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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 타워 57호(5)
한 밤의 비상
노인 아파트에 입주한지 며칠이 지난 밤 1시 30분경에 방에 설치된 비상등이 심하게 명멸하면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입주자 전원은 빨리 건물에서 나와서 대피하라.”는 것이었다. 불현듯 일어나서 우리 부부는 황급이 비상 계단을 통해서 1층으로 내려가 밖으로 나갔다. 우리 부부가 사는 곳은 5층이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내려 왔다.

방송이 나온 지 10분 정도가 지났는데도 내려 온 사람들은 30 여명에 불과했다. 생명에 위험이 있을지도 모를 비상인데 왜 이 정도의 수만 밖으로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후에 소방차가 왔고, 완전 무장을 한 소방경찰이 이것 저것을 점검 하더니 들어가도 된다는 말을 해서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전에 제가 이곳에서 교회를 개척할 때 교회를 출석하셨던 권사님이 이 곳에 사기에 물어 보았더니, “가끔 이런 비상이 있다.”는 것이다. 하기야 연세 드신 분들이시니 스토브 불을 잘 끄지 않아 화재가 날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11층 높이의 건물이니 이런 저런 고장이 나서 비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긴급한 비상 방송이 계속 되는데도 많은 분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추측하건대, 가끔 비상 방송이 나니까 아예 면역이 되어서 별 일 없겠지 하는 타성에서일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높은 층에 사시는 분들이 비상 계단을 사용하여 내려 오기가 너무 어려워서 아예 포기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식사 시간에 에레베타를 타시고 겨우 내려와 멀지도 않은 식당으로 가는 복도를 걸어 가시는 모습을 보면 짐작이 된다.

그렇다면, 큰 화재나, 지진 등이 났을 때 그 분들을 어떻게 구조할 수 있을까? 아마도 수 십 명의 소방관이 동원되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리버티 타워는 벽과 벽, 바닥과 천장 등 모든 건물이 하나의 콩크리트로 지은 아주 튼튼한 건물이다. 방화 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화재가 나도 한 방에서 끝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처음 당한 비상 방송의 통하여 우리 부부에게는 새로운 습관이 길들여 졌다.

자기 전에 비상 시에 입고 내려갈 옷을 가까이 준비해 두고 자는 것이다. 비상 전등과 물을 배낭에 넣어 두는 것이다. 그리고 불이 날 경우를 대비해서, 중요 서류를 넣어둘 작은 방화용 Safety Box를 구해서 낮에는 그곳에 서류를 두고, 밤에는 가지고 나가기 위하여 배낭으로 옮겨 놓고 자는 것이다. 시민권이나 차량국에 대한 서류, 패스포드, 쇼셜 세큐리티에 대한 서류 등 다시 만들려면 시간을 써야 할 것들을 아예 비상이 나면 가지고 나가기 위해서이다. 만의 하나를 위해서 매일 밤마다 준비하는 것이 노파심에서인지 나도 모르겠다. 한 가지는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집 사람에게도 내가 만일 먼저 가게 되면 장지에 대한 영수증과 유언 등 기타 서류의 중요성을 말하고 잘 간수 할 것을 여러 번 일러 주었다. 한 번의 비상 방송이 우리 부부에게 준 영향은 참으로 크다. 미국에서 자다가 처음 들은 비상 방송이었기에 적지 않게 놀랐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기에 감사한다.

(주후 2011-04-14일 씀)
Number Title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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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리버티 타워 57호(6) Five Star Hotel 같네요!
5 리버티 타워 57호(5) 한 밤의 비상
4 리버티 타워 57호(4) 하늘에 별 따기
3 리버티 타워 57호(3) 가능한 한 간단하게
2 리버티 타워 57호(2) 31X12=372
1 리버티 타워 57호 (1) 동부에서 서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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