럽게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역사나 배경에 대하여 많은 관심이 있으므로, 이 장식 행사가 언제 누구에 의하여 시작되었는가를 물었다. 이 일은 아파트 입주자였던 알마 그라시아(Mrs. Alma Gracia)라는 분이라고 하는데 6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그분이 이 도시를 관활하는 전기 회사에 찾아가서 우리들이 전선과 전등을 살테니, 전기 기술자이신 여러분이 설치해 주신다면, 나이 많은 노인네들이 성탄의 기쁨을 누릴 것은 물론, 이 도시에서 제일 높은 건물에 밝고 빛난 오색 빛 전등이 빛날테니 얼마나 좋겠느냐고 간청을 했다고 한다. 그분의 의견을 듣고 사회 봉사 차원에서 전기 기술자들이 근무하지 않는 토요일 오전 자원자들이 모여서 설치해 주기 시작한 것이 전통이 되어서 21년째 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Mrs.Gracia라는 분은 이 세상을 떠나셨어도, 그분이 남긴 성탄절을 기해서 장식되는 빛을 밝히는 아름다운 사역이 게속됨을 통하여 많은 것을 배웠다. 그분의 마음에 그리었던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건물은 지금도 있는 것이다.

전기 기술자들이 와서 일하는 아침에는, 이 아파트에 사는 여자 노인들이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데 그 책임은 ‘제니’라는 분이 책임진다고 한다. ‘제니’에 대하여 소개하기를 그분은 매월 생일 축하일에 라운지에 모인 분들을 위해서 약 한 시간씩 피아노를 쳐 주시는 분이라고 했다. 나도 그분이 피아노 연수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가끔 지나치면서 만날 때 느끼는 것은 인격적인 품위와 밝은 얼굴과 열정이 배어나오는 분이다. 아침마다 단정히 차려 입으시고 걷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부지런하게 사시는 분임을 알고 있었다. A.W.토저의 말처럼 “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분”이었다. 나에게 설명하고 있던 Mr. Bill Caro는 '제니'는 장로교인으로서 주일마다 출석하시는 교회에서 올간 반주를 하신다고 하신다.

Mr. Bill Caro는 드디어 나를 만나고자 한 본론을 설명했다. 이 등들을 달기 위해서 일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내가 목사인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자신에 대하여 한 마디 말을 한 적도 없지만, 우편물 가운데서 소포가 오면 사무실에서 맡았다가 주는데, 내 이름 앞에 Rev. 가 붙어 있는 것이 소문 난 것 같다. 그는 나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지난 해 쓴 전선과 전등 그리고 휴즈를 점검해서 전기 기술자들이 오기 전에 모든 것을 점검해 달라는 것과, 설치 후에 전등이나 휴즈가 나간 것을 입주자가 신고하면 가서 갈아 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불빛 밝히는 집사인 것이다. 몇 시간이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점검하는 일만 약 열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나의 습관 가운데 하나는 시간을 많이 쓰고, 책임이 중요할 경우에는 직답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일까지 일정을 살펴보고나서 답을 주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돌아와서 생각해 보았다. 이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젊어야 70이다. 80이 넘으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누구에게 번거럽고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일을 맡길만한 분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매일 운동을 하고, 또한 기독교인으로 목사이니 봉사 정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어럽사리 부탁한 것 같았다. 이 일을 위해서 기도하니, 세상의 빛으로 오신 주님을 나타내고, 이번 성탄절을 끝으로 하고 세상을 떠나실 분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게 이런 일을 주신 분은 하나님이심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일을 한다는 것이 감사했다. 그래서 그 다음 날에 “내가 하겠다.”고 대답했다. Mr Caro는 나를 11층에 있는 세탁장 옆에 있는 창고로 데리고 가서 작업 설명을 해 주고 일을 맡겨 주었다. 그분은 한 30분 정도 지켜 보시더니 안심이 되는지 “맡기고 내려간다.”고 하면서 자기 방으로 갔다.

모든 선과 전등과 휴즈를 점검을 2번으로 나누어 끝냈다. 미국 사람들은 모든 것을 정확하게 문서화 함으로 끝낸 날자를 꼼꼼히 기록하면서… . 오늘 (12월 3일) 오전 전기 기술자들이 와서 건물 전 아파트 발코니에 장식이 설치해 주었다. 오늘 저녁 어두워지면, 밝고 찬란한 불빛이 온 건물을 옷입힐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사무실에서 쓰고 있다. 오후 5시 15분이되니 밖에는 어두움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제 이 글을 끝내면 아파트로 가는데, 찬란한 장식, 주님이 오심을 기뻐하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따뜻하고 밝은 불빛들이 비칠 것을 불 것이다. 기대가 된다.



(주후 2011년 12월 3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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