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감사, 또 감사 !
오늘 제가 숨쉬고 살아 있다는 것은,
인생의 갖은 실패와 풍파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도록 제 삶의 뿌리를 자신의 뿌리에 얽어매어 지탱해 주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순간의 만남 속에서 영원을 경험하도록 빛을 발하는 삶을 사신 분들의 도우심이 있었음을 감사합니다. 어두움을 인내로 참아내며 두려움에 싸여 떠는 사람들을 감싸주는 자기 희생의 고난을 마다하지 않으신 분들이 계셨음을 새삼 느낍니다.

저의 짦은 삶이 얼룩짐과 넘어짐과 죄 많은 삶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참으로 귀한 분들을 만나도록 하셨습니다. 아낌없는 도움과 격려와 사랑을 받게 하셔서 오늘에 이르도록 도우셨습니다.
아직 생의 종착점에 도달하기 전에, 기억나는 모든 분을을 기록할 수는 없어도 감사, 또 감사함을 글로 남겨야 하겠다는 부담감을 연말에 강하게 느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저의 삶에 생수처럼 다가오신 분들, 별 빛처럼 영롱한 빛을 남기신 분들 그리고 쉴 그늘이 되어 주셨던 많은 분들을 만나게 해 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고, 충고해 주시며 아낌 없는 사랑을 베푸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呼泉(호천) 李興九(이 흥구)
감사, 또 감사! (12)
큰 일 났어요.
큰 일 났어요.

교회 청년회원들 가운데 전도에 열정을 가진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 분들과 두 차례 농촌 전도를 가서 신앙 안에서 서로를 아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 중에는 교회 유년부에서 가르치는 교사님들이 여럿 있었는데, 교회 교사회나 교사 체육대회 등에서도 만났고, 교회 교육부나 펑신도부 등에서 이런 저런 일로 잘 아는 사이인 분들이었다. 직장에서 토요일 근무는 오전만 하기 때문에 대개의 토요일 오후에는 교회에 들려서 교회 평신도부에 가서 주일에 할 교재 프린트 하는 것을 도왔다. 그 당시 청년 여자 간사로 최 경란 님이 계셨는데, 주일날 쓸 교재를 타자도 치시고 등사를 하셨다. 70년대 초에는 오늘과 같은 Copy Machine이 없었기 때문에 롤러에 까만 등사 잉크를 잔뜩 묻혀서 밀었다. 옷 소매를 것지 않으면 소매가 등사잉크로 인하여 새까맣게 되기 때문에 토시(잉크가 묻지 않도록 헝겊으로 만들어 소매에 끼는 것)를 차고 밀어야 했다. 자매님이 하시기에는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시간이 되면 내가 대신 하는 기회를 가졌다. 간사님의 친구들이 대개 유, 초등부 교사셨기에 자주 평신도 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여하튼, 유년부 교사 몇 분을 만났는데, "이 선생님, 다음 토요일에도 교회 오세요?"라고 물으시기에 “예’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수고하시니 저희들이 다음 토요일 차를 한잔 살께요. 교회 정문 옆에 있는 정 다방으로 나오세요.”라고 했다. 그래서 예정된 시간에 다방에 나갔다. 앉은 사람들을 다 알겠는데 노랑 원피스를 입은 자매 한 분은 모르는 분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를 아는 분들이 “저희들은 어린이 전도협회에 볼 일이 있어서 먼저 갈께요. 차 값은 저희들이 지불합니다.”라고 하면서 떠나셨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노랑 원피스를 입은 분은 그냥 앉아 계시는 것이 아닌가! 잠시 멋적게 앉아 있다가 “저도 가야겠는데, 안 가시겠어요.”라고 하니 본인도 “가야 한다.”고 했다. 가시는 방향을 물어보니 세검정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을지로 2가 까지 함께 걸어 갔다. 그 거리래야 한 300m 정도 될 것이다. 나도 마포에 살았기 때문에 을지로 2가에 정류장이 있었다.

그 다음 주일 날, 만나는 교사들마다 “일이 잘 되어 간다며, 언제 결혼식해요?”라고 묻는 분들이 있었다.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교회 계단을 올라가다가 ‘노란 원피스’를 입었던, 어제 만난 유년부 교사를 만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라고 말 한 후에 지나치려고 하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그래서 잠시 멈추었더니. “뭐 들으신 말들이 없으세요?”라고 하기에 “사람들이 언제 결혼하느냐고 묻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자매님은 자신에게도 사람들이 “이 흥구 선생하고 일이 잘 된다며, 언제 결혼할 거야.”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큰 일 났다.”고 하기에 “큰 일은 6.25 때 다 났는데요.”라고 대답한 후에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한 번 만나서 의논하자.”고 했다.

내가 알아보니 유년부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서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유년부는 물론 고등부 교사들에게도 말이다. 나는 그 때까지 연애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용모를 보나(지금이나 그 때나 마른 멸치 같다.) 학벌이나 재정 상태나 가문 뭐 하나 내놓을 것이 없는 주제라 생각을 접었다. 또 한가지 이유는 알려진 문학 작품들을 읽어 보니 연애가 대개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많았다.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이는 장가갈 나이가 되었는데도 토요일 교회에 와서 죽치고 등사기에 매달려 있는 것이 측은해서인지 결혼할 나이가 찬 자기 친구에게 남편감을 소개해 주려는 의도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노랑 원피스를 입은 유년부 교사와 만나서 나를 소개하고 내가 목표로 하는 삶의 가치들을 미숙하나마 설명했다. 잘 들으시더니 참 좋다고 하는 것이다. 나이는 결혼날 나이지만 준비된 것도 없고 깊이 생각한 바도 없기 때문에 당황했다. 그러나, 자매가 ‘나의 삶의 가치와 여정’이 좋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래서 좋으시면, 나이도 있고 하니 앞으로 만나기 전에 부모님들에게 우리들의 만남에 대하여 알려 드리고 허락을 받자고 했다. 집에 와서 어머님에게 사실을 말씀 드렸더니 “네 나이가 결혼할 나이이고, 교회서 만났다니, 네가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하셨다. 자매와 만나서 그쪽 이야기를 들으니 "어머님이 꿈에 호리호리한 청년이 웃으면서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꿈을 어제 꾸었는데 듣고 보니 그 사람인 것 같다.”고 하시면서 쾌히 승낙 하셨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저의 일생의 반려자인 이영선 자매를 만나게 된 것이다. 물론 데이트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 당시 상공미전에 작품을 출품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들이 때였다. 그래서 주일 날 만나서 예배 후에 식사를 하고는 헤어지는 정도였다. 양가의 어른들의 합의로 고등학생 수요 예배 때에 사용하던 ‘젊음의 방’에서 양가 어머님과 형제 대표 몇 명이 모여서 서로 만난지 약 3개월 후인 8월에 약혼식을 치렀다. 박 조준 목사님이 편하신 날을 잡아서 약혼식을 올리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날이 이 영선 자매가 결혼을 위해서 작정 기도하는 100일이 마치는 날이라고 하면서 교회 기도실에서 기도를 하고 나와서 약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12월 18일 배 사라 선교사님이 사역하시는 선교 단체 성탄절 기념 예배에서 가졌다. 주례를 맡으신 이 창우 선생님이 부부가 될 우리 둘을 불러서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다. 지금도 기억나는 한 말씀이 있다. " 두 이 선생을 보니 50점 정도입니다. 그러니 서로 보살피고 아끼는 끼며 힘을 합해 살아 100점 짜리 가정을 이루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어떤 사람은 100점짜리 두 사람이 결혼하지만 나중에는 서로 빼기 인생을 살아 0 점 자리 가정이 되더라."는 요지의 말씀이셨다. 이렇게 장황하게 우리 부부의 결혼을 기록한 이유는 장가도 못 갔을지 모르는 저를 위하여 무리한 수를 써서라도 성사시켜 주신 유년부 교사님들에게 감사하기 위해서이다. 하나님은 가장 좋은 배필을 만나게 해 주신 것이다. 집 사람의 협력과 기도가 없었다면, 어떻게 내가 목회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할 때, 늘 집 사람을 부인으로 만난 것을 감사한다. 지금도 억지 중매를 성공시키셨던 분들과 집 사람은 할머니가 되었지만 전화로 서로 연락하고 있다. 그 분들은 지금 영락교회 권사님들로서 열심히 교회를 섬기고 있다. 

우리 부부는 삼열이와 한나 두 아이를 키워 지금은 3명의 친손자와 한 명의 친 손녀, 그리고 2명의 외손녀가 있다. 아들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 '엄마 아빠가 어떻게 만나서 결혼했느냐?" 고 물었디. 그래서 위에 쓴 글대로 알려 주었다. "엄마, 아빠! 그렇게도 결혼할 수 있는거예요?"라고 신기한 듯 반문한다, 금년 12월이면 결혼 40주년이 된다. 

(2011년 1월 씀)
Number Title Reference
17 감사, 또 감사! (17) 영락 청년의 민족 복음화 운동
16 감사, 또 감사! (16) 청년아! 네가 어디 있느냐?
15 감사, 또 감사! (15) 전도요원 훈련반과 박진찬 할머니
14 감사, 또 감사! (14) 영락교회 청년회 요일별 성경공부 모임의 시작
13 감사, 또 감사! (13) 한 명으로 시작된 반
12 감사, 또 감사! (12) 큰 일 났어요.
11 감사, 또 감사! (11) 꿀송이보다 더 단 하나님의 말씀
9 감사, 또 감사! (9) 배워야 가르친다
8 감사, 또 감사! (8) 먼저 들어가, 나는 안 죽어!
7 감사, 또 감사! (7) 무덤을 다녀오시지요.
6 감사, 또 감사! (6) 오늘이 청년의 일생에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오!
5 감사, 또 감사! (5) 이 흥구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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