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감사, 또 감사 !
오늘 제가 숨쉬고 살아 있다는 것은,
인생의 갖은 실패와 풍파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도록 제 삶의 뿌리를 자신의 뿌리에 얽어매어 지탱해 주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순간의 만남 속에서 영원을 경험하도록 빛을 발하는 삶을 사신 분들의 도우심이 있었음을 감사합니다. 어두움을 인내로 참아내며 두려움에 싸여 떠는 사람들을 감싸주는 자기 희생의 고난을 마다하지 않으신 분들이 계셨음을 새삼 느낍니다.

저의 짦은 삶이 얼룩짐과 넘어짐과 죄 많은 삶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참으로 귀한 분들을 만나도록 하셨습니다. 아낌없는 도움과 격려와 사랑을 받게 하셔서 오늘에 이르도록 도우셨습니다.
아직 생의 종착점에 도달하기 전에, 기억나는 모든 분을을 기록할 수는 없어도 감사, 또 감사함을 글로 남겨야 하겠다는 부담감을 연말에 강하게 느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저의 삶에 생수처럼 다가오신 분들, 별 빛처럼 영롱한 빛을 남기신 분들 그리고 쉴 그늘이 되어 주셨던 많은 분들을 만나게 해 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고, 충고해 주시며 아낌 없는 사랑을 베푸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呼泉(호천) 李興九(이 흥구)
감사, 또 감사! (8)
먼저 들어가, 나는 안 죽어!
먼저 들어가, 나는 안 죽어!

입대 통보를 받고 논산 훈련소로 가기 전 집합소에 모이니 알길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다. 그런데 영락교회 대학부에 얼마간 나갈 때 만난 형을 그곳에서 만났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신 분이었는데, 침착하고 친절한 형이었다. 자신을 나타내지 않는 겸손함도 있으셨으니 참으로 모범적인 분이셨다. 논산 훈련소에 가기 위하여 기차를 타는 곳 까지 가면서, 기차 안에서 그리고 논산 훈련소로 걸어 들어가 연대 배치를 받기 전 까지 많은 힘을 주셨다.

기본 훈련 후 101 보충대로 가서 전방부대에 배치 받았다. 5.16 혁명 초기 국민 1인당 GNP가 235 달라 이었다고 하니 오늘날 상상할 수도 없이 가난한 나라였다. 군대에서 지급하는 옷과 음식과 신발… 추운 전방 부대에서 근무하는 사병들이 견디기에는 너무 열악했다. 아침 점호가 끝나면 추운 새벽에 나무를 하러 산 계곡으로 가고, 서울에서 자란 나는 겨울에 얼어 죽은 풀을 뜯어 못 꼬는 새끼를 가까스로 꽈서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나무를 해 와도 부족하다고 기압을 받고, 영, 호남 간의 갈등 가운데서 서울이라고 양쪽에서 기압 주고… .

밤에는 장교님들과 중상사님들이 영외 거주를 하시니, 고참들이 군기 잡는다고 또 기압 받고 모범 사병으로 뽑혀서 특별 휴가를 가게 되면, 모범 사병이니 한 번 맞아보라고 기압 주고… . 예수 믿기 때문에 담배 안 피우는 것을 아니 만져보지도 못하고 어디로 가고, 회식 때는 술 안 먹는다고 기압 받고…. 한편 저를 잘 보신 김 경호 중대장님은 부대 미화를 하라고 격려하시며, 낮 밤 없이 일해야 할 만큼 글씨나 포스터를 만들라고 하시고, 근무는 근무대로 하고…. 집에서 양말을 보내면 어디 갔는지 모르는데, 고참이 양말 빨라고 내놓으면 거기서 나오고… . 추운 겨울 고참들이 수북하게 식기를 놓고 가면 냇가에 가서 얼음을 깨고 식기를 닦아 진열대에 넣고 집합해야 하고,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우습기도 하고 어처구니도 없는 추억이 많다. 그래서 남자들이 모이면 군대 이야기에 밤이 깊어지는 것 같다.

한번은 부대 주위에 0.5 m 간격으로 아카시아 나무를 심으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렸다. 울타리 길이가 매우 길었으니 몇 천주를 주고 심으라고 해도 힘에 겨운 일이고, 땅은 이미 얼었다. 하기야 군대는 명령이니 그대로 복종해야 한다.
초 겨울이라 손이 트고 입은 것은 시원치 않아 살 속으로 찬 바람이 에어 들어오는 오후에 각 분대 별로 심을 아카시아 나무 뽑아 오라는 명이 내렸다. 고참들이 신참 몇 명에게 지시를 하며 자기들 몫까지 뽑아 오라고 했다. 다녀보니 지뢰밭 표시가 있는 곳에는 아카시아 나무들이 있었다. 죽기 살기로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서 열심히 뽑아 집합 시간까지 부대로 돌아왔다. 그런데 칭찬은 고사하고 수량이 부족하다고 선임하사에게 많이 맞고, 맨손으로 강아지처럼 기어서 부대 주위를 돌게 하는데 손은 시렵고 아프고 무릎도 아픈데 빨리 기지 않는 다고 뒤에서는 계속 몽둥이질을 해댔다. 탈영이나 하극상이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 분별력을 잃는 순간에 잘못된 판단에 의하여 일어나리라.

그 때 맹호부대는 월남으로 파병되었고, 백마부대가 파병될 무렵 월남전에 지원했다. 가면 다시 살아서 돌아올지를 모르기 때문에 동료 부대원들은 안 가려고 할 때 나는 가려고 하니 부대에서는 이상하게 보았다. 그 때 생각으로는 이왕 군대 생활 한 번 하는 데, 군인답게 전투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지원하지도 않은 부대원들은 차출되어 가는데, 나는 여러 달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가 대대 작전과로 발령이 나서 대대 인사과에 알아보니 한 번도 지원서가 올라온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대에서 지원서를 써 낼 때마다 없애버린 것이다. 부대에 조그마한 유익이 있는 사병으로 보아서인지 모르겠다. 작전과장님께 꼭 월남전에 보내 달라고 조르니, “가서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데 꼭 가야 하겠냐?”고 하시면서 말리셨다. 그래도 고집을 세우니 할 수 없이 월남전 파병을 훈련 부대에 보내 주셨다. 그러니까 내가 월남으로 파병된 때는 백마부대가 월남에 파병 된지 약 6개월 정도가 되는 시기로 기억된다. 전상자나 부상자를 충원하는 일에 간 것이다.

백마 28연대 인접해서 있는 105 미리 포병부대 작전과에 배속되었다. 대대장님은 그 바쁜 전투지에서도 부대 신문을 내라고 하셨는데, 그 일에 협력하도록 뽑혀 일과를 다 하면서도, 편집을 하고, 탐방을 하고, 전과를 정리하고, 디자인을 하는 일을 팀과 협력 해야만 되었다. 어디서나 일복이 있었다. 홍길동 작전 때라고 생각된다. 얼마 후면 귀국하실 이 청길 과장님과 함께 밀림이 우거진 곳으로 온 대대병력이 포를 헬리콥터로 날라서 들어갔다. 연합군이 벌린 베트콩을 섬멸하려는 대대적인 작전이었다. 게리라 전을 펼치는 적이기에 가능한 한 빨리 대포도 작전 캠프도 위장을 해야 했다. 또한 공격에 대비해서 신속히 개인 호를 파야 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개인 호를 판 우리들이 “과장님! 빨리 이곳으로 들어 오세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왜냐하면 과장님은 우리들이 공격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총을 드시고 사주 방어를 하시면서 이곳 저곳을 살피시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과장님이 만일 적이 쏜 화력에 전사하시거나 부상을 당한다면 부대가 얼마나 힘들어지겠는가? 

그 때 이 청길 소령님이 힘주어 말씀하셨다. “얘들아! 나는 안 죽어! 너희들 빨리 들어가!”라고 하시면서 독려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그 일을 통하여 지도자의 용기와 희생이 얼마나 부하들에게 힘을 주며, 생명 다해 일하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가를 보았다. 과장님은 부인과 자녀들을 두신 분이신데, 독신인 우리들을 동생이나 자식처럼 위하셨기 때문에 위기의 순간에 삶을 거신 것이리라.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월남 나트랑에 도착해서 1년 6개월간 근무하고 무사히 귀국한 것에 대하여 하나님께 감사한다. 대대장님이 같이 있다가 본인이 귀국할 때 하라고 하셔서 그 당시 군 복무 기간보다 6개월을 더 군대에서 보냈다. 그래서 늘 나는 사람들에게 웃음의 소리로 ‘”나는 애국자라고 이야기 한다.” 왜냐하면, 전장에서 6개월을 더 근무했으니까. 부산항이 점점 작아지고 환송 군중들이 흔드는 태극기가 아른아른 거릴 때, 내가 다시 살아 올까에 대한 답이 없이 떠났다. 그런데 귀국하게 되었던 것이다! 군대 생활에 참기 힘들고, 비 인격적인 대우에 괴로운 때가 있었어도, 돌이켜 보면 그런 장애와 힘든 계곡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 가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 청길 소령님 같으신 분을 만난 것 한 가지만이라도 일생에 배워야 할 지도자의 모습이었기에 군대생활이 유익했다. 

(2011년 1월 씀)
Number Title Reference
17 감사, 또 감사! (17) 영락 청년의 민족 복음화 운동
16 감사, 또 감사! (16) 청년아! 네가 어디 있느냐?
15 감사, 또 감사! (15) 전도요원 훈련반과 박진찬 할머니
14 감사, 또 감사! (14) 영락교회 청년회 요일별 성경공부 모임의 시작
13 감사, 또 감사! (13) 한 명으로 시작된 반
12 감사, 또 감사! (12) 큰 일 났어요.
11 감사, 또 감사! (11) 꿀송이보다 더 단 하나님의 말씀
9 감사, 또 감사! (9) 배워야 가르친다
8 감사, 또 감사! (8) 먼저 들어가, 나는 안 죽어!
7 감사, 또 감사! (7) 무덤을 다녀오시지요.
6 감사, 또 감사! (6) 오늘이 청년의 일생에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오!
5 감사, 또 감사! (5) 이 흥구 일어나!
Page: (3/4), Total: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